베스트 라이브

어떤 평범한 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짧은 문장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지구 온라인 베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정식 버전으로의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업데이트 도중에는 서버 안정화를 위하여 로그아웃 해주시기 바랍니다.]


반투명한 세 줄의 문장을 목격한 순간.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몰래 카메라? 상태창? 게이트라도 열리나? 아니, 홀로그램인가?'


하지만 혼란스러운건 나 혼자 뿐이었다.

함께 하늘을 바라보던 나의 가족들.

홀몸으로 고생하며 날 키우신 어머니는 태연하게 말했다. 


"재밌었어요! 현질 유도가 좀 심하긴 한데, 게임성은 확실하네요."


영 뜬금없는 말에 내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런 날 무시한 채. 어머니는 허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부디 정식 서비스에서도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로그아웃]!"


동시에 어머니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구원 같기도, 천벌 같기도 한 밝은 빛의 기둥.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이 어머니를 집어 삼켰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나는 뒤늦게 주위 곳곳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성하여 혼자 중얼거리고 있자니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와... 지금까지 저도 몰입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네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탓에 빨리 철이 든 여동생.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어려만 보이는 그녀가.

생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배웠습니다. 확실히 RPG는 그렇게 해야 재밌죠. 다음에도 꼭 찾아오겠습니다!"


감탄과 놀라움, 존경심을 더하고.

가족으로서의 애정과 유대감을 뺀 얼굴.

갑작스럽게 내 동생이 너무나 낯설어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조차 찰나였지만 말이다.


"[로그아웃]!"


여동생, 아니, '여동생이었던 무언가'가 소리쳤다.

하늘에서 똑같은 빛이 내려왔다.


고작 하루만에.


가족의 자리는 정적으로 대체되었다.

세상의 불이 꺼졌다. 모든 인기척이 사라졌다.

미친 듯 [로그아웃]을 소리쳐 보았으나, 하늘의 빛은 내게 내려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구. 

그럼에도 여전히 푸른 하늘에서.


[지금까지 지구 온라인 베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반투명한 문자만이 날 조롱하듯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