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 흐릿한 시야 앞으로 보이는 건 철퍽 소리를 내며 바닥에 쏟아진 검붉고 꾸불꾸불한 내장. 아랫배에 가로로 길게 난 상처에서 비어져나온 창자는 피를 가득 머금은 채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철퍽. 하고 지하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쏟아졌다.
"주워 넣어."
냉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차디찬 두 마디에 나는 앞으로 고꾸라져서는 달달 떨리는 두 손으로 잔뜩 머금은 피를 왈칵왈칵 뱉어내는 창자 끝을 잡아들었다. 잔뜩 엉킨 밧줄을 정리하듯 흘러내린 창자를 주워들던 도중 미끌거리는 창자가 손아귀에서 스륵 미끄러지더니 바닥에 떨어져 촥 하고 피를 흩뿌렸다.
"..."
윤기나는 가죽 구두 위로 투둑 하고 뿌려진 피.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로 용서를 구하기 위해 고개를 든 나에겐 입을 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깡!
목이 우득 하고 꺾이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떠오르더니 허공에서 가볍게 빙글 돈 몸뚱이는 그대로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눈 앞이 새카매지고 모든 감각이 아득하게만 느껴질 즈음.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
부러졌던 목뼈가 정교하면서도 자비없이 뚜두둑 소리를 내며 강제로 맞춰졌다. 금속 배트에 박살나 뇌 사이사이에 박힌 머리뼈 조각들이 퓻 퓻 소리를 내며 뽑히더니 지그소 퍼즐이 맞춰지듯 차각차각 한 조각 한 조각 조립되기 시작됐다. 어느새 흘러내렸던 내장은 아랫배의 상처를 통해 후루룩 빨려들어갔고 뱃속에서 살아있는 뱀이라도 된 것 마냥 꾸물대며 제 자리를 찾아갔다.
"아아악..! 아아아아..! 아아아..! 아..!"
..방금 한 번 죽은 나에게 다시 한 번 더 죽음을 선사하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으흐윽... 흐으으윽.. 흐으으윽..."
몇 번을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감각만큼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은 채 정신과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상처가 아물때마다 날카로운 바늘로 뇌를 후벼판듯한 고통과 창자가 뒤틀리는 느낌 속에서 온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두 눈에서 흘러넘치는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으면.
"마리사. 이제 반성한거야?"
'그'가 내 앞에 쭈그려 앉아 헝클어진 내 금발 머리채를 잡아들고 상냥하게 웃으며 묻는다. 물론 그는 내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시금 뺨을 향해 날아드는 손바닥을 보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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