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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당황스러웠던 점심시간이 끝나고계속되는 수업시간어느새 시침은 5에 인접해 있었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내 머릿속은 갈수록 복잡해져만 갔다

 

도대체 왜, 최효림이 날 교실까지 찾아왔는가. 아직도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그녀에 대해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2학년에는 한유정이 있다면 1학년에는 최효림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학교 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스타다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교우관계성적인성까지 모날 데 없는 완벽인으로 소문이 자자했으니아무리 학교 소문에 문외한인 나 조차도 그녀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물론 실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초반에는 못 알아봤다갑자기 반에 난입해서 내 손을 잡고는서서히 내게 몸을 밀착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당황한 나머지 그녀를 밀어냄과 동시에 그녀의 명찰이 내 눈에 들어왔고그제서야 그녀가 최효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다만 그 사실을 알게 되니까 오히려 의문은 가중되었다난 그녀를 만난 기억이 없는데마치 나를 예전에 만났다는 듯이 행동했으니까나중에 급식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에 의해 상황이 일단락되긴 했다최효림이 나중에 봐요’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곤 총총걸음으로 교실을 나가는 바람에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린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난 그대로 아이들에게 온갖 질문 폭탄에 시달렸다맨날 쉬는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는 놈이 도대체 어떻게 친해진거냐언제부터 알고 지냈냐그냥 아는 후배 아니면 그렇고 그런 사이냐 등등나한테 숨 쉴 틈 조차 주지 않고 내게 질문들을 쏟아냈다얼마나 심했던지후에 종이 치고 들어온 선생님이 무슨 기자회견이라도 열린 줄 알았다며 놀란 듯한 눈치를 보였다.

 

이후 몇 번 다시 찾아온 쉬는 시간에 질문공세가 이어졌다하지만 딱히 내가 답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기에난 줄곧 침묵으로 대응했다그러자 그새 흥미가 떨어졌는지, 6교시 쯤 되니까 다행히 좀 잠잠해졌다그제서야 나는 이제 좀 한숨 돌리겠다 싶었다.

 

그래서개랑 무슨 사이인지 끝까지 말 안하겠다이거야?”

 

다만아직도 내게 지겹도록 말을 거는 한유정 때문에나는 수업시간 내내 안 좋은 쪽의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나도 모른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그녀의 말을 무시한 지도 어느덧 한 시간째다. 이번에도 무시할 심산으로 나는 다시한번 침묵을 유지했다.

 

덜컹-

 

-?!”

 

갑자기 뒤쪽에서 꽤 커다란 충격이 전해졌다순간 의자가 앞으로 넘어갈 뻔했던 나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뒤를 돌아보니 의자 뒤쪽에는 발로 찬 듯한 실내화 자국이 어렴풋이 찍혀 있었다


...설마지금 애 나 발로 찬 거냐?

 

너 미쳤어갑자기 뒤에서 그렇게 차면 어떡...”

 

네가 대답을 안 하잖아.”

 

화가 난 나는 뒤를 돌아 한유정에게 따지려고 했지만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아까개랑 어떤 사이냐고내가 점심시간부터 물었잖아.”

 

평상시의 그녀가 아니었다장난기 많은 얼굴은 온데간데없이무서울 정도로 굳은 표정과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압도했다.

 

“...근데 왜 대답을 안 해?”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애가 이 정도로 화난 얼굴은 처음 본다살짝 당황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아까 5교시 쉬는 시간에 말해줬잖아나도 몰라나 진짜 오늘 개 처음 봤어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거짓말치지 마그럼 그때 걔랑 깍지끼고 손잡고 있던 건 뭔데.”

 

그녀는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목소리가 약간 컸던 나머지조금씩 반 애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인데 손깍지 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아니애초에 처음 보는 사이라면 걔랑 단둘이서 교실에 있다는 상황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안 그래?”

 

아니그게 그러니까-”

 

무슨 사이인 거야친한 선후배 관계아님 뭐진짜 사귀는 사이라도 돼?”


글렀다지금 이 녀석과는 대화가 안 통한다나는 더 이상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칠판으로 몸을 돌리려 했다

 

대답하라니까또 무시할 생각이야?”

 

하지만 한유정은 내 팔을 붙잡아 끄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오히려 그녀와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곧이어 그 섬뜩한 얼굴을 내게 들이밀고는다시 입을 열었다.

 

“...말해.”

 

이때 한유정의 목소리는, 소름끼칠 정도로 차갑고 섬뜩했다.

 

 

==========

 

 

민혁이는 낯을 정말정말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소심하고 붙임성 없는 성격 탓에 주변에 친구라곤 초중등 동창이 전부인 그런 애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나와 민혁이의 사이는 특별했다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나서지금까지 쭉 같은 학교에다 같은 반심지어 짝꿍도 여러 번 같이 했었다당연히 그와 나는 친해지게 되었고동시에 서로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어떻게 보면 필연이었다

 

사실이렇게 나와 그와의 사이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서로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초딩 때부터 함께 해 와서 그런지 연애감정이 들기는커녕그냥 가족 같았으니까

 

그래서 성에 눈을 뜬다는 사춘기가 왔을 때에도 막 사이가 멀어지거나 그러지도 않았다서로 서먹해지거나 싸우는 일도 없었다기껏해야 내가 애를 많이 놀려먹다가가끔 그가 삐지는 정도그것도 오래가지 않아 풀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남녀 사이에는 영원한 친구 사이라는 건 없는 걸까.

 

중학교 3학년 막바지였을 때였다고등학교 1지망 신청서를 제출하는 날그때 차민혁이 문득 이런 소리를 했었다.

 

야 한유정너 어디 학교 썼냐?”

 

나 얀챈고등학교 썼는데?”

 

어 그게... 이번에 나 xx고등학교로 갈까 싶어서.”

 

“...?” 

 

순간 나는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xx고등학교..? 분명 우리 같은 학교 갈 거라고 했잖아?”

 

근데 우리 집이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는 바람에 집이 그 학교에서 많이 멀어져서.. 이 학교 쓰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부모님이 그러시더라나도 여기 쓰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

 

그의 말을 듣자마자돌연 흉부 쪽이 조여오는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갑자기 찾아온 압박에 나는 가슴을 부여잡았고이런 나를 보고 당황했는지 그는 급히 나를 보건실로 데려다 줬다.

 

보건실 침대에 눕고 나서야 조금 괜찮아지는 듯 했다하지만 그럼에도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그의 말의 맴돌고 있었다.

 

그가 나랑 다른 학교를 간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서로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된다쉬는시간에 같이 떠드는 것도장난치는 것도끝나고 같이 집에 가는 것도일상과도 같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같이 장난치고 학교에서 지낼 동성이성 친구는 주변에 널려 있었다여자들은 나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나랑 같이 어울리려고 기를 써댔다남자들은 허구한 날 내게 찾아와 좋아한다며 사귀어달라고 고백을 했다. 물론 다 거절은 했지만, 어쨌든 이런 현상은 내가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비슷할 게 분명했다. 오히려 지금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소심한 성격의 민혁이 쪽이었다.

 

...그럼에도나는 그와 헤어지는 것에 미칠듯한 거부감이 들었다그와 헤어지기 싫었다민혁이가 없는 학교생활은 싫다아무런 재미도 없을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나는 이 생각이 들었다기필코 그를 나와 같은 학교로 보내야 한다고절대 그 xx고등학교에 보내선 안 된다고.

 

그래서난 민혁이 몰래 교무실로 찾아가 그의 신청서에 손을 썼다딱히 크게 바꾸거나 한 건 없었다그 역시 조금의 미련이 남아있었는지, 2지망에 얀챈고등학교라 써 놓은 덕분에 그 두 개를 바꿔치기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그 역시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받게 되었고그는 약간 의아하다는 눈치였지만 이내 그것을 받아들였다그때 표정관리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 일로 그의 소중함을 깨우친 이유 때문일까나는 조금씩 민혁이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모습들이 서서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살짝 마르기는 했지만 팔 곳곳에 보이는 잔 근육들. 안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귀여운 얼굴. 생각보다 큰 키. 그 외 모든 것들이 점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그는 여전히 나를 그저 소꿉친구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는 애써 이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그에 대한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와 찍었었던 사진을 통해 그 마음을 달랬다.


어렵게 감정을 숨긴지 어느덧 1년이 되었을 때, 2학년이 되어서도 그와 같은 반이 되었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 미칠 듯한 기쁨을 숨기려고개학한 날 유독 그에게 더욱 틱틱댔던 건 조금 미안했다.

 

그리고 점심시간 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그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던 마음에 급식실에 가지 않고 같이 교실에 있었는데생각보다 배가 너무 고팠다.

 

-

 

에이 씨계란말이 하나 날렸네...“


그러다, 돌연 그가 계란말이를 하나 떨어트렸다. 그 모습에 꼴깍 침이 넘어갔다. 저 도시락에 있는 음식들 다 민혁이가 직접 만든 것들일텐데, 엄청나게 맛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홀린 듯 주위에 있던 일회용 포크를 집었고, 잽싸게 계란말이를 낚아챘다. 순간 그가 당황한 눈치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


생각보다 맛있어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있을 무렵그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떨어진 음식이라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아닌데 먹어도 괜찮잖아.“

 

그거 내가 살짝 먹었던 건데.“ 

 

.....?


그의 말에 돌연 내 머릿속의 사고가 정지했다.


...먹으면서 왠지 모르게 미끌거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그게 설마...

 

-

 

아악-! 갑자기 왜 때리는데!“

 

이게 진짜그런 건 진작에 말했어야지..!“

 

부끄러웠던 나머지, 나는 그의 등을 강하게 때렸다온 몸에서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랐고, 나는 급하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 민혁이한테 꼴사나운 모습 보여버렸다어떡해...

 

나는 화장실에서 얼굴을 연거푸 찬 물로 씻으면서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


 

웅성웅성-

 

휴지로 얼굴을 닦고 화장실에 나오자아까보다 복도 밖이 좀 어수선해져 있었다그새 애들이 급식을 다 먹고 올라온 것 같았다

 

...그런데 보통 다들 중앙계단으로 올라오지 않았나이쪽 복도는 끝자락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반으로 돌아가려는데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무언가 볼거리라도 생긴 듯꽤 많은 애들이 유리창 쪽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의아함을 느낀 나는 일단 반으로 들어가기 위해 인파를 비집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몇몇 애들의 대화가 옆에서 들려왔다.

 

쟤 최효림 아니냐?“

 

그러네근데 쟤가 왜 2학년 교실 안에 있는 거냐?“

 

‘...최효림?'

 

문득, 한 번쯤 들어봤던 이름이 귓가에 들어왔다인기 많은 1학년 후배 아니던가외모도 출중하고 인성도 바르다는 그 엄친아다만 나와는 학년도 다르고 접점도 별로 없었던 만큼그냥 별 볼일 없는 아이라 여기고 있었다.

 





...응? 근데 걔 이름이 갑자기 왜 나와?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나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뭐야.“

 




...쟤가 지금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아니 잠깐.

 

 

 

 

 

 

 

 

 

 

 

 

 

 

 

.......지금 최효림이랑 민혁이가 서로 손잡고 있는 거야?

 

 

 

 

 

 

 

 

 

 

 

 

 

 

 

 

 

 

 

 

..........어째서?

 

 


.


.


.



주인공은 과거 최효림과의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소꿉친구 과거 회상은 후배편에 비해 가볍게 1인칭 시점으로 쓴거라 완성도가 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