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응...조금 피곤하네."

"그럼 조금만 주무실래요? 어차피 저 이 내용 다 알아요."

"아니야 자더라도 내 집에서..."

선생님이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하다시피 잠을 자기 시작했다. 수면제 탄 주스를 그렇게 마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홈 화면을 보았다. 다행히 연락 같은 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선생님의 엄지손가락으로 지문인식을 통과하고 바로 카톡으로 들어갔다.

버거킹, 교보문고, 쿠팡, 학과 단톡, 엄마, 아빠, 배달의 민족. 다행히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라고는 부모님과의 대화밖에 없었고 걱정했던 학과 단톡에서도 선생님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안심하고 선생님의 폰을 끄려는 찰나, 누군가로부터 문자가 왔다.

우산을 주웠는데 혹시 네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문자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발신인이 문제였다.

김나영, 누가 봐도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름이다. 순간 숨이 막혔고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분명 그동안 잘 관리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놓친 게 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했다간 선생님이 이 여자와 엮일 수도 있으니까. 여자와 함께할 여지는 최대한 주지 않는 게 좋다.

바로 수신 차단을 걸고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바로 연락처에서 그 망할 년을 지워 버렸다.

어차피 우산 하나 정도인데 선생님도 상관 없겠지. 우산 같은 건 내가 사주면 되기도 하고.

요즘 내가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았다. 다행히 문자 내용은 그 여자가 보낸 문자밖에 없었으니 안심이었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선생님의 연락처로 들어갔다. 스크롤을 내려 봤지만 별다른 점은 없었다, 함소연, 이 여자 빼고는.

통화 기록에도, 문자 내역에도 이 여자는 없었다. 대체 언제 연락처를 교환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지워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그후 선생님의 폰을 샅샅이 수색했고 별다른 점은 없었다. 아마 내 과민반응일 수도 있었겠지만 철저해서 나쁠 건 없겠지.

검열을 마친 선생님의 핸드폰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생님의 주머니에 넣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폰을 만지작거린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을 아니었다. 그래도 내년에 성인이 되어서 선생님과 정식으로 사귄다면 더이상 이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곤히 자고 있는 선생님의 귓가에 한 번 속삭여 본다.

"제가 고백할 때까지 아싸찐따로 남아주세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