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온붕(牡溫朋)이 길을 가는데저 앞에 걷는 이가 있어 이름을 물으니 자기는 소거수(燒据獸)라 하더라.

 이 험한 길을 무엇 하러 걷느냐 물으니, "나는 주인(主人섬기길 좋아하는 몽무수(夢撫獸)인데나이가 천오백이 되도록 섬길 자를 찾지 못해, 저 마을 구린엄(久隣掩)선생이  사모(思慕)하는 남성과 오래(이웃하여(살았으니그를 사모하는 마음이 극에 달해서 몸에서 실을 짜내 그의 몸을 감싸게(되었는데그 사랑이 지극(至極)하여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이치를 깨달았다 하니 주인을 찾을 방도(方途)를 구하러 갑니다“ 하였다.

 이에 모온붕(牡溫朋)이 흥미(興味)가 동하여 소거수(燒据獸)를 따라 마을에 들어갔는데유독(惟獨어느 한 곳이 떠들썩하여 찾아가보니 그곳이 구린엄(久隣掩)선생의 거처(居處)더라.

군중(群中)이 문 앞에 서서 시끄러우니 한 청년(靑年)이 무언가를 대동(帶同)하고 나오는데그것의 몸은 옥색이며 두껍고 포동포동(抱動抱動)하여 몹시 껴안고(싶게 움직이고(), 머리는 배고픈 어린아이같기도 하고 요염(妖艶)한 여인(女人)같기도 하니 과연 하나를 들으면 해아(解呀)한다는 총명(聰明)하고 박음직(剝淫䐈)한 구린엄(久隣掩)선생이로구나 하는 소리가 나오더라.

 

별안간 오거(傲巨하나가 걸어나와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소년(少年)하나를 얻지 못하여 수심(愁心)을 견디지 못하겠소좋은 방도(方途)가 있으면 부디 가르쳐 주시오“ 하고 청하니 구린엄(久隣掩)선생이 잠시 생각하다 별안간 해아(偕兒)하고 답했다


오거(傲巨)가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돌아가자 옷을 두껍게 입고 가면(假面)을 쓴 자가 나와 나는 평생(平生함께할 반려(伴侶)를 찾아 온 나라를 뒤지는데 이것이 퍽 어려워 조언(助言)을 구하고자 왔소내 성격(性格)은 빈유(乳貧가슴 보듯 굴곡(屈曲)이 없고 내 창고(倉庫)에는 온갖 재보(財寶)가 가득한데 어찌하여 반려(伴侶)를 구할 수 없습니까?“ 하고 묻자 선생께서 숙고(熟考)하시지도 않고 해아(峐椏)하고 답하니 그자가 의관(衣冠)도 내팽개치고 도망가는데심히 부끄러워하는 모습과 의관(衣冠)아래의 금빛 옷가지가 영 맞지 않더라.


선생이 이후로도 헤아헤아 하고 답하다 소거수(燒据獸)가 걸어나오자 질문(質問)은 듣지도 않고 해아(偕瘂)하고 답하고 청년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니,


모온붕(牡溫朋)이 허탈(虛脫)해하며 말하길 먼 길 오신 것이 허사(虛事)였구려참으로 안타깝소하는데 정작 소거수(燒据獸)는 웃고 있더라.


어찌하여 웃고 계시냐 물으니소거수(燒据獸답하길 지혜로우신 선생(先生)께서 내가 찾던 이가 멀리 있지 않음을 알려주셔서 그렇습니다“ 하더라.


아연실색(啞然失色)한 모온붕(牡溫朋)에게 소거수(燒据獸)이어 말하는 것이, 

본디 오거(傲巨)란 천성이 거만하고(난폭하며 덩치가 크나(남녀관계에 있어서 쉬이 놀라 겁을 먹으니어릴 적부터 함께하여(그 용모(容貌)가 단정(端整)한 어린아이(), 즉 해아(偕兒)에게 구애(求愛)하라 이르신 것입니다.


또한어울리지 않게 의관(衣冠)을 갖춘 자는 대오노라(大旿努摞)인데(나라의 왕이며 백성의 얼굴에 밝은(기색(氣色)이 가실 날 없고사시사철 나라를 다스리는 데 힘쓰며(나라를 정돈(하는 이라 대오노라(大旿努摞)라 불립니다그 용모(容貌)가 빼어나고 무관(武官문관(文官)을 통틀어 그 능력을 견줄 자가 없으나그 때문에 뭇 남성들이 어려워하고 본룡도 남자(男子대하는 것이 마치 뒷간 가는(어린아이가 걷는듯(위태(危殆)롭고 미숙(未熟)하니 사람들이 아다(屙跢)라고 부릅니다자신의 이런 성질을 고치지 아니하고 오직 반려(伴侶)를 찾을 방법만을 구하려 하니이 모습이 민둥산()에서 가장귀(나뭇가지의 갈라진 부분), 즉 해아(峐椏)를 찾는 것과 같이 어리석다고 하신 것입니다

저를 보시고 곧바로 해아(偕瘂)라 하신 것은 본디 소거수(燒据獸)란 주인(主人)과 함께하는 자들인데 소거수(燒据獸)하나가 섬기는 자 없이 답을 구하러 왔으니 이것이 주인을 찾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선생께서는 이를 아시고 저와 같이(), 질문을 하지 못해 벙어리처럼 된 자()를 모시라 하신 것입니다.“ 이었다.


이에 모온붕(牡溫朋이 감복(感服)하여 고개를 끄덕이는데, 소거수(燒据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손을 잡으니이는 곧 모온붕(牡溫朋)이 그 찾아 헤메던 주인(主人)될 자라는 것이라이후 한 사람과 한 몽무수(夢撫獸)가 정답게 담소(談笑)하며 고개를 내려가니 눈 먼 자도 이를 알면 천생연분(天生緣分)의 모습이라 경탄(敬歎)할 만하였다고 한다.


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