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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의 첫날이든 지루하고 졸린건 똑같은 걸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딴짓을 하고 있는것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교장의 말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서 무대 위를 쳐다보았고, 그곳에서 나온 것은 일반적으로 '교장'의 이미지에 들어가는 꼬장꼬장해 보이는 나이의 노년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미녀였다.

[반갑습니다, 아카데미의 생도가 된 여러분. 새로 교장 자리에 취임한 유설화, 라고 합니다.]

헌터로서 최상위급 랭킹은 TOP100에 들어갔었고, 최근에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대한민국의 영웅, 유설화.

외모의 묘사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 대충 미녀라는 단어로 퉁치고, 대한민국의 영웅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인성과 실력을 알 수 있지만, 나는 마냥 좋게 보이지 않았다.

1회차 때 나를 토막쳐서 나눠가진 이들 중 한명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훈화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였던 만큼, 입학식 때도 교장의 말을 듣는게 지루한데 첫날부터 강당에 모여서 또 들어야 하는게 얼마나 지루한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아카데미가 세워진지 나름 오랜 시간이 되었고, 그만큼 아카데미와 헌터 업계에도 이젠 고인물이라 할 것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본래 고인물이라 하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거나, 다른 이들을 방해하겠지만, 본래 '영웅들'이였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전임 교장이였던 이가 먼저 말을 꺼냈고, 고인물들은 이제 물러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기 위해, 그 프로젝트의 첫발이 바로 유설화였다.

정의로운 성격, 깨끗한 심성, 뛰어난 실력자임과 동시에 자신의 미모를 알고 무기로 활용할 줄도 아는, 적임자였으니까.

[이상입니다. 강당에서 서있느라 모두 고생 많았죠? 이제 하교하세요. 기숙사생들은 기숙사로 가시면 됩니다.]

와!!!!!!!!

아카데미 생도가 된다는 것은 성인이 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인데, 사람들는 모두 성인이 되어서도 빠른 퇴근을 좋아하는 걸까.

대부분의 생도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강당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거기 학생, 이리로 오세요."

나도 강당을 빠져나가려고 발을 옮기려 하는 그때, 무대 위에서 의자에 앉아있던 유설화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뭔가 변한 것이 있었나? 1회차랑 2회차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러 생각을 하며 머리가 복잡해진 나를 부른 유설화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앞으로 온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첫날부터 그렇게 티나게 졸면 안된단다. 알았지? 안 조는게 제일 좋지만... 너무 졸리거나 피곤할 수는 있으니까. 원래 다른 애들도 잡아서 혼내려 했는데, 너밖에 안 남아있으니 그럴 수는 없겠다."
"...아...넵."

[교장선생님, 유설화]
호감도:69♡, 첫날부터 조는 귀여운 아이
직업:(전)헌터, (현)아카데미 교장
특이사항:없음
불안:0%
질투:0%
의심:0%
망상:10%(점점 친해진 둘은 학생과 선생이라는 관계를 넘어... 너 뭔생각하니!)
※악성 망상병 환자입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상상만으로 손녀딸을 본 사이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잘 들어가렴. 다음엔 졸지 말고."
"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