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아빠가 재혼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없던 엄마와 누나가 생겼다.
 
 "얀붕아, 이거 좀 날라봐."
 "알았어."
 
 이젠 남자 둘이 아닌, 여자 두 명까지 포함한 네 사람.
 남들이라면 모르겠으나, 나는 새로운 식구가 늘었다는 점에서 흥분하고 있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짐을 나르던 중, 스쳐 지나가며 누나와 인사했다.
 싱긋 웃으며 지나간 누나.
 난생처음 보는 미녀가 내 누나라니,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아 두근거렸다.
 
 이후는 순조로웠다.
 포근한 인상의 새엄마와 자상한 누나, 행복해 보이는 아빠의 미소.
 더할 것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 후로 반년이 지난 지금도 우린 화목한 가족이었다.
 
 "누나, 누나는 남친 없어?"
 "음···. 왜? 궁금해?"
 "응, 궁금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를 보며 누나가 쿡쿡 웃었다.
 
 "왜? 왜 궁금한데?"
 "어··· 그냥? 누나 같은 사람도 연애를 하나 싶어서."
 
 청순.
 누나를 지칭하는데 이만한 단어가 없었다.
 
 친구들과 놀러 갈 때면 손에 쥐여주는 두둑한 용돈.
 나를 발견할 때마다 항상 방긋방긋 웃는 얼굴.
 배고프다 하면 새엄마 대신 밥을 차려주는 자상함.
 
 그야말로 완벽한 누나에겐 사생활이 없어 보였다.
 직장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항상 집에만 있었으니까.
 
 "누나는 너만 있으면 돼."
 
 살짝 감긴 눈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누나.
 
 "그게 뭐야."
 
 우린 그냥 서로 웃으며 넘겼다.
 나는 그게 농담인 줄로만 알았다.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누나가 한 그 말은 연인에게 하는 사랑 고백이나 다름없던 것 같다.
 
 "오늘은 누나랑 같이 잘까?"
 "음··· 그래."
 
 오늘도 몸이 막 떨리나?
 누나는 자주 나에게 같이 자자며 내 방을 찾아왔는데, 그 이유가 바로 누나의 병 때문이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누나의 말로는 내가 있으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엉터리였지만, 그때의 나는 우리 누나가 거짓말 할 리가 없다며 그저 순수하게 믿었었다.
 
 "후으···. 얀붕이 몸은 따뜻해서 좋네······."
 "누, 누나 너무 달라붙지는 마."
 
 매번 이렇게 몸을 밀착시켜오는 누나는 적응되지 않았다. 누나가 편하게 자면 뭐하나 내가 못 자겠는데.
 
 옆에서 두 덩어리의 푸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얼굴이 단번에 빨개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으··· 이래서 누나랑 자는 게 불편해···.
 
 누나라는 사람에게 욕정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나보다 긴 누나의 다리가 내 몸에 얽히고 내 팔은 누나의 가슴에 안겨있었다. 진짜 미칠 지경이었다.
 
 누나는 가족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심호흡하며 커다래진 것을 잠재우려 하지만, 그때마다 누나의 고약한 잠버릇이 나를 방해했다.
 급기야 나를 자신의 품에 안은 누나.
 내 체구가 작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누나의 곁에 붙어서 몸과 몸이 맞닿게 돼버렸다.
 
 "누, 누나 일어나 봐···. 으, 아, 어떡하지······."
 
 나 진짜 어떡해···.
 나를 꽉 껴안은 누나에게 알아채라고 내 몸을 조금씩 흔들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누나의 더욱 격해진 포옹이었다.
 
 누나의 느슨한 숨결이 내 머리에 닿고, 몸에는 여기저기 매끄럽고 연한 감촉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더 격한 누나의 잠버릇에 내 것은 더욱 빳빳해져만 갔다.
 
 그때였다.
 아래쪽에서 느껴진 아찔한 느낌.
 따뜻하면서도 상냥한 손놀림은 나를 당황시켰다.
 
 "누나···? 안 자는 거지? 응?"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누나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물건은 더욱 커져만 갔고, 그에 따른 내 심장도 터질 것만 같았다.
 
 이젠 진짜 못 참겠다.
 무언가 나오려는 신호에 누나의 손을 잡았지만, 터무니없는 누나의 힘에 손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응, 그, 아앗······!"
 
 아, 아아······.
 강렬한 사정감이 들었다.
 나오고 만 것이다.
 
 내가, 내가 이런 변태였다니···.
 
 쾌락은 곧, 죄책감으로 변했다.
 자상하게 대해준 누나를 볼 면목이 없어서.
 나를 믿어준 누나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찡그렸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벅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는 누나에게 안긴 몸을 웅크리고 흐느꼈다.
 
 토닥토닥.
 누군가 내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미안해······. 누나가 너무 심했지···?
 
 누나에게 미안하다며 사죄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때, 난 처음으로 누나에게 섬뜩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내뱉고 있던 말과는 다르게, 웃고 있던 입.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가, 환희에 젖은 그 얼굴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등에서 느껴진 자상한 손길에도 나는 몸을 떨며 밤을 지새웠다.
 
 죄책감에서 바뀐 두려움으로 인해.
 
 
 ***
 
 
 "일어났어? 밥해줄까?"
 "아니, 괜찮아···."
 
 누나를 보기 거북했던 나와는 달리, 누나는 평범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모습에 순간 내가 꿈을 꾼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 잊자. 그냥, 그냥 꿈이었던 거야. 내가 미쳤나 보다.
 
 하지만 누나는 날 가만히 냅두지 않았다.
 
 똑똑똑.
 
 누구지?
 노크 소리에 문을 열면, 가벼운 차림을 한 누나가 있었다.
 헐렁한 티셔츠에 검은색 돌핀팬츠를 입고 있던 누나는 방금 씻고 온 건지,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다.
 
 "오늘도 누나랑 같이 잘까···?"
 
 스쳐 지나가는 그 날의 기억.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누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불 끌게?"
 
 딸깍.
 
 불이 꺼지고 누워있던 내 옆에 누나가 다가왔다.
 지난번 일 때문에 몸이 지나치게 움츠러들었던 나에게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수마에 빠져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눈꺼풀이 닫혔다.
 
 
 
 
 찌걱찌걱.
 끈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눈을 뜬 나에게 보이는 건 꿈이었다.
 
 상냥한 내 누나가 눈앞에서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혀를 내밀며 끈적이는 침을 줄줄 흘리고, 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위에 올라탄 누나는 괴물이었다.
 
 아니야, 내가 알던 누나는 이런 괴물이 아니야.
 꿈도 이런 꿈을 꿔? 내가 미쳤지.
 누나가 이런 천박한 사람일 리가 없는데.
 
 그런 내 생각은 그저 허무한 현실도피에 불과했다.
   밑에서 느껴진 뜨거운 질감은 나를 꿈에서 꺼냈다.
 
 "누나··· 읏, 뭐, 하는 거야······!"
 
 이게 대체······.
 누나는 잠에서 깬 나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였다.
 툭 하고 건드리면 맞닿을 거리.
 그 거리에서 누나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뚝.
 눈 밑에 무언가 떨어졌다.
 뚝, 뚝, 뚜둑.
 한 방울, 두 방울. 내 볼을 적신 그것은 눈물이었다.
 
 "미안해···. 누나가 못 참아서···. 너무 사랑해서 미안해······."
 
 그러고 누나는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거침없이 내 입속을 탐하는 누나의 혀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구석구석을 핥아대고 내 혀를 찾아낸 누나는 짐승같이 자신의 혀와 내 혀를 얽으며 밀고 당기며 빨아댔다.
 
 "푸하······!"
 
 하아, 하아. 거친 행위에 겨우겨우 숨을 내쉴 때, 누나는 다시금 내 입술을 덮쳤다.
 누구의 침인지 모를 정도로 하나가 됐던 우린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누나···."
 
 나와 이마를 맞대고 있던 누나는 입술을 오므리다, 입을 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였어···. 이런 귀여운 애가 내 동생이라 너무 좋았어. 근데··· 갈수록 주체가 안 됐어. 네가 내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거든. 모든 게 거짓말 같던 남자들이랑 달라. 나를 사랑한다고, 평생 함께 있고 싶다는 그 말들이 전부 진심으로 다가왔어."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볼을 자상한 손길로 어뤄 만지는 누나.
 
 "그거 알아? 우리 엄만 너랑 새아빠가 없으면 웃질 않아. 난 그걸 20년 넘게 봐 왔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엄마가 이해가 되더라.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나만을 위해 웃어준다니, 엄마가 새아빠를 보며 느꼈던 기분이 이런 걸까······? 넌 너무 솔직해서, 감히 내가 손대기 무서울 정도로 순수해서 네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아졌어."
 
 누나가 애달프게 웃을 때도 난 내가 들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누나가 나를 좋아한다고···?
 이건, 이건 내가 바란 가족이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는 뭐지?
 나도 마찬가지일 리가 없는데······.
 
 "누나··· 이러지 마. 우린 가족이고 누나와 동생이야···.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누나도 알잖아···."
 
 또다시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려는 누나를 밀어냈다.
 충격에 빠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누나.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이래선 안 됐다.
 평범한 가정은 남매가 서로 사랑하는 것 따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니까.
 
 "누가··· 누가 정했는데? 우린 피도 안 섞였어. 진짜 가족도 아니라고. 그런데 우리가 사랑하면 안 돼···? 왜······?"
 "누나, 제발······."
 
 헝클어진 머리가 내려오며 누나의 눈을 가렸다.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문 누나가 내 팔을 베개 옆으로 들어 올리고 강하게 움켜잡았다.
 
 "누나···? 아, 안 돼. 안된다니까······! 으, 읏!"
 
 말이 없어진 누나가 허리를 흔들었다.
 내 팔을 세게 잡은 누나는 반항을 시도조차 못 하게 만들었다.
 이럴 땐, 선천적으로 약한 내 몸이 원망스럽다.
 나와는 반대로 누나는 장신이었으니, 나는 말 그대로 누나의 힘에 굴복당했다.
 
 힘없이 침대에 축 늘어진 내 팔을 보고 입꼬리를 찢어질 듯이 올린 누나는 허리를 더욱 거세게 흔들었다.
 
 팡. 팡. 팡.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내가 지금 하는 행위를 더욱 잘 알려주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누나의 몸에서 시선을 피했다.
 그럴 때마다 누나는 내 두 팔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내 얼굴을 잡아, 억지로 누나를 보게 만들었다.
 
 내가 봐 온 여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큰 가슴이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군살 한 점도 없는 매끈한 허리 라인과 더욱 야한 라인의 엉덩이.
 흰 티셔츠는 커다란 가슴 위에 걸쳐놓고, 돌핀팬츠는 나와 이어진 부분을 위해 살짝 옆으로 벌려둔 채.
 
 그런 어슬프게 옷을 입은 광경이 나를 더욱 흥분시켰고 죄악감에 몰리게 만들었다.
 
 난 그런 누나가 내가 알던 누나가 아닌 것 같아서, 상냥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보기 힘들었다.
 머리로는 안된다며 부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솔직했던 몸이 쾌락에 젖어, 더욱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아채자,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나 스스로가 너무 역겨웠던 탓에.
 
 "하아, 하아···. 사랑해···. 사랑해······!"
 
 누나가 귓가에 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도 사랑한다고 말해줘. 어서."
 "싫어···. 윽···!"
 
 내 귓볼을 세게 문 누나.
 잘근잘근 씹으며 끈질기게 답을 요구하던 누나에게 나는 다시 한 번 굴복했다.
 
 "사, 랑해···."
 "더. 더···!"
 "좋아해···. 사랑해.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해······! 누구보다도 사랑해···!"
 
 애정을 갈구하는 누나와 애정을 주는 나.
 내 말을 들을 때마다 더욱 크게 들리는 교성, 누나의 신음, 꽉 조이는 하체, 황홀한 눈동자와 더없이 만족스럽다는 미소.
 누나와 나는 그렇게 반복되는 광기에 사로잡힌 새벽을 보냈다.
 
 
 ***
 
 
 
 "그래도 다행이다. 얀순이, 네가 없었으면 우리 얀붕이 혼자 자취할 때 큰일이었을 텐데. 덕분에 아빠가 안심된다."
 "뭘요. 누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얀붕아, 너도 누나한테 잘해야 된다. 집도 사주고 다 챙겨주는 누나가 네 누나 말고 어딨냐. 가서도 말 잘 듣고 누나한테 반항하지 마라. 알겠지?"
 "······ 네."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
 
 ··· 이런 누나가 세상에 없긴 하다.
 난 이제 누나를 누나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이제 단둘이네···."
 
 두 분이 사라지고 난 뒤, 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스타킹을 신은 누나는 허벅지를 나에게 비비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누나의 집에 도착하면 더는 도망칠 수 없겠지.
 부모님을 비롯하여 내가 알던 지인들까지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든 누나에게서 벗어난다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바지를 벗기고, 껴안고, 얽히고······.
 미래가 어두웠다.
 한숨을 내쉬고 모든 걸 포기한 나는 누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좋아라, 몸을 크게 들썩거린 누나는 그 자리에서 활짝 핀 웃음으로 나를 들어 올리곤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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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얀순이 좀 써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