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붕이는 소위 밑바닥에서 올라온 케이스였어.


고아였던 얀붕이는 원래 신전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성기사로서의 재능을 눈여겨본 신전의 기사에게 제의를 받아 기사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어.


남자인데다가 고아이기까지 했던 얀붕이는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그 뛰어난 재능과 신앙심을 인정받아 점점 높은 자리로 올라가더니,


열여덟살의 젊다 못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팔라딘의 칭호를 받고,


이례적으로 성녀의 남성 호위기사로 발탁되었어.


성녀는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않았기에, 


자기 사람을 만들 목적으로 얀붕이를 이례적으로 발탁한 거였지


감히 성녀의 호위기사 자리에 남자를 앉히다니 불경이다 뭐다라는 말이 많았지만,


정작 그 호위기사를 임명한것이 성녀 본인이라는 것을 직접 공표하고, 


얀붕이가 점차 실력을 본격적으로 보이자 그런 말은 이내 쏙 들어갔지.


그리고 얀붕이에게 또한가지 행운이 찾아왔지.


그건 바로 교도국의 열두개의 지파중 가장 높은 권세를 가져,


나라안의 또 하나의 나라라고 불리던 대공가와의 혼담이였어.


강력한 무력을 중시했던 대공가에게 팔라딘인 얀붕이는 훌륭한 남편감이였지.


비록 그 혈통자체는 한미했지만, 얀붕이의 무력과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지.


또한 다른 가문에게 간섭받지 않을 수 있겠다는 계산도 들어가 있었지


대공녀는 처음에 얀붕이를 만났을때는 틱틱되며 차갑게 나왔지


그녀는 대공가의 후계자인 동시에 성기사단의 단장이기도 했어


원래 자기네 기사단 쪽에서 성녀의 호위를 배출할 생각이였는데, 


어디서 듣보잡이 그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것에 대공녀는 얀붕이를 더욱 곱게 보지 않았어 

 

대공녀는 얀붕이에게 첫 대면부터 너와 나는 기본적인 신분부터가 다르니


 건방지게 굴 생각말고 얌전히 복종하라며 으름장이나 놓았지만,


몇 달 후부터는 정작 대공녀가 얀붕이에게 푹 빠졌는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것처럼 굴었어.


대공녀의 가신들도 어이가 없어할만큼 그녀의 태도는 빠르게 돌변했지 


그럴 수 밖에 없던것이, 얀붕이는 확실히 수동적이고 골빈 다른 남자들과는 차원이 달랐어.


진취적이고, 무력도 뛰어났고, 그러면서도 신앙심이 깊어 타인에게 친절했고 정직했어.


그러면서도 외모 역시 은근히 공녀의 취향에 쏙 들었기에,


그녀가 진심으로 얀붕이를 자신의 반려로 생각하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


성녀가 왜 얀붕이를 선택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지

 

다만 이때부터 항상 얀붕이와 함께 있는 성녀를 질투하기 시작했어


성녀는 결혼은 물론 성행위조차 할 수 없는 몸이였지만,


그럼에도 대공녀는 아름다운 성녀를 매우 위험하게 여겼어.


어쨌튼 몇년간 약혼은 차례차례 진행되어 갔고, 그동안 성녀를 노리는 세력들도 무수히 등장했지만, 


얀붕이의 헌신적인 호위에 의해 성녀는 무사히 그들의 세력을 제압해갔어.


이때, 성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감정이 조금씩 싹트는 것을 깨닫았지만, 애써 그것을 무시했지.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얀붕이가 스물 한살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큰 비극이 닥쳐버린거야.


'악마의 낙윤'


악마와 간통해 태어났다는 아이에게 나타난다는 낙인.


사생아의 표식, 이것을 달고 있는 이상 교도국에서 결코 얼굴을 들고는 살 수 없었지 


이유조차 모르게, 어느날 아침 눈을 뜬 얀붕이의 몸에 이것이 새겨져 있었어.


이 저주스러운 것이 왜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지 얀붕이는 혼란스러워 했어.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아, 얀붕이는 하는 수 없이 이걸 감추고 살았어.


들키는 순간 자신의 모든게 무너질 테니까.


대공녀나 성녀에게 말할까 무수히 고민했지만, 일말의 두려움이 그것을 막아섰어.


그러던 어느날, 성기사들이 갑자기 얀붕이에게 들이닥쳤어.


얀붕이가 가장 신뢰했던 시종이 얀붕이의 낙인을 밀고한거야.


그녀만큼은 믿고 낙인을 보이는 것을 허락했지만 그 어리석은 생각이 이런식으로 돌아온 것이지.


억울함을 토로할 틈조차 없이, 성기사들에 의해 순식간에 등에 있는 낙인이 드러나버리고, 


얀붕이는 그대로 지하감옥에 수감되었고 그때부터 얀붕이의 지옥이 시작되었어.


얀붕이는 결백을 주장하며, 제발 성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청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너를 유죄선고한것이 다름아닌 성녀였다는 것이라는 걸 간수에게 듣고,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어.


심지어 한번은 성녀가 얀붕이에게 직접 찾아와,  얀붕이를 악마의 종이라고 힐난하며, 


그동안 속셈이 무엇이였는지 고하라며 다그쳤지.


자신을 몸바쳐 구하려 했던 것도 다 악마를 위한 행동이였냐며,  


얀붕이의 그간의 충정과 헌신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성녀는 매정하게 떠나버렸어.


그 다음 찾아온 사람은 대공녀였어.


혹시나 자신을 구해주려고 온 것인가 해서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만나자마자 얀붕이가 받은 것은 날카로운 따귀뿐이였지.


이미 열두지파에는 대공녀의 약혼자가 낙인의 소유자라는 것이 모두 소문나 대공가의 명예는 땅에 추락했어


그리고 대공녀 역시 교도국의 신민답게 신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했기에,


 악마의 자식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매우 분노한 상태였어


그동안 자신의 간이고 쓸개고 빼줄듯한 행동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라고 생각하니 화가 더욱 치밀었지


대공녀는 분노에 차 얀붕이를 악마의 자식, 걸레라고 모욕하며, 직접 채찍으로 분이 풀릴때까지 때려댔지.


살점이 채찍의 유리조각에 패여 떨어져 나갈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얀붕이에게 있어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한때 상냥했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버렸다는 것이였어.  


마지막으론 그동안의 얀붕이와 함께 했던 시간을 저주하며 파혼을 선고하고 가차없이 떠나버렸어.


그 후, 본격적으로, 죄를 자백하게 하기 위해서 무수한 고문들이 시작되었어.


고문을 맡은 것은 이단심문관, 얀붕이는 그녀와도 면식이 있었어.


본래 이단심문관은 같은 교단 내에서도 배척받고 두려움을 사는 존재.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밝게 대해준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얀붕이였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 따윈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얀붕이를 고통스럽게 고문했어.


살점을 인두로 지지고, 뼈를 긁어내고, 손발톱을 뽑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몸이 걸레짝이 될때까지 고문했고 마침내 얀붕이는 거짓 자백을 하고 말아.


자신의 아버지는 악마이며 간통을 하여 자신을 낳았고 그 힘을 빌려 성국에 혼란을 조장하려 했다고.


그제서야 지옥같은 고문이 끝났지.


얼마뒤, 감옥에서 며칠째 방치된 얀붕이에게 신성재판이 선고되었어.


재판장에서 성녀는 얀붕이에게 싸늘하게 고하지.


'악마와의 간통은 화형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나,


그동안의 공로를 생각하여, 죽음은 면하게 해주겠다.


허나, 그대의 모든 성력을 폐쇄시키고 검을 들 수 있을 힘줄을 끊는 형벌을 내린다.


또한 다시는 그대가 이 교단에 발을 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의 파문선언, 


사실 어찌보면 목숨을 빼앗지 않은것 만으로도 그들 입장에선 매우 자비로운 판결이였겠지


얀붕이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모든 것을 잃고 교단에서 쫒겨났지.


그나마 일이 커지는 것을 원채 싫어하는데다, 신민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인지, 


대중들 앞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것 만큼은 피할 수 있었어


얀붕이는 자살을 무수히 고민했지만, 그가 믿는 종교는 자살을 가장 큰 죄악으로 생각해 


엄격하게 금지시켰기에 간신히 그것만을 피했지.


하지만 얀붕이에게는 돈도 가족도 직위도 심지어 평범한 단순노동조차 할 능력이 없었어.


힘줄일부가 잘렸기에 무거운 것 조차 들기 힘들었지


결국 이런 몸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몸을 파는 일 뿐이였지.


제 아무리 신앙심을 외치며 고결한 척 하는 교도국이였지만 그럼에도 창관은 암암리에 존재했지


다행히 얀붕이를 받아준 창관이 단 하나가 있어서, 얀붕이는 이곳에 몸을 팔며 살아가게 되었어.


몸은 상처투성이더라도, 기본 외모는 워낙 빼어난대다가,


전직 성기사였다는 매력적인 타이틀이 은근히 부호과 권력자들을 끌여들였지.


신의 교리까지 어기며 연명하는 상황에 얀붕이는 극심한 우울증에 젖어, 


화대를 거의 전부 싸구려 술과 마약을 사는데 쓰며 살았지.


하루는 대공녀가 얀붕이를 찾아온적도 있었어.


그녀는 잠시 얀붕이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처지일것이라고는 생각못했는지 잠시 당황한듯 했지만,


곧 대공녀는 그의 처참히 몰락해버린 처지를 비웃으며,


자신은 곧 다른 남자와 약혼할 예정이니 걱정말고 몸이나 팔라며,


화대라며 지폐를 바닥에 내던지고 떠나버렸지.


그때부터, 얀붕이는 이전보다도 더 우울해지고 복용하는 술과 마약의 양도 급증해졌어. 


그것들은 빠르게 얀붕이의 몸을 좀먹고 있었지


어찌나 분위기가 우울했는지 왠만하면 남 걱정안하고 살던 포주조차 얀붕이의 상태를 심각하게 여겼지.


이제는 신의 말씀이고 뭐고 그냥 자살하고 말까라는 생각이 가득 차있던 얀붕이에게,


신이 그를 가엽게 여긴것인지, 운명을 바꿀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어.


그날밤, 얀붕이의 삶을 뒤집을 손님이 특별한 화대를 들고 찾아온거야







이번엔 비슷한 주제로 2개를 동시연재하려고 함

사실 예전에 써놓은건데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일단 지르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