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19.
양가 허락 받았고
주변 모든 사람이 결혼하길 원했고
모든 상황이 완벽해서 우리는 거리낄게 없었어

바로 상견례 날짜 잡고 서로 2주 정도 조율 했지  
결혼 날짜와 장소는 우리끼리 정하겠다고 미리 허락을 받아 놔서 이야기 할 거리도 별로 없었어

조율기간이 짧았던 만큼 상견례는 하하호호하고 부드럽게 끝났어

그때부터 양가 부모님한테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메세지가 왔어
뭔 일 났나 싶어서 전화 받아보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대충 조금 더 고민해야 말씀드릴 수 있겠다 하니까
알겠다 하시면서 끊으시는데
기대, 불안, 초초함이 단촛물 비율로 느껴지더라고


사실 제일 결정이 힘든 건 우리였어
난 연이가 원한다면 결혼을 당장 다음날 해도 괜찮았는데
연이가 많이 고민하더라고


다리 상태가 문제였어
재활 추이를 보면 어림잡아 1년 정도면 완치 될 거 같았거든


인생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결혼을 휠체어에 타고 해야 한다니
내가 생각해도 평생 후회할 거 같았어 


그렇다고 결혼 두번 하는 건 내가 허락 안 해줄거야


긴 고민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2020년 10월에 결혼하기로 했어


결혼까지 텀이 너무 길다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우린 이미 1년 가까이 같이 살았다고 안심시켜 드렸어
 

연이는 다리 다 낫고 신혼 여행으로 떠날 여행지를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어.
하와이부터 몰디브, 셰이셀, 발리까지
유명한 곳 부터 처음 들어보는 온갖 관광지까지 다 검색해봤지


일주일 내내 어디 갈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


연이가 약간 선택장애가 있어서 걱정했지만 시간은 충분했으니 조급하게 결정할 필요도 없었어.


시간은 빠르게 지나 2020년 10월...
결혼은 고사하고 어디 나가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됐어


호텔에서 스몰웨딩하기로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나하나 다 설득해서 결정했는데 
정작 결혼식을 못 올리니 그때까지 했던 노력이 뭘 위해서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



연이는 결혼식 하기로 한 호텔 예약을 취소할 때까지는 어떻게 눈물을 참았는데
웨딩플래너 계약을 취소하니까 너무 서러웠는지 하루종일 펑펑 울었어


슬퍼하는 연이한테 그냥 연애생활이 조금 더 길어지는 거 뿐이라고 달래줬어


그렇게 다음 달이면 괜찮아지겠지 다음 달이면...을 반복해서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연이는 배우자(진) 상태야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결혼이란 단어는 금지어가 됐어


내가 달래준다고 연애 할 때는 애 키우는 고생 안 해도 된다고 하니까
오히려 그때마다 원하는 자녀 숫자가 점점 늘어나서 이젠 2남 1녀를 키우고 싶대...



연이 다리는 완치 됐어
그냥 꾸준히 재활치료하니까 결국엔 빛을 보더라고
드라마틱하게 회복한 건 없어서 이거에 대해선 더 쓸 말이 없네

요새는 산책 중독되서 맨날 나가자고 졸라
몇 년 동안 다리 못 움직이던 거에 한이 맺혔는지 몸 움직이는 건 뭐든 하고 싶어 해

이번주에 매일 쓸려고 했는데 못 올린 것도
연이가 갑자기 블랭핑크 춤 배우고 싶다고 하루종일 춤추다가 몸살나서 간호해준다고 못 올린거야...


+연이한테 이거 올리는 건 들켰어
화장실 잠깐 갔다 온 사이에 글 써놨던 거 보고 이거 뭐냐더라고
다 읽어보더니 자기를 울보에 색마에 아무 능력 없이 나한테 기대서 산 거처럼 묘사해 놨다고 혼났어

전에 우리 연애 이야기 올려도 되냐고 은근슬쩍 물어봤거든
그때 같이 야한 것도 올려도 된다고 허락 받았는데 기억 안 난대



난 지금은 백수야
취뽀 해보려고 했는데 지금 구인하는 괜찮은 회사 자체가 없더라고
그래서 이 기회에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써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려고 해


...이게 끝이야
마지막이 밍밍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게 내 인생인 걸 어쩌겠어


모두 행복하게 살아!
코로나 끝나서 우리 빨리 결혼하게 기도 좀 해주고 ㅋㅋ



마지막으로 얼굴 보고 하면 부끄러워서 못할거 같은 말 여기 적을게

마음을 놓지 않고 날 기다려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네 곁에서 널 지켜줄게
이때까지 해 왔던 것처럼





끝까지 읽어준 모든 사람들 고마워!

그럼 내 썰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