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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 https://arca.live/b/spooky/23897522

이어지지는 않아


다시 말하지만 나는 31사단 해안감시병으로 일했어

우리 사단의 구역이 신안도 포함이라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여기서는 완도를 얘기해보려해

내 관할 구역은 완도 해남 진도 였고, 우리는 감시를 해야하니 해경이랑 많이 연관돼 있었어.



예를 들어 죽굴도 같이 사람이 2가구 사는 곳에 해경정을 타고 가서 물을 나눠준다거나,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가 해경에 연락하거나 했어

물론 해군이랑도 항상 전화를 해야했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해경이니깐 넘어갈게.


어느날 평소처럼 레이더나 보면서 멍 때리고 있었어

왜 꼭 사건은 빨간날에 터지는걸까

우리는 감시를 이유로 빨간날이라는게 없었어


그날도 막 설 연휴 중이라 다들 신나하고 있었어

감시도 대충하고 사지방이나 TV 특선 영화 볼 생각에 신나서 상황실에서 그 이야기나 하고 있었지


그때 해경에서 연락이 온거야

어부 한명이 실종이 됐데

자신의 선외기(작은 어선이라 생각해) 는 집에 두고서 유서 비슷한 거를 쓰고 사라졌다는거야.


덕분에 분대장이던 나는 연휴에 애들 몇 데리고 육경정을 타야했어

군번이 꼬이고 운이 좋아서 조기 진급을 두번 했거든.

그래서 간부들이 앵간하면 날 보냈어


솔직히 찾을 생각도 딱히 없어서 완도나 한바퀴 돌아야지 하고 육경정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VIS라고 어선에 다 붙이는 센서같은게 있는데 이게 신호가 왔다는 거야.


집에 있다는 선외기가 완도 어장에 있다네?

이게 말이 안되는게 이 기기는 배에 붙이는거라 땔 수 없고 지금도 그 고유 번호는 경찰이 조사 중에 있는 선외기에 뜨고 있단 말이야.


근데 자꾸 특정 부분에 VIS가 떴다가 꺼졌다가 하는거야

마치 배가 두개 있다는 듯이

모든 배에는 우리 주민등록증처럼 고유 번호가 있어서 말이 안된단 말이야


근데 우리가 누구냐?

까라면 까야지. 말이 되든 안되든 일단 가야했어

가보니 역시나 아무것도 없지.


없다고 보고하고 다시 복귀하려는데 후임이 저기 배가 있다는거야

아무도 안보이는데 혼자 지랄하니까 머리 한대 쥐어박았지


근데 억울한지 한번만, 딱 한번만 가달라는거야

어차피 망한 연휴. 말 들어줬지.


가봤자 별게 있겠냐? 어장이 넘치지

그냥 쓰레기랑 드럼통, 부표 같은게 어장에 걸려 있고 배는 보이지도 않았어

후임 대가리 한대 더 쥐어박고 복귀했어

끝까지 억울하다며 진짜 봤다는데 말이 되나 이게.


근데 신기한거는 해경 왈, 그날 밤에 후임이 봤다는 위치에서 시체가 발견됐데

우리가 갔었을때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시체가 흔하게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타살도 아닌 자살이면 바로 보였을거야.


역시 배는 없었고, 헤엄쳐서 갈 수 없는 거리.

개인 소유의 어장 위에서 자살한거야.

문제의 배는 움직인 기록도 없었어.


후임이 본 그 배는 뭐였을까?

자신을 찾아달라는 메세지였다고 주장하는 후임 대가리 다시 한번 때렸던 기억이 남아 글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