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평범한 삶을 지향하고 있었다. 


 어릴 때 항상 같이 다니고 종국에는 연인까지 된 소꿉친구와 달콤한 연애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와 사귀고 있던 그녀, 로젤리아가 용사로 발탁되기 전까지는.


 그래, 이런 말로는 그녀와 헤어지게 된 변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녀가 용사로 발탁이 된 날 밤. 로젤리아는 애써 자신이 용사라는 것을 숨겼지만 그 전에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던 나는 어렵사리 이별의 말을 그녀에게 고했다.


 한참을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하던 그녀를 애써 뿌리쳤다.


 적어도 나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있어서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와 이별을 선택했다.


*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마을에서 약제사라는 직업을 차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었다. 


 약초가 더 이상 나지 않는 겨울, 아침부터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날씨라면 나가지도 못하고 손님들도 찾아오지 못한다. 나는 정문에 '닫음' 팻말을 걸어두기 위하여 문쪽으로 걸어갔다.


 팻말을 문에 걸던 도중, 문 유리를 통해 누군가가 이 쪽으로 뛰어오는 것아 보였다.


 희미하게 들리는 철이 부딪히는 부츠 소리가 그가 기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철 부츠를 신을 정도의 무장이라면 이 마을의 문지기밖에 없을 터. 나는 문을 열어 빨리 들어오라고 외쳤다.


 "아서! 빨리 들어오게나!"


 문지기, 즉 아서는 가게 문에 뛰어 들어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도착했다. 나는 아서가 도착하자 문을 닫고 아서를 손님용 테이블에 앉혀 진정시켰다. 


 아서는 쓰고 있던 철 투구를 벗어 자신의 금발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투구 위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무슨 일로 찾아온건가? 아서."


 "그게 말이야, 끝났다고. 3차 원정이."


 "누구의?"


 "로젤리아! 아니면 누구겠나?"


  적당히 찻잎을 우려내 아서의 앞에 놓아주던 나는 그대로 굳어 재차 되묻고 말았다.


 "누구라고?"


 "용사! 로젤리아 스플렌시아 말일세. 평소에는 열이면 열 척척 알아듣던 친구가 왜 이러는건가?"


 나는 아서의 앞쪽에 앉으며 그의 얘기를 더 듣기로 결정했다.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돋는 오한에 몸을 추스리며 차를 홀짝였다.


 "그래서?"


 "하, 이 답답한 친구야. 로젤리아 일행이 원정이 끝나면 항상 이 마을을 들리지 않았지 않은가?"


 그런 패턴이 있었던건가? 불시에 숨어드는 일은 없어지겠다. 


 "오, 그 생각을 못 했군. 또 한바탕 난리 나겠군 그래. 언제쯤 들릴 것 같나?"


 "들리는 바로는 바로 오고 있다던데, 아마 내일 모레쯤이면 오겠구만."


 "그래? 제니스 아저씨한테 전해주게나. 내일 모레는 못 갈 것 같다고. 아니, 한 동안은 못 갈 것 같네."


 "그러고보니 2차 원정이 끝났을 때도 자네는 보이지가 않았지.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말 못하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네."


 "말 못 할 거는 아니지만... 그냥 로젤리아랑 어떠한 일이 있어서 말이지."


 "에이, 알려줄거면 다 알려주지 그래?"


 "좋아, 숨길 것도 없지."


 말하기 전에 바싹바싹 말라가는 목을 차를 들이키며 축였다. 아서도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자세를 바른 자세로 고치며 나와 눈을 맞추었다.


 "그래, 뭐. 어릴 적에 로젤리아와 내가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테지?"


 "알지. 마을에서 유명할 정도야."


 그렇게까지 퍼져 있었나? 이건 나도 지금 알았다.


 "나는 그녀와 단순한 친분이 아니라 연인이었었네."


 나의 강력한 한 마디에 그는 머금고 있던 차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진짜?! 정말로 연인이었나?!"


 "그래. 헤어지긴 했지만 말이야. 내가 그녀의 걸림돌이 될까봐, 이런 약재사 따위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녀의 앞길에 방해가 될걸세. 그리고..."


 흥분하며 침을 튀기던 아서는 나의 말에 급격스레 조용해졌다. 


 이 정도라면 알아 먹었겠다, 싶어 할 말을 멈추었다.


 "뭐, 그런 이유지."


 나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정리하다 남은 약재를 마저 정리를 하려 함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서에게서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로젤리아의 성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마을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가족 아니면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왕정 기사단에서 파견 온 일개 병사가 그 성을 어떻게 알겠는가.


 "응, 그런 이유였구나."


 남성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먼, 아주 익숙한 목소리. 


 나는 서서히 돋는 소름에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차츰차츰 돌렸다.


 "나는 지금도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왜 날 피하나 싶었어."

 "로젤, 리아.."


 방금 전, 아서가 앉아있던 곳에 조숙히 앉아있는 로젤리아가, 나를 향해 공허한 웃음을 꽃 피우고 있었다.


 뚫어져라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나 공허해서 그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어떻게, 어떻게..."

 "있지, 나. 상처 많이 받았다? 네 성격에 내게 방해가 된다면 그야 물론, 헤어지겠지 응."


 범접해오는 차가운 공포감에 중간부터 로젤리아가 말하는 것이 제대로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피한 또 하나의 이유.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날 그렇게 내팽겨치고 못됐어 못됐어."


 "그래서 말야. 벌을 좀 줄까 하는데♡"


 용사, 로젤리아 스플렌시아는 나를 광애(狂愛)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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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열심히 썼는데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다음 편을 쓸지 말지는 미지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