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서걱!

 

내 눈앞에 있던 곰이 일격에 쓰러졌다.


난 얀붕, 초급모험가로서 고블린을 상대하는 의뢰를 하고있었다.

하급몬스터인 고블린을 10마리 정도 상대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곰이 고블린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내게 덤비던 찰나 갑자기 나타난 금발의 무언가가 곰을 베어버렸다.


빛나는 은빛 갑옷에, 질 좋은 천으로 짠 서코트, 금발에 적당히 금색이 섞인 듯한 흰 피부, 그리고... 흔들리는 꼬리?

그 여기사는 날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


"... 그래서... 걔가 네 예전에 키우던 사냥개였다고?"


"응. 골드 리트리버였지."


얀붕이 친구인 얀돌이는 자기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얀붕이는 자기보다 커다란 기사를 무릎위에 얹혀놓고 머리와 턱을 마구 쓰다듬고 있고 여기사는 그걸 좋다고 받고 있다.

이렇게 보니까 영략없는 개와 주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보고싶었다.

그렇게 생각할때 마다 '야! 이쁜여자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있는거잖아!'라고 자꾸 현실이 들이닥쳤다.

꼬마가 여자를 쓰다듬고 있어. 그 뿐.


"넌...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쟤... 이름이..."


"얀순이야."


"얀순..씨가 저렇게 들이대도 그... 남자로서..."


"아, 일주일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구."


"익숙해진다고?"


"얀순이가 인간중에서 되게 이쁜건 맞긴 한데, 같이 지내보니까 영락없는 얀순이니까. 그지?"


얀붕이가 귓바퀴를 쓰다듬다가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 긁어주었다.

얀순이는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대답을 대신했다.

얀돌이는 아무리봐도 애무하는 것 같은 광경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얀돌이 표정을 보고 얀붕이가 재차 말했다.


"아, 얘가 생전에... 전생에? 아무튼 귀를 긁어주는걸 되게 좋아했었단 말이지."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가차서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니까 익숙해진거면, 그동안은?"


"얘가 이런 몸으로 개일때처럼 막 나한테 치대니까, 좀 부담스럽긴 했지."


"그럼... 했어?"


"적응하는데 일주일 보다 더 걸렸으면 그럴진 모르겠는데,"


얀붕이가 얀순이의 손바닥 냄새를 맡았다.

아니 뭐하는건데.


"영락없는 얀순이니까, 그게 다른 인상을 전부 묻어버렸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데, 어떻게 돌아온거래?"


"음... 뭐더라?"

 

얀붕이가 자기에게 매달려있는 얀순이에게 말하자, 그녀가 대답했다.


"죽어서 하느님을 만났는데 다시 주인님을 만나고 싶어했더니 그렇게 됬어요!"


"라는데."


이젠 더 이상 태클 걸 부분도 없다.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얀순이는... 인간의 표정을 가지게 되니까 좀 무섭다고 해야하나.

당장이라도 얀붕이를 따먹을 것 같은 그런 기류가 흐르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니, 참고 있는건지 저게 진짜 개가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인건지...

자기네집 강아지도 날 저런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거북했다.

그러고보니 어느 마법사가 '개는 인간과 함께하는 것 만으로 행복하도록 키워졌다'라던데.


그래도 둘이 행복해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비로소 얀돌이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얀붕이와 얀순이는 근처 소도시에서 파티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남자들은 전부 얀순이를 노리고 왔다가 걔한테 물리거나, 얀붕이보다 약했다.

여자들은 전부 얀순이가 접근을 차단시켰다.


"여러분이 이 근방에서 유명한 그 파티인가요?"


그러던 차에 어떤 키 작고 깡마른 여자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소문이 나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무슨일이시죠?"


"저를 파티에 끼워주실 수 있나요?"


"역할군이 어떻게 되시죠?"


"마법사에요. 투검과 손쇠뇌를 쓸 줄 알고요."


"얀순아, 이 분은 어때?"


얀붕이라고 불리는 꼬마와 소년 사이의 남자는 금발, 강아지 귀와 꼬리를 매단 여기사를 품에 안고 쓰다듬고 있었다.

이렇게 보이지만 실력 만큼은... 이 도시가 아무리 쬐깐하다고 해도 수준이 떨어지는 곳은 아닌데 말이다.


"괜찮을 것 같아요."


"네. 그렇다네요."


"네?"


오히려 예상치도 못한 대답에 그녀가 당황해버렸다.

소문대로면 며칠사이에 여자만 수십명 넘게 커트당했는데, 왜 자기는 받아들여줬을까?


"왜죠?"


"그러게. 전부 쳐내더니 왜 갑자기 되는거야?"


"괜찮아요 주인님, 저 분은 경쟁자의 냄새가 나지 않거든요.

최소한 저나 주인님을 노리고 온 사람이 아니란거에요."


얀순이가 그 말을 하더니 마법사의 몸을 위아래로 훝어보고는 덧붙였다.


"경쟁자가 되지도 못할 것 같구요."


"야이 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