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돈이 모자라..."

얼마전의 대형작적으로 인해 S09구역 내 물자와 자금이 크게 적자가 났다.

작전은 성공 했지만, 작전 과정중 많은 손실을 입게 되었다.

카리나도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만을 바라봤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 카리나."

"..1년 내로 복구 불가합니다."

엘리트 인형들의 소체는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하게 비쌌고, 세계정세가 뒤숭숭한 지금 군수지원 용역을 쓰는 곳도 이미 마감, 마감, 마감.

"제길...."

최대한 자원을 아껴야 하기에, 퇴근 시간 또한 매우 앞당겨지게 되었다.

이게 실업자의 기분인가....라는 생각따위를 하며 터덜터덜 거리를 배회하던 도중 행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얼마 전에 벽람항로 진해 지부 사령관이 해임당했대."

"어휴....가뜩이나 해상봉쇄 문제때문에 골치아픈데 잘하는 짓이다.."

"횡령을 했다나..."

"야 그 지휘관 하면 돈도 많이받는데 왜 그렇게까지 돈을..."

벽람항로? 돈?

나는 재빨리 휴대폰으로 벽람항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벽람항로의 존재 자체는 TV에서 몇번 봐서 알고 있었지만.. 비밀로 부쳐진것들이 많은 곳이라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래...이거야..."

나는 바로 이력서를 준비하고 정장을 입고 벽람항로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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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PMC에서 지휘관으로 일해 봤고, 군대는 해군 출신이란 말이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으음....."

"지휘관으로써 자질을 증명할만한 뭐 그런게 있나?"

"아 그거라면..."

나는 얼마전에 탈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해 드렸다.

".....그걸 자네가 지휘했었다고...?"

"그렇습니다."

노인이 미심쩍어하자 얀붕이는 헤드캠으로 녹화해 둔 작전 상황을 홀로그램에 띄워 보여주었다.

그걸 본 노인은 감탄하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단하군. 지휘관으로써 자질은 충분해보여."

"요즘 인재를 찾기가 정말 어려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다 1급 기밀일세. 알겠나?"

오, 즉석 합격인건가.

"넵 명심하겠습니다."

"후....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일단 벽람항로는 명목상 해군 휘하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별개의 단체일세.
그래서 심한 내정간섭은 하지 못하지.
하지만, 벽람항로에도 군법이 있어.
그걸 어기면 바로 목아지다."

"그리고 인류가 잠시 재해권을 상실했던건 기억 나나?"

"네, 한 2년 전 쯤 이야기였죠."

"그 미지의 적들과 싸우는건 다름아닌 소녀들일세."

"....그렇군요."

"별로 놀라지 않는군."

사실 소녀들을 지휘하는건 내가 하고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들은 인격체야. 그리고 일정하지도 않지.
그녀들의 성격은 각양각색이고, 만나는 남자라곤 자네밖에 없을걸세. 이 점을 조심하게."

어째 그리폰에 입사할때랑 비슷한 말을 듣는다.

성격이 각양각색이면 다채로워서 좋은거 아닐까?

아무튼 이런저런 주의사항과 몇주간의 지휘관 훈련이 있다는것을 안내받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

"후우....앉아서 듣기만 했는데 진이 다 빠지는군.."

앞으로 당분간 그리폰엔 나가지 않을것이다.

돈이 벌려야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것이기에.

나는 그 전에 정리를 좀 해 두고자 잠시 지휘부에 들렀다.

"Привет(안녕하세요) 지휘관."

9A-91이었다.

"오...구아냐..."

"지휘관...."

갑자기 구아가 폭 안겨왔다.

"아하하...왜그러니?"

"지휘부의 상황. 들었어요."

"....미안하구나 전부 다 내탓이야."

9A-91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정도로 끝낼 수 있었던건 지휘관 밖에 없을거에요."

"그러니 지휘관...저희를...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설사 지휘부가 없어져도...전 지휘관을 따라갈 거니까요."

"누구맘대로 지휘부를 없애?"

퉁명스러운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Wa2000이 문틀에 기대어 있었다.

9A-91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Wa..."

Wa2000이 크흠크흠 목을 가다듬으며 걸어왔다.

"상황이 많이 안좋은거야?"

"어..."

"얼마나?"

"1년 내로 우리가 아는 지휘부론 못 돌아간다나.."

"그래서 일단 지휘부에 모두 휴가를 주고 나도 잠시 다른곳에서 쉬다 오려고."

"네에?"

9A-91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금방 돌아올게.."

Wa2000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뱉었다.

"흥! 돌아오면 이 몸에 맞게 예전으로 돌려 놔! 아니야! 더 좋게 바꿔 줘! 그럼 용서해줄게."

"그래..알았다."

지휘실에 들어가니 HK416이 앉아 있었다.

"떠나시는건가요.. 지휘관.."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기다리고 있을거니깐요..약속 어기면 지구 끝까지 쫒아갈거에요."

그저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문을 나서려 하자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M4가 있었다.

"허억...허억....지휘관....언제 다시 오시는건데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게엣?"

M4가 넥타이를 잡아 당기더니 진하게 입을 맞춰왔다.

"읍....M4...."

"....얼른 가보세요."

모두를 속이고 떠나는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난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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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령부에 착임하게 된 얀붕 지휘관이라고 한다. 잘 부탁해."

권위적인걸 싫어하는 나는 하나하나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를 했다.

그녀들은 사람과 거의 다를바가 없었다.
전술인형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들은 나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보는 무리도 있었고, 처음부터 대놓고 호감을 표시하는 시선도, 그 반대도 있었다.

이런게 다채로움이란걸까.

첫 날 밤을 세우며.

나는 잠에 들었다.











드디어 나왔다. 세집살림. 장편이고
전에 쓰던 헬레나 중편이랑 오리지널 소설도 이따 올라갈거임. ㅇㅇ
먼가 장편은 안쓰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드라
주제 자체가 빌드업이 필요해서.

그 기다려준 게이야 고맙고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