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여자친구, 얀순이의 부탁에 나는 바보같이 되물었다.


"집착?"


"응!"


사귄지 일주일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집착을 해달란 말인가.


"갑자기 집착은 왜?"


내 질문에 얀순이는 부끄럽다는듯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이... 자기가 막 나한테 집착해주면 설렐것 같아서어.."


몸을 배배 꼬며 부끄러워하는 얀순이가 귀여워 상황극겸 '집착'이라는 걸 한번 해주기로 했다.


목 한번 가다듬고.


얀순이를 빤히 바라보며...


아 이게 뭐라고 부끄러운건지.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집착할때는 한없이 진지해야 한다구!"


얀순이가 그런 나의 진지하지 않은 태도에 삐진듯 뺨을 잔뜩 부풀리며 말했다.


"좋아. 한번 해볼게."


"응응!"


나는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는 얀순이의 어깨를 두손으로 잡고는 말했다.


"너 어제 저녁밥 뭐 먹었어?"


"...?"

"카레 먹었잖아.. 기억 안나는거야..?"


"무슨 카레?"


"자기야."


몰입하려는 순간, 얀순이가 재미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게 뭔 집착이야.. 자기, 집착이라는게 뭔지 몰라?"


이리 정색하며 내 혼신을 담은 연기를 까내리듯 말하자, 괜히 짜증이나 얀순이에게 말했다.


"그럼, 네가 해봐. 집착이 뭔데?"


"집착..?"


"응. 한번 보여줘.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으음... 잘 모르겠는데.."


'봐봐. 자기도 잘 모르면서..'


"..자기가 어제 날 만나기 전에 아침밥은 간단히 라면으로 때우고는 롤 두판 돌렸다가 약속시간 거의 다 되가니까 신발끈도 안묶고 약속장소로 달려온거 알아. 그리고 어제 우리 헤어진후로 얀진이라는 년한테 카톡한것도 알아. 모레 저녁 먹기로 약속 잡았었지? 그런데 어떡하지? 자기는 그날 그년한테 못가고 나랑 침대 위에서 아기 생산 씨뿌리기하고 있을텐데...에... 자기, 표정 왜 그래?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아니야..아무것도... 잘하네.."


"헤헤, 칭찬 받아서 기쁘네. 이제 밥 먹으러 갈까?"



평소와 다를바없이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얀순이의 미소가 오늘따라 너무나도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