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껏 봐온 세 명의 지휘관도 정상이 아니었지만, 체셔와 여러 함선들은 네 번째 지휘관의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녀의 네 번째 지휘관은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지휘관이었다. 


첫 인상도 평범했고, 그의 인성이나 근무 태도에서 결함이 보이진 않았다. 무능하지도, 색욕에 절어있지도 않은 지휘관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체셔는 그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였다는 것이다.


어느날 지휘관실로부터 일련의 공지가 내려왔다.


-여러분들이 숙소에서 휴식하는 동안, 일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한다는 사실을 지휘부가 입증했습니다.


-때문에, 본 지휘관은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은 함선들의 육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BOQ를 폐쇄하고 함선들의 숙소를 이전합니다.


여러 함선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체셔 또한 마찬가지였다. 룸메이트인 유니온의 허먼이 세 번째 지휘관의 간식에 손을 댄 사건으로 스크랩 되어, 그녀는 넓은 방을 홀로 사용중이었다.


실내 흡연의 묘미를 알아버린 나쁜 고양이가 이를 받아들일리 만무했다.


그녀는 재빨리 지휘관실로 달려갔다. 노크도 없이 그녀는 문을 열었다. 


"지휘관! 모항의 함선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숙소를 바꿔버리다니. 무슨 생각인거냥?"


"체셔? 잠시만 시간을 좀 줄래?"


지휘관은 그의 앞에 서 있는 네 명의 함선들에게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뭔가 찜찜한 표정으로 종이를 한 장씩 들고 지휘관실에서 나갔다. 


지휘관의 곁에는 현 비서함인 비스마르크가 눈살을 찌푸린채 서 있었다.


"아아 미안. 체셔. 보다 좋은 여건을 위해서 이전하는거야. 무슨 문제가 있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냥? 이게 뭐냥!"


체셔는 네 모퉁이가 대충 찢어진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신규 함선 숙소도'라고 쓰여진 종이에는 드넓은 한 칸짜리 방만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를 뭐로 생각하는거냥? 큐브랑 재료로 찍어냈다고 우리가 물건으로 보이는거냥?"


"아니. 물건이라니 체셔. 너희들은 국가의 소중한 "함선"이잖아?"


그의 말에 소름이 쫙 돋은 체셔는 순간적인 하악질을 참기 힘들었다. 


"너희들이 쉬는 시간에 비례해서 회복도 되고, 경험치도 오르는 것을 알고 있어. 그치만 말야. 너희들 함선이잖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자지 않아도 깨어있을 수 있잖아. 그럼 뭣하러 자원을 낭비하지?"


체셔는 지휘관이 건네준 세부 설계도를 살피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양계장처럼 다닥다닥 붙은 침대와 칸막이들. 세면실과 샤워장이 외부에 위치한 사실은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마치 양계장 같았다.


"지휘관......."


듣다못한 비스마르크가 나서려 했으나, 지휘관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밀쳤다.


"비스마르크도 잘 들어. 진영의 수장들이 대체 왜 필요한거지? 모두 직위를 해제하겠어. 불필요한 중간 요원이잖아."


지휘관실의 문이 반쯤 박살날 정도로 세차게 닫힌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비스마르크가 뛰쳐나가며 떨어뜨린 종이를 체셔가 주워들었다.


"비서함 5교대제? 이건 또 뭐냥?"


"불필요하게 다섯씩이나 지휘관실에서 놀 필요가 있나 싶더군. 숙소에서 경험치를 획득할 필요가 없는 함선들은 한달에 다섯씩 24시간 5교대제로 비서함 임무를 수행할거다."


체셔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녀의 왼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윤이 나는 지포 라이터의 감촉이 그녀를 붙들어주었다. 


"지휘관. 이건 내가 상부에 정식 건의할거다냥."


"상부에서도 동의한 사안이야. 이걸로 모항 운영비가 얼마나 파격적으로 절약되었는지 듣는다면 너라도 찬성할걸?"


체셔는 지휘관의 야심만만한 얼굴에 니코틴이 가득 함유된 가래침을 뱉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사령부 뒷뜰로 달려가 담배를 한대 태웠다.


그것이 그녀가 밖에서 피운 마지막 담배였다. 두 달째, 숙소에 식량이 들어가지 않아도 경험치가 오른다며 그녀들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죽지도 괴롭지도 않다. 하지만, 정신이 있고 이성이 있다. 이건 너무한다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체셔는 조심조심 으스러지지 않도록 꽁초를 쥐고 불을 붙인다. 지포 라이터의 기름도, 그녀가 챙겨온 담배도 곧 끝이다. 그녀는 끔찍한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비흡연자 함순이들에게 온갖 질타의 시선을 받으면서.


연기는 투명한 창문에 가로막혀, 더 이상 하늘로 피어오르지 못했다.





함순이 좀 애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