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닌텐도 스위치가 없기때문에 모여봐요 동물의숲을 해본 적이 없음



오늘은 소앤틸리스 제도 중에서 카리브해와 대서양을 나누는 동쪽 섬들을 그려본 것. 대부분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열도의 길이는 1,000km 정도로 사실 우리나라 옆의 일본 열도보다도 작지만, 1만 km² 남짓한 열도에 무려 8개 독립국과 11개 해외 속령 ㅡ 엄밀히 말해 그 중 4곳은 본토로 취급되지만 ㅡ 이 위치해 있음. 30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요 섬들에서 면적이나 인구나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절반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섬들은 옆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제주도보다도 작은 섬들. 트리니다드를 제외하면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가 인구 30만, 바베이도스가 20만을 넘겨 그래도 체급이 큰(?) 편.


소앤틸리스 제도의 원주민은 북부의 아라와크족(타이노족)과 조금 뒤에 대륙에서 이주해온 남부의 카리브족이었는데, 15세기 말부터 아메리카를 식민지화한 스페인은 전염병으로 원주민들에겐 큰 타격을 줬지만 카리브해의 작은 섬들은 잘 통제하지 못했고 카리브해 일대는 해적들이 횡행함. 17세기부터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부터 덴마크와 쿠를란트, 구호 기사단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유럽 국가들이 이 일대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유럽인들은 요 섬들에 아프리카인들을 납치해와서 노예노동에 의해 운영되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만들었음. 이들 섬은 이런 연유로 지금도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지만 19세기 노예 해방 이후에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인도인들의 이주를 받기도 했고(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구의 35%를 차지함), 험준한 산지가 많았던 도미니카에선 소수 카리브족들이 독립을 유지해 지금도 섬 동쪽에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음.


19세기 아메리카 국가들이 독립할 때에도 동카리브의 작은 섬들은 계속 식민지로 남아 있었지만, 30년대 대공황으로 설탕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출농업에 의존하던 영국령 식민지들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카리브해 일대에서 대규모로 노동 운동이 일어났다 카더라. 이런 투쟁을 배경으로 성장한 독립운동에 힘입어 1958년 대영제국 내에서 서인도 연방이 결성되었는데... 체급에 비해 연방 내 지분이 적은 것에 불만을 가진 자메이카와 트리니다드 토바고(1962 독립)가 탈주하면서 연방은 해체됨. 이후 나머지 작은 섬들은 서인도제도 국가연합을 이루었으나 비교적 체급이 컸던 바베이도스는 똑같은 이유로 참여하지 않고 따로 독립했고, 서인도제도 국가연합의 섬들도 제각각 독립하는 것을 택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미니 국가가 여덟 개나 생겨나게 됨. 그래도 마지막으로 독립한 6개국은 동카리브 국가기구(OECS)를 구성해 공동의 통화를 사용하고 있음.


독립하지 않은 식민지들을 보면 버진 제도는 덴마크와 영국이 갈라먹고 있었는데 재정난에 시달리던 덴마크가 1917년 식민지를 미국에 매각하면서 덴마크령 일대는 미국령이 되어 현재 미국의 자치령이고, 영국령 버진제도는 현재 영국의 해외 영토. 프랑스령인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는 해외 레지옹으로 본토와 동등한 지위이지만 생마르탱과 생바르텔레미가 2000년대 주민투표로 탈주해 별도의 '해외 집합체'가 되었고, 네덜란드령은 신트마르턴은 독자적인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이지만 나머지 두 작은 섬은 본토의 일부(따라서 사바의 시너리산이 네덜란드의 최고봉이 됨). 앵귈라와 몬트세랫은 한때 서인도 연방 구성국이었지만 잔류를 택해 현재는 영국의 해외 영토임.


동카리브 독립국들은 나라 규모가 워낙 작아서들 그런지 독립 후 주목받을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레나다에선 79년 쿠데타로 친공산 정권이 들어섰는데, 83년 그 중에서도 강경파에 의해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자 미국이 인구 9만짜리 그레나다를 침공해 친공산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주목받기도 함. 



높은 산이 있는 섬이 으레 그렇듯 강수량은 지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긴 하지만 요 섬들은 모두 열대기후를 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매년 허리케인에 시달린다는 것(...). 강수량 그래프를 보면 오른쪽이 높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저 때가 허리케인 시즌이라고 함.



요 섬들의 면적은 1만 km² 정도지만 인구는 300만이 넘으니 인구밀도는 (남한보단 낮지만) 꽤 높은 편. 신트마르턴/생마르탱과 바베이도스의 경우 남한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고, 지형이 험준한 도미니카 연방과 몬트세랫은 km²당 인구밀도가 100명 미만으로 비교적 널널함. 몬트세랫은 원래 인구밀도가 이렇게 낮진 않았는데 1995년부터 수프리에르힐스 화산이 폭발한 이래 분화가 계속되면서 주도 플리머스를 비롯해 섬의 남쪽 절반은 완전히 파괴된 채 출입 금지 지역이 되었고, 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영국 본토로 떠나버림.


앞서 언급했듯 섬들의 주민들은 인도계와 흑인이 반반인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제외하면 대부분 흑인인데, 요 섬들은 과거 일대를 지배했던 국가들의 언어를 그대로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크레올어가 많이 쓰인다고: 열도 가운데에 있는 과들루프에서 세인트루시아까지는 프랑스어에 기반한 크레올어가, 그 바깥의 섬들에선 영어에 기반한 크레올어가 쓰인다고 함.



IMF의 2020년 추산치에 따르면 동카리브 독립국들 중에선 체급이 큰 트리니다드 토바고·바베이도스와 북쪽의 세인트키츠 네비스·앤티가 바부다가 1인당 GDP가 14,000 ~ 15,000달러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세인트 루시아와 그레나다가 1만 달러 정도로 중위 그룹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과 도미니카 연방이 7천 달러 정도로 하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음. 1980년 시점에서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바베이도스가 나머지 작은 섬나라들보다 1인당 GDP가 확실히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빠른 성장률을 기록한 작은 섬나라들에게 따라잡힌 느낌.


원래 이 섬나라들은 사탕수수나 바나나 등 수출작물에 의존하는 경제였으나 체급이 가장 큰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경우 20세기 초중반 석유가 발견되면서 이에 힘입어 비교적 부유하지만 유가에 따라 경제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새의 국가가 됨. 나머지 나라들도 점차 농업에서 탈피해서 관광업과 조세회피(...), 시민권 판매(.....) 등 서비스업 위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음.


위의 그래프에는 독립국가만 나와 있는데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는 프랑스 본토보다 1인당 GDP가 낮은 편이고 (2018년 기준 프랑스 본토는 3만 5천 유로인 반면 과들루프는 2만 8천, 마르티니크는 3만 유로) 북쪽에 위치한 작은 식민지들은 1인당 GDP가 대체로 높은 편이나 ㅡ 물론 몬트세랫처럼 예외도 있음 ㅡ 여기도 거의 조세회피처라서 높게 나오는 느낌. UN에 의하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 제도의 2019년 1인당 GDP는 43,189$였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