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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족 기사단장-리사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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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건 한 폐허였다.





판금갑옷을 입고, 롱소드에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으며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학살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 병사가 자신을 칼로 찌르려던 상황을 막고,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그를



사실 그때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사실도 이후에 안 사실이었다.





기억의 최초순간은 이미 그의 시종으로 있었을 때였으니까..






그는....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수인족이라 차별받는 나를 보호해주고


내 검술과 마나적성을 알아봐주고, 지원해주고



어느세 제국의 유명한 검사가 되게 해주었다.





수인족의 차별이 어느정도 나아지자


그와 나를 같이 "제국을 빛내는 2명의 검성"이라고 시민들은 찬양했다.




어느날, 그는 나에게 청혼했다.




시종에서 부기사단장으로, 이제는 자신의 반려자가 되어달라는 그 제안





나는 고민했다.


그가 싫었던것은 아니다.





그는 오크 왕국을 전멸시킨 공훈을 가진 전쟁영웅이었고, 나를 구해준 백마탄 기사였다.





어찌 싫어할수가 있겠는가, 어찌 거부할수가 있겠는가.






내가 고민한것은 내가 그에게 어울릴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집무실에서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여황제 폐하가 부른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나는 여황제폐하를 알현하고 




충격적인 진실을 들었다.






내가 과거에 수인족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였다는 사실과, 그를 학살한 병사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카일의 수하들이었다는것




나는 믿을수 없었다, 부정했다.





하지만 여황제 폐하가 불러오는 증거들과 문서들을 보고, 나는 납득하지 않을수 없었다.






배신감과 분노? 상처가 내 가슴에 송곳처럼 박혔다.






분명 내 육신은 칼과 창이 호신강기에 막혀 들어오지 못할테지만



그의 대한 상처는 내장 깊숙히 박히는듯 했다.





그래서 황제, 그녀에게 물었다.



왜 자신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것이냐고, 무엇을 원하는것이냐고



여황제는 말했다.



"그는 너무 신망을 받고있다.


위험한 정적으로 성장했지, 짐의 백성들이 나보다 


그를 찬양한다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야"




그렇게 말하는 여황제의 눈동자는 흔들렸지만, 그때의 나는 알아채리지 못했다.




오직 복수만을 생각했기에.






그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그의 가문을 역모의 죄로 진압하고, 일가식솔들을 처단했으며





그를 잡아와 마나홀을 파괴하고, 온몸의 힘줄을 잘랐다.




고문은 내가 직접했다.




그는 내게 애원했다.


제발 가문의 어린아이들만은 살려달라고



내가 손수 전부 아기들의 목을 쳤다.






모두 오해라고,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 말했다.



내가 몸소 입을 지져버려, 말을 못하게 했다.




그는 애원하다, 지쳤고, 허무한 눈을 했다.



이제는 분노의 눈마저 가지게 되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적반하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처형대에 올렸다.






기나긴 악연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분명...그랬을텐데





그 순간, 그는 짓누른 입을 찢어내며 괴성과 저주를퍼부었다.



제국을 향해


백성을 향해



그리고 여황제와 나, 둘을 향해





뭔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소란이 끝나고, 제국에서 10년이 흘렀다.




제국은 대륙의 통일을 이루었고, 여황제는 국가와 결혼했다는 선언을 했다.



나는 제국 유일 친위기사단의 기사단장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허무했다.




그가 떠올랐다.




10년이 지났어도 그때 그가 한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분명 그가 잘못한 것인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마다 술에 취해 잠에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잠을 잘수가 없었다.




이후로 30년이 더 흘렀다.



이제는 머리카락에서 흰색이 보일 시점




여황제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술에 취해있었다.




뭔가 무언가를 찾듯이 헛소리를 내뱉다가





터무니없는 진실을 듣게 되었다.



고해성사였을까.






수인족들의 전멸을 시킨것은 여황제였다.



수인족들이 사술을 신봉하며 



제국의 사람들을 납치해 잡아먹는다는 모함을 씌어 그들을 모주 죽여서



제국의 위협을 삭초제근하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나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지만, 여황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풀린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찬성자중에 유일한 반대자는 



그, 카일이었다고....한다.





그는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작전에 자원했고, 



최대한 많은 숫자의 생존자를 빼돌려 


숨겨진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시켯다고 한다.





여황제가 말하길, 어제 들어온 첩보라 한다.



그렇게 말하는 여황제의 눈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뒤, 여황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외적으로는 노환이었지만



정보원에 따르면 음독자살이라 한다.




유서에는 그의 이름, 카일을 애타게 찾는 내용과 



그에게 용서와 사랑을, 후회를 하는 문장들의 나열이었다 한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그를 고문했던 고문실에 있었다.



몇십년의 시간이 지나, 흔적은 찾아볼수 없었다.



"이...손으로...."


그의 힘줄을 잘랐다.



나는 단검으로 내 발목의 힘줄을 잘랐다.




손의 힘줄은 남겨놨다, 아직 할게 있으니까.




"이...손으로...."



나는 그의 애원하는 입을 화상으로 짓눌렀다.




나는 손에 오러를 일으켜, 내 입을 화상으로 뒤덮히게 했다.




그도...이것보다 더한 아픔을 느꼇겠지.





문득 그가 나에게 청혼했던 기억과, 반지가 생각났다.



나는 벌레처럼 기며 그 반지를 찾앗다.




몸에 오물과 피, 먼지가 묻고 고통이 밀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뒤졌을까, 구석에서 반지의 잔해가 발견되었다.



그제야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눈앞에, 반지를 질근질근 짓밟았다.



[역겨운 새끼...]



그렇게 말하면서




"역겨운건....나였구나"




나는 반지의 잔해를 몸에 소중하게 품으며





크게






울부짖었다.





"카일-----!!....미안해.....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해....제발....제발 돌아와줘...."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




내가 죽였으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후회속에 잠식되며



과거의 나를 미치도록 증오하며




정신을 잃었다.





저승에서 그가 나를 지독하게 벌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따라가고자 했다.





나는 숨이 멎는것을 느끼며



심연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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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보통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