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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했던 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괴담이 있다.


보통의 학교 괴담 같은 경우는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나눠져 있어도, 대부분 성적으로 인한 살인 혹은 자살 후에 나타나는 귀신

선생님들의 치정 관계로 인한 살인 혹은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귀신, 그런 것과 상관 없이 화장실이라던가, 음악실이라던가, 미술실이라던가에서 나오는 귀신, 밤 중에 움직인다는 동상 등 일반적인 틀 안에서 있는것이 보통의 학교 괴담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특이하게도, 얼어죽은 귀신 괴담이 있다.


해당 괴담에 대해서 내가 처음 들었던 것은 1학년 여름 방학 직전 즈음이었다.

평소에도 이런 괴이한 것에 관심이 높던 나에게, 친했던 선배가 이야기 해 주었다.


15년 정도 전에  학교에 어떤 지체장애인 여학생이 다녔다고 한다.

굉장히 심한 지체장애도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다른 학생들과도 어울리며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학생은 너무도 수동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시키면 그만할 때까지 절대 그만두지 않아서, 배구 연습을 하고 공 정리하라고 체육창고를 보내고, 한참이 지나도 안오길래 가보니까 체육창고 전체를 정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시킨 것은 지쳐서 쓰러지기 전 까지는 끝까지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아 버리고, 그것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생겨난 것이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사물함 정리 해 줘, 내 청소 구역 대신 청소 해 줘, 주번 일 좀 대신 해 줘 정도로 가벼운 일들 이었다고 한다.

선생님들도 눈치 채긴 했지만, 선 넘는 부탁을 하는 애들도 없었기에, 자신의 일을 그 학생한테 미루지 말라고 가벼운 훈계를 하는 정도로만 넘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 방학이 가까운 무더운 여름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 당시의 토요일은 오전에만 잠깐 수업하고 끝내는게 보통이었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매월 세번째 주 토요일, 반 별로 돌아가면서 학교 외부 구역을 청소하는 분담제를 실시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 문제의 학생이 있던 반이 급식실 청소를 맡게 된 차례에 사고가 터졌다.


7개조로 나눠서 각각 구역별로 청소하고, 담임선생님께 검사 받고 하교 하게 되는 체계인데,

이 여학생이 하필이면, 반에서 껄렁대는 친구들하고 같은 조를 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히, 냉동고를 성에를 부수고 걸레로 싹싹 닦아야 되는 귀찮은 일을 이 친구들은 해당 여학생한테 다 하라고 시켜놓고, 다 청소할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냉동고의 문까지 닫은 체로 자기들끼리 시시덕 대며 놀고있었다.


문제는, 하필이면 선생님이 그 날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검사를 반장에게 위임하고 먼저 퇴근해 버렸고, 껄렁대는 친구들은 이걸 눈치채고, 어차피 반장이 검사하면서, 혼자 하는 애를 도와주겠지 싶어, 냉동고 안 쪽을 열심히 청소하던 여학생을 내버려 둔 체로

껄렁대던 네 명은 반장 몰래, 검사를 받지도 않고 도망 가 버렸고, 노는 애들이었기에 괜히 문제 생기기 싫었고, 어차피 선생님이 넘긴 일이었기에 귀찮았던 반장은 대충 다 했겠지 하고 넘겨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반장은 모든 청소가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 해, 급식실의 모든 문을 전부 잠그고, 하교 해 버렸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학교....잠겨버린 급식실 속, 안에서 절대 열 수 없는 냉동고의 깊숙한 안 쪽에서, 여학생은 성에를 부수며 걸레질을 멈추지 않았을것이다


토요일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신고가 접수된 여학생이 발견 된 것은...월요일날 오전이었다.

3일 동안 냉동창고에 갇혀 얼어버린 여학생은, 죽는 순간까지 청소를 했는지 걸레를 든 자세의 시체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학교는 난리가 났다, 이 사고의 여파로 토요일 외부 청소 구역 중에 급식실은 제외가 되고, 담임 선생님은 책임을 지고 퇴직하게 되는 등 소란이 있었고. 어찌저찌 사건이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같이 냉동고를 청소했던 4명과 반장이 그 날 이후로 문득 문득 싸늘한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 서늘한 정도의 한기가 드는 수준이었지만,

엘리베이터나, 방 같이 혼자 밀폐된 곳에 있으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추위와 함께,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들며 사각 사각 거리는 성에 떼네는 소리와 스윽 스윽 하는 걸레질 소리를 환청으로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점 점 증상은 심각해 져, 혼자 있지 않아도 추위를 겪으며 환청을 듣게 되었고, 혼자서 있을 때는 죽은 여학생의 환각을 보며

점 점 미쳐버렸다고 한다.


결국 5명의 학생 중 두 명이 자살하고, 나머지 세 명이 모두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자, 학교 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토요일 하교 시간이 지나고 근처에 사람이 없을 때 급식실 냉동고 근처에서 청소하는 여학생의 형체를 보게 되면, 위의 학생들과 똑같이 미쳐 버린다는 괴담이 퍼졌다.


당연히 인명사고가 있었던 사건이었기에 학교 측에서는 단단히 학생들을 단속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학생들을 징계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하는 소문까지는 막을 수 없었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담력 시험을 한답시고 토요일 하교 시간이 지나고 급식실 냉동고 안 쪽을 갔다 오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학교 측에서는 위험성을 이유로 해당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선생님들이 토요일 하교시간 이후 1~2시간 정도는 급식실 앞을 감독하여, 학생이 적발 될 시 징계를 부여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급식실 감독을 맡았던 사회 선생님이 갑자기, 학교에서 두꺼운 코트를 입고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주 불안한 듯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발광하다가 병원에 실려간 뒤, 학교를 그만 두게 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회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독을 맡던 사회 선생님이 냉동고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학생인 줄 알고 냉동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하얗게 성에가 진 머리를 한 검게 동상을 입은 여학생이 걸레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결국 5명의 학생들처럼 미쳐 버리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선생님에서도 피해자가 나오자, 괴담 자체가 학교측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레벨로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었고, 사회선생님의 일을 봤던 선생님들이 급식실 감독을 기피하게 되면서, 감독을 대충 보거나 아예 안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었고, 감시가 소홀해 지자 담력 시험을 할려는 학생들이 늘어나, 위의 괴담 사건 피해자가 둘 셋 정도 더 생겼다고 한다.


자꾸 이런 식으로 사고가 터지기 시작하자 학교 측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고, 잇따른 사고에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기자로 보이는 수상한 사람들도 학교 근처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말 큰 일로 번질려고 한 순간,


예상도 못한 방향에서 해결책이 튀어나와 괴담 문제 자체가 해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주 5일제의 시작


토요일에 학교가 쉬게 되자, 학교 측에서는 급식실의 문 단속을 철저히 하고, 급식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함으로서 토요일에 학교에 몰래 들어오려는 학생들을 차단하여 괴담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을 완전히 막았고, 토요일에 학교 올 일도 없어졌기에, 토요일이라는 시간과, 급식실이라는 장소가 접근성이 없어져 버려서,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서 주목도가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가 해당 괴담을 듣게 된 시점에서는, 괴담만이 전해질 뿐 실제로 해당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도, 해당 괴담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보안 업체까지 급식실에 락을 걸어, 잠입하기에는 너무 단단해져 버려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준 선배의 선배가 보안 업체가 생기기 전에 괴담을 체험해 볼려고 시도 했었다고 한다.

그 선배는 급식실 바로 뒤의 휀스를 뜯은 뒤  뒷벽에 바짝 붙어 CCTV를 피한 뒤, 급식소의 뒷문 위의 쪽창문을 통해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고의 문 자체를 굵은 쇠사슬로 칭칭 감아 커다란 자물쇠로 잠궈 놓았기에 냉동고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괴담의 실체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지만, 그 선배는 그 이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급식실 쪽으로는 가지도 않고, 절대로 냉동고 쪽으로는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 선배가 자물쇠를 열어 볼려고 냉동고에 바짝 다가갔을때,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청소....해야지..."


...라는 가늘게 떨리는 여자애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