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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조금 많이 부족합니다.”

 

“네? 아, 얼마정도 부족..하나요?”

 

“2달간 비용을 한번에 내야해서 음, 어림잡아 __백만원 정도는 필요하실거에요”

 

“하하.. 조금 빡세겠네..”

 

분하다. 나를 위해 사용할 돈이 없는건 괜찮았지만 누나를 위해 사용할 돈이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의 가족인 누나의 병원비조차 제대로 못 내는 사람. 그게 나라는 사실이 가슴을 사슬로 옥죄는 것처럼 마음을 아프게했다.

 

“돈은 언제까지 납부하면 될까요?”

 

의사는 따로 대책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묵묵히 말을 건냈다.

 

“이번 달 안에만 납부하시면 될겁니다. 너무 상심마세요, 정부에서 이런 경우를 위해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저희 병원에서 한번 지원요청을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의사는 간단하게 인사한 뒤 방을 나갔다. 의사가 나간뒤 나는 침실에 누워있는 누나를 보며 살며시 손을 잡으며 작게 말했다.

 

“누나, 내가 어떻게든 돈은 마련해볼게. 누나는 아무 걱정하지마.”

 

“...”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누나는 의식불명 상태라 내 말이 들릴 일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나는 누나에게 내 말이 들릴거라고 믿으며 항상 말을 걸거나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병문안만 오면, 나는 예전의 기억이 불현듯 생생하게 떠올랐기에 그때마다 항상 누나에게 미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를, 누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 거의 업어키웠다. 누나는 나랑 같이 등교를 했지만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왔을 때 누나가 집에 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누나는 매일매일 식탁에 쪽지를 남기곤 했는데 평일에는 ‘누나 늦게 들어오니까 밥 먼저 먹고있어.’ 였고 주말에는 ‘누나 피곤하니까 급한 일 아니면 부르지마’ 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누나의 노력으로 나와 누나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이름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학에 붙고 며칠 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나는 누나가 지난 4년동안 나를 키우기 위해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알게되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누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밖은 이미 해는 저물고 밤이 오기 시작했다

“벌써 해가 저물었네 슬슬 나가볼까.”

 

“누나 내일 다시올게 내일 봐.”

 

“...”

 

나는 누나에게 인사 한 뒤 병원을 나서 집으로 걸어갔다. 원래라면 일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라 뭔가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한 날이다. 그리고 그 심란한 기분은 터무니없는 병원비가 주요 원인이었다. 

 

“하.. 친구 불러서 술이나 한잔 할까”

 

“아니다, 내가 뭔 술이야 그거 살 돈 모아서 병원비나 마련해야지”

 

돈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그 고통을 잊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

 

삐삑 띠링~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뒤, 일정표를 흘깃 쳐다 보며 샤워할 준비를 했다.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내일 일정을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자기 전에 불현듯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그 ‘종이’에 사인을 했더라면..?

 

“후.. 내가 미친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건 아니야”

 

내 머릿속의 생각을 부정하는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다시 잠을 청했다.

 



“얀챈병원 환자 리스트 구해왔어?”

 

“네, 아가씨가 요청하신 환자의 가족 관계까지 조사해서 환자 이름 옆에 적어두었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얀붕이가 있겠지?”

 

얀순이는 수십 장은 족히 되보이는 종이들을 한차례씩 넘기며 ‘얀붕’ 이라는 이름을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그녀가 마지막 장의 종이를 넘겨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그때까지 종이에 얀붕이의 이름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 ..씨발 오늘도 허탕이네”

 

“주, 주인님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를..”

 

“됐어. 나가봐.”

 

얀순이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있던 가정부를 방에서 쫒아내며 받은 종이들은 구겨버린 뒤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피로가 쌓인 듯,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이번에도 얀붕이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침대에 쭈구려 앉았다.

 

“얀붕아, 어떻게든 널 찾아낼게.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낼테니까, 그동안 다른 여자 만나면 안된다? 내말 듣고 있지..? 만약 다른 여자랑 말 섞는거 보이면 내가 그 년 사지를 분해해서 너네집에 매달아버릴거니까. 누구와도 만나지 말고 나만을 기다려줘.”

 

이런 상황이 얀순이에게는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녀는 전 연인이었던 얀붕이가 사무치게 그리운지 애정과 협박이 섞인 혼잣말을 자주 하곤 했다. 

 

“씨발.. 얀붕이는 나 없으면 안되는데”

 

얀순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문 채로 불을 붙였다. 그렇게 오늘도 그녀는 얀붕이를 생각하며 다 타버린 담배와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평소처럼 나는 강의가 끝난 뒤 누나를 보러 병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가족분에게 정말 다행인 소식이 생겼어요. 정부에서 해주는 지원이 거부당해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여성분이 사연이 안타깝다고 전액을 지원해주신다네요!”

 

의사는 뭐 이런 착한사람이 다 있나 라고 자기일 처럼 기뻐하며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기쁨보다도 그 기쁨을 잠재워버릴 만큼의 의심이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네? 혹시 그분 성함이..”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얀순이에게 누나 얘기를 꺼낸적은 있지만 어느 병원인지도 무슨 이유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절대로 그녀가 내 누나에 대해 자세히 알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가 맞다면? 정말 만에 하나라도 얀순이가 맞다면..?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세요.”

 

의사는 그의 태도가 거슬리다는 듯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답했다.

“하, 여러번 말씀드렸는데.. 마지막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성함이..”

 

제발.. 진짜 아니지?

 

“얀순씨에요”

 

“네? 방금 얀순씨라고”

 

“네 맞아요 얀순씨”

 

그럴 의도는 없겠지만 의사의 말에는 마치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못 박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띠링

 

의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얀붕이의 휴대폰에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왔다.

 

‘내일 x시 까지 ㅁㅁ건물 2층으로. 설마 어딘지 잊어버리진 않았지?’

 

알 수 없는 번호로 온 문자는 나의 일상은 다시 한번 부수기 시작한다.




내일이면 드디어, 드디어 얀붕이를 만나겠구나.. 그새끼가 날 떠난 지난 2달동안, 나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결국 얀붕이를 잡아둘 그의 누나를 찾을 수 있었어. 얀붕이의 형편으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돈을 내가 대신 내주고, 그 돈을 빌미로 얀붕이가 그때 그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만들거야. 

 

“아하하, 감히 나를 버릴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얀붕이라도 만나면 조금 화날거같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얀붕이를 원망하듯 싶었으나 내일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난 괜찮아. 내일 무슨일이 있어도 얀붕이는 나한테 돌아올 테니.”

 

“하아.. 사랑해 얀붕아, 씨발 존나 사랑해. 내 애정어린 속삭임이 들리지? 나 아직도 널 이렇게나 사랑하고있어”

 

얀순이는 배게를 껴안은채 몸을 비벼대며 점점 얀붕이의 대한 애정과 사랑을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된건지 그녀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펜과 포스트잇를 꺼내서 ‘사랑해 얀붕아’ 라고 적어서 온 방에 붙여댔다. 아마도 그녀는 나중에 집에 오게될 얀붕이에게 자신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과시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얀순이는 얀붕이의 이름을 부르며 잠에 들었다.

...



“얀순아 안녕~!”

 

“얀…붕아? 얀붕이 너 맞아?”

 

“..? 얀순아 무슨일 있어? 네가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짓고있는건 처음봐.”

 

“흐으윽.. 너 씨발 진짜..”

 

“미안.. 혹시 저번에 너 자고 있을때 장난쳐서 그래?”

 

“푸핫, 뭐래?. ... 아냐. 잠시 너가 날 떠나는 꿈을 꾼거같아.”

 

얀붕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마저 말을 이어갔다.

 

“...얀순아 그거 진짜 꿈 맞아? 그 꿈에서 혹시 내가 ’누나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못버티겠어. 얀순아, 우리 헤어지자.‘ 라는 말 했던거 기억 안나니?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마.”

 

“못들은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건지.. 다시한번 말해줘? 우리 헤어지..”

 

“너 지금 미쳤냐? 너가 지금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하는게 말이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너 지금 씨발 장난치는거면 빨리 장난이었다고 말해.”

 

얀붕이는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불편하다는 듯 대화를 계속했다.

 

“하긴, 잘 지내다가 그런 계약같은거 들이밀면 누구라도 나처럼 했을꺼야. 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뭐?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 아니야? 연인 사이면 그정도 계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거잖아. 너 씨발 혹시 딴 여자 생겼냐? 말해!! 당장 말하라고. 너 지금 뭔 짓을 하고있는건지 알기나해? 알기나 하냐고 이 씨발창놈아, 난 너 만난 그 이후로 너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넌 씨발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 

  아니야... 돌아와줘, 제발 돌아와줘. 내가 그년보다 수백 아니 수천만배는 더 잘해줄 수 있어. 진짜야 진짜라구. 나, 너랑만 평생 하고싶어서 처음도 너한테 주기로 했단말야. 응? 나야 아니면 그년이야? 나지? 무슨일이 있어도 나지 얀붕아? 왜 말이 없어..

 ... 너 씨발 내가 전에 말한대로 그년 어떻게든 찾아내서 사지를 갈라버린다음 니네집에 평생 매달아놓을거야 너가 다시는 날 잊지 못할게 만들거라고!!”

 

 

...

“으아아악!!”

 

그녀는 악몽을 꾼 듯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가정부는 급하게 얀순이의 방으로 들어오더니 벌벌 떨면서 그녀에게 죄를 고하듯이 대답했다.

 

“아, 아가씨, 무.. 무슨 일 있으신가요?”

 

“...뭐야 꿈이네”

 

얀순이는 종종 이런 꿈을 꾸곤했다. 그녀는 이런 끔찍한 꿈을 꿀때마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못해, 사람을 하나 불러 미친 듯이 패곤 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야 얀순이의 화는 수그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그녀는 화를 내지도,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

 

“별일 아니야, 가봐.”

 

“넵..”

 

“아 맞다, 그 계약서 준비해놨어?”

 

“아가씨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하시길래 100장 정도 복사해놨습니다.”

 

“좋네. 마저 하던일 해”

 

가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얀순이 또한 잠옷에서 활동복으로 갈아입으며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x시 30분.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건물앞에 세워져있던 외제차를 봐선 그녀또한 이미 건물안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마치 호랑이의 굴에 들어가듯 잔뜩 긴장하며 약속한 장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호랑이 굴에는 호랑이가 있었다.

 

“왔어? 약속시간보다 일찍왔네?”

 

“잘 지내...진 않았나보네.”

 

“응, 누구 때문에 사는게 진짜 좆같더라고.”

 

얀순이는 내가 아닌 손목의 시계를 쳐다보면서 말했지만 그녀의 매서운 눈빛이 풍기는 알 수 없는 두려움, 그 두려움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그.. 본론부터 말할게. 누나 병원비는 왜...”


너무 긴장했는지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한동안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나는 얀순이를 처음 만난 그때처럼 미친 듯이 긴장했다.

 

“뭐, 내 언니 될 사람이 아프다는데 당연한거 아니야?”


그녀는 당연한걸 왜 물어보냐는 식으로 답을 했다.

 

.. 뭐?


나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공존하면서도 그녀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 누나가 어쩌다가 저렇게 된건지 알면서?”

 

“그래서 내가 직접 그새끼 죽였잖아. 그런 개버러지년이 우리 조직원이었다니 나도 참 웃기네”


얀순이는 그게 뭔 대수냐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자신과 관련은 있지만 내가 해결했으니 이제 더 이상은 신경쓰지 말라는 느낌이 강했다.

 

“너는.. 진짜 미쳤어. 내 누나를 저렇게 만들었으면서 이제와서 뭘 그리 뻔뻔하게 도와주려는거야?”


내 행동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내 힘으로 누나를 치료하고 싶은 그 마음 하나뿐이었다.

 

“하.. “

 

그녀는 기가 찬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말하려는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 씨발 지금 상황파악이 안돼? 니가 병신같이 좆뺑이치면서 일해도 이번 달 안에 돈 다 못 모으는거 알잖아? 그리고 뭐, 나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마음쓰는것도 안되는거야? 너도 지금 니 누나 병원비 구할라고 여기 온거잖아. 아니야? 내 말이 틀려?”

 

“...”

엿같지만 사실이다. 얀순이의 말에는 틀린 말이 없었다. 내가 누나의 병원비를 이번달 안에 구할 형편이 안된다는점. 그녀가 날 미친 듯이 사랑하니까 어떻게든 돈으로 나를 묶어둘 생각이라는 점. 이 두가지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번달 안에 꼭 보낼게 조금만 기다려줘”

 

그녀는 내 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푸흡, 이번달 안에? 우리 얀붕이가 그렇게 자신 있다는 듯 말하는거 보니 난 지금 당장 받고싶은데. 그리고 내가 분명 아까 말했을텐데, 너 좆뺑이 쳐도 그 돈 못 모은다고. 아~ 이젠 날 버렸으니까 나같은 개병신년은 무시해도 된다는거지? 그치~?”

 

그녀는 ’날 버렸으니까‘를 강조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얀순이의 말에는 마치 ‘너가 돈 받고 나랑 같이 살았으면 됐잖아? 날 버린건 너야’ 라는 식의 나를 향한 원망이 느껴졌다

 

...

 

그렇게 한동안 방 안은 조용해졌다. 그녀는 무슨 의도로 갑자기 입을 다문건지 알지 못했으나, 이내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너 씨발 한번만 더 나한테 개겨봐, 내일부터는 그 누구도 병원에 못들어가게 해줄테니까”

그녀는 나를 맹렬히 쏘아보며 정말로 누구를 죽여버릴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역린을 건들어버렸다. 얀순이의 곁을 감싸던 알 수 없는 분위기는 무지막지한 위압감과 공포로 변하더니,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분위기가 아니게 되었다. 

그녀는 진심이다. 누나를 다치게 하더니 이젠 병원까지 없애버릴 생각이다.

 

얀붕이는 포식자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먹이처럼 무릎을 꿇어 양손을 빌기 시작했다.

 

“흑.. 흐윽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제발 누나만은.. 흐극.. 흑,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용서를 구했다. 아니,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얀순이가 정말로 실행에 옮길 사람이란것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아니까.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공포감에 떨며 생존의 본능이 이끄는대로 행동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겁쟁이처럼 겁먹은 표정으로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내가 추하게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연신 사과를 하자, 아주 잠깐의 찰나 얀순이의 눈빛은 마치 사랑스러운 것을 본듯이 변했다.

 

(진짜 존나게 사랑스러워♥ 좋아해 아니, 사랑해 얀붕아 너가 이런 얼굴을 보여주면 나는 참을 수 밖에 없잖아..♥)

 

얀순이는 나의 사과가 마음에 들었는지 정색하던 표정은 온화한 표정 돌아왔고 진짜로 누군가를 죽여버릴듯한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따스한 목소리로 변했다. 그렇게 얀순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그 이후에 그녀가 꺼낸 말은 내게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리게했다.

 

“뭐 너네 누나는 안건들테니까, 그대신 얀붕이 예전에 그 계약서 기억나지? 그거에 사인만 해줘”

 

“네..? 아.. 그건..”

계약서. 보통 계약서는 서로가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얀순이가 건낸 종이엔 터무니 없는 일방적인 요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머뭇거리는 나의 태도가 얀순이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다시 한번 그녀는 정색하며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야, 그 병원 기억하지? 오늘부터 거기는 폐..”

 

“쓸게! 제발 쓸테니 병원만은..”

초라하다. 지금 내 모습은 너무나도 초라하다. 얀순이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며 부탁하는 내 모습에 나는 서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안돼, 조건 추가됐어. 내 앞에서 무릎 꿇은 다음 발 앞에 머리 박아”

 

생물은 본능을 떨쳐낼 수 없다. 이는 곧 내가 얀순이의 두려움과 공포가 만들어낸 무력감에서는 어떠한 반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받아도 모자를 판에 무릎을 꿇고 머리까지 박아야한다. 얀순이는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듯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결국 누나에게 연신 사과하며 얀순이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신발에 머리가 닿게 몸을 구부렸다.


(누나 정말 미안해.. 내가 못나서 그래, 진짜 너무 미안해..)

 

얀순이는 발밑에서 조아리는 얀붕이를 보더니 마치 사랑에 빠진듯한 눈빛을 띄우고 있었다.

 

“마지막, 그 상태로 날 보면서 ‘저는 얀순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입니다.’ 라고 말해”

 

얀순이의 눈에선 더 이상 내가 알던 그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얀순이는 새빨갛게 피어난 홍조를 띈 채로 미칠 듯이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다.

 

“저는 얀순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입...니다.”

 

그녀의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파생되는 두려움, 이제는 그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얀순이가 별도의 지시를 내리기전까지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를 보고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이제부터 얀붕이는 내꺼다. 이런 거, 상상을 넘어설 만큼 기분이 좋은데..♥)


(좀 더, 조금만 더하면..)

 

“으읏.. 나도 참.. 칠칠치 못하다니까. 밖에서 이런적은 아흣.. 처음이야♥

 

얀순이는 조심스레 치마 가운데에 손을 넣더니 점점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얇은 두 다리는 사이에 들어간 손이 움직일수록 계속해서 떨리기 시작한다. 몇분이 지나도 전희는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갈 곳을 잃은 얀붕이의 눈길이 얀순이의 눈과 마주침과 동시에 전율의 끝을 알리듯 그녀의 천박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의 새하얀 종아리에는 투명한 액이 흐르고 있는게 너무나도 훤히 보였지만 그녀또한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두 다리의 떨림을 멈추려했다. 이윽고 종아리에서 허벅지를 타고 내려와, 그 액체들은 다리까지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얀순이가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지만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에 반응하거나 나도 그녀에게 흥분해 욕정을 느낀다면, 수개월간 쌓인 그녀의 애정이 지금 바로 터져버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것이다.

 

얀순이는 행복한 시간을 즐긴 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약간은 젖어있는 손가락들로 옷무새를 다듬고 다시 계약서 얘기를 꺼냈다.

 

“크흡, 그럼 우리 얀붕이 계약서 사인했으니까, 오늘부터 너 존나 따먹게 우리집에다 감금할건데 너도 동의한거지?”

얀순이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나를 점점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계획이 성공한듯, 내 귀는 그 목소리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녀는 미친게 분명하지만, 이제는 나도 미쳐버린거 같다.

 


..네

 

귓속말처럼 아주 작게, 내심 얀순이가 듣고 흘리길 바라며 대답했다.

 

“그렇게 작게말하면 내가 어떻게 들어 얀붕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거니? 이번에는 봐주겠는데, 다음에도 그딴식으로 말하면 나 또 화낸다..?”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바로 앞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입을 꾹 닫은 채 펜을 들고 계약서에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얀순이는 내가 사인하는걸 지켜보더니 마치 어린아이가 그렇게나 원하던 장난감을 얻은 것처럼 기쁨을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소녀같은 순수한 미소는 이내 야릇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조그만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내일은 너랑 나에게 있어 존나게 의미있는 날이 될거야. 그건 바로..”

 

결.혼.기.념.일 ♥ ” 

 


분하다. 울고싶다. 수치스럽다. 같은 감정들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두렵다.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이 계약서에 내 이름을 적은 다음, 그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끌려간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계약서 썼으니까, 조금 험하게 다뤄도 충분히 이해해줄거지? 일단 우리들의 신혼집으로 먼저 가자”

 

얀순이는 나를 붙잡은 채로 건물을 나서더니, 그녀의 차까지 끌고간 뒤 힘으로 집어넣었다.

 

“읏차, 얀붕이랑 차 타는거 오랜만이네 옛날 생각두 나고 좋다..   야, 출발해”

 

그녀의 하수인은 차의 시동을 걸더니, 이윽고 운전을 시작했다.

 

“...너, 왜그래? 눈이 흐리멍텅하고 아까부터 별 반응이 없는데.. 뭐 됐나, 어짜피 넌 집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다보면 어떻게든 내 옆에 있고싶어서 애걸복걸하고 빌게 될껄? 다른 여자 생각만 아니면, 네가 어떤 생각을 하던간 난 괜찮아. 내가 너 없으면 못사는거처럼, 어차피 너도 내가 없으면 못살게 평생 내 생각만 하게 만들어줄거니까.”

 

난 애써 못들은척 하며 계속 묵묵부답을 이어나갔다. 얀순이는 나를 지긋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 위에 올라타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한손으로는 내 몸을 희롱했고 다른 손으로 고간을 만져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맛있는건 아껴 먹어야지.’ 라는 말과 함께 나를 꼭 껴안으며 그저 얼굴에 키스자국만 계속해서 남기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것이니 누구도 건들지 말라는 영역표시라고 느껴졌다

 

“넌 이제 내꺼야.”

 

“…”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얀순이와 교제했을 당시 피곤해서 연락을 받지 못한 어느 날, 잠에 깨어 일어나보니 나는 얀순이와 같은 방, 같은 침대 그리고 바로 옆에서 자고 있었다. 딱 하루만 연락을 보지 못했던 것, 그뿐인데 그녀는 자는 사이에 나를 납치해갔다. 지금의 나는 어떤 상황인가, 몇 달동안 얀순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취를 감추었으니 그녀가 내게 저지를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겠지. 얀순이는 나에게 그간 쌓여왔던 애정과 욕정들을 한꺼번에 토해낼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나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해서 달리던 차는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멈추었다.

 

“얀붕아 여기야, 우리의 보금자리가.”

 

그녀는 키스를 멈추더니, 자리로 내려와 흐트러진 옷무새를 정리하고 먼저 문을 열어 나갔다. 게다가 나를 세게 잡아당기며 1초라도 빨리 자신의 집을 봐줬으면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내겐 거부권은 없다. 난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열쇠는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얀순이의 집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때와 별 다른게 없었다. 요즘 사람들은 꿈도 못꾸는 엄청난 크기의 집, 그리고 그런 집 주변에는 가지각색의 꽃들과 조그만한 분수대가 있는 정원이 있었다.

 

“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

“아가씨, 돌아오셨습니까.”

 

주변을 가꾸던 정원사와 쓰레기를 치우던 가정부가 얀순이를 보더니 깍듯히 인사 했다.

 

“다시봐도 대단하지 우리집? 걱정하지마. 내부엔 더 엄청난게 있으니까.”

 

얀순이는 오른팔로 내 머리를 자신의 허리에 조르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철컥

 


“이.. 이게 다 뭐야..?”

 

“너가 나 버려서 생긴 나쁜 버릇”

 

말문이 막혔다. 그 넓은 집 내부에는 수백개, 아니 수천, 수만개의 포스트잇이 붙혀져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포스트 잇에는 ‘사랑해 얀붕아’ 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어때, 내 성의? 기쁘지? 기쁘지 않아?”

 

솔직히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이라는 범주 밖의 행동. 상식 외의 행동. 나는 그녀의 넘치다 못해 숨이 막혀 죽을듯한 사랑을 보곤, 몸이 얼어붙을것만 같았다.

 

“좋아..? 너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써서 집 안에 붙였어. 엄청 기쁘지? 행복하지?”

 

시...싫어 꿈, 꿈이지 이거..?

그녀의 사랑에 압도되었다. 인간을 뛰어넘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초월적인 무언가가 사랑의 형태로 변한다면 필시 이런 느낌일 것 이다.

 

“너 반응이 그게 뭐야..? 안되겠다, 넌 오늘 내가 분이 풀릴때까지 잠 못잘줄 알아.”

 

얀순이는 내 소매를 붙잡고 침실까지 질질 끌고갔다. 그녀의 침소는 중세시대에 왕족들이 사용할만한 고급진 이불과 배게가 침대를 둘러쌓고 있었고, 금으로 만든 화장대와 말로만 들어본 최고급 향수들이 화장대 위에 한가득 놓여져있었다. 침대 옆에는 수백개의 담배갑으로 탑이 쌓여져 있던것도 보였다. 게다가 불을 키지 않는다면 커튼에 햇빛이 모두 가려져 어둡게 변해버릴 거 같은 장소였다.

 

그녀는 수갑을 들고오더니, 침대에 달려있던 기둥과 내 팔에 하나씩 채우기시작했다.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그리고 저항하지 못하게 나를 완전히 구속할셈이다.

 

치익 

 

“으...응? 이게 뭐으-”

침대에 묶여버린 내게, 얀순이는 작은 글씨로 ‘미약’ 이라고 적혀있는 이상한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풍겨져 나오는 알 수 없는 향기에 잠기며 나는 서서히 야릇한 기분이 되어갔다. 각종 복잡한 생각들과 마음은 하나씩 기억에서 사라져갔고 잠시 후 결국 여성의 몸을 탐하려는 욕구 단 하나만 남겨져버렸다.

 

“아..♥ 날 보고 그렇게나 커진거야?”

 

얀순이는 요염한 목소리를 내며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한다. 

한꺼풀씩 얇아질수록 뽀얀 속살이 들어나고 있다. 그녀는 매혹적인 눈빛과 함께 얀붕이를 애태우듯 천천히 벗기 시작했고 얀붕이는 터질듯한 고간과 함께 거친 숨을 내뱉었다.

 

“흐으.. 하... 흐어”

 

얀순이는 달랑 팬티 한장만 남긴 채, 한걸음 한걸음 얀붕이가 누워있는 침대로 걸어나갔다.

 

얀순이는 내 위에 올라타서는 빳빳해진 앞부분에 은밀한 부분을 비벼대며 유혹하듯이 내 귀에 속삭였다.


“하고싶어?”

 

“...”

 

나는 죽을힘을 다해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몸은 얀순이에게 솔직했지만 마음만은 저버리지 않겠다. 그것이 누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였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계나 마찬가지였지만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았다.

 

“사실, 네 의견따윈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거 알지?”

 

얀순이가 부드럽게 내 옷을 벗겨내며 가슴을 밀착시켜 내 몸을 핥는다. 얀순이가 상반신을 모두 벗겨냈을 때, 갑자기 얀순이는 스위치가 켜진 듯 거칠게 바지를 뜯어내며 속옷을 찢고 내 것을 미친 듯이 빨기 시작한다. 

 

“아브아, 기브저아?”

 

“사고 시흐면 마헤, 내 아해다가 하야지.. ♥

 

얀순이는 입에 그의 것을 문 채로 얀붕이를 계속해서 유혹하기 시작했다.

 

얀붕이가 절정에 다다른 듯 황홀감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정신줄을 놔버리자, 얀순이는 그 틈을 타 물고있던 얀붕이의 것을 빼낸 뒤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얀붕아, 싸고싶어..?”

 

“근데, 나 아까부터 생각해봤거든? 아무리 누나라도 얀붕이가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건 아닌거 같아. 그치? “

 

“그러니까, 우리 얀붕이가 누나랑 만나는거 포기해준다면.. 지금 당장 싸게 해줄게..♥

 

“하아.. 흐아.. 내가 누나를 하으.. 포기할거같아..?”

 

“…네 뜻이 정 그렇다면야.”

 

“2시간 동안 열심히 버텨봐”

 

얀순이는 말 그대로 2시간동안 얀붕이의 그곳을 빨아주거나, 혀로 앞부분을 감싸며 핥기도 했다. 젤을 두 손에 가득 발라 양 손으로 열심히 애무를 해주기도 했으며 얀순이의 뽀얀 속살로 뒤덮힌 가슴으로 얀붕이의 것을 감싸더니 위아래로 가슴을 흔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들은 얀붕이가 절정을 맛보기 직전에 귀신같이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길고,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짧았던 2시간이 끝을 고했다.

 

“…해주세요”

 

누나, 정말 미안해

 

“츄웁, 읍, 뭐? 크게 말해야지 얀붕아”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흐윽.. 제발, 제발 싸게 해주세요..! 저.. 저 누나보러 앞으로 안갈테니까, 다시는 얀순이 말고 다른 여자들 쳐다도 안볼테니까아… 네? 부탁이에요.. 저를 가게 해주세요..”

 

나, 이젠 이 사람을 거스를 수 없을 거 같아요.

 

얀순이는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얀붕이의 것을 얀순이의 안에 넣은채로 미친듯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쾌락의 늪에 빠져버린듯 계속해서 천박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치 천국에 도달한 사람처럼, 그의 표정을 말로 표현하기란 불가능 해보였다. 

 

“하읏, 너 그런 표정 짓지마아... 진짜 존나게.. 하아.. 꼴리니까..♥

 

이 말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이 이상은 무리라고 몸이 호소하며 나의 그곳이 서질 않게 되면 얀순이는 정체불명의 주사를 꽂아넣어 나를 각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종종 얀순이의 잡아먹는듯한 허리 놀림에 반강제적으로 정신을 차린적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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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눈..부셔”

 

정신을 차리고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수갑이 풀려 팔이 자유를 되찾았지만 하반신은 마비가 되어 움직일 기미가 안보였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서 양 팔에 기대어 힘들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커튼이 쳐진 창문에서 얀순이는 쌓여있던 담배들을 모두 창문 밖으로 버리고 있었다. 

 

“얀붕아 일어났어?”

 

얀순이는 나를 의식한듯, 뒤를 쳐다보고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 저기, 네..”

 

“어제 많이 안힘들었지? 앞으로 죽을때까지 밤마다 할꺼니까, 오늘밤도 기대해♡”

 

“아, 그.. 저기.. 아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성교를 매일매일 해야한다는 사실은 얀붕이에게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게했다. 아무리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가 성욕이라지만, 그보다 더욱 원초적인 감정인 공포에 그는 두려움을 떨 수 밖에 없었다.

 

“얀붕아, 너 그런 표정..”

 

“저, 흐윽.. 더, 더는 안되요. 그니까.. 그러니까.. 제발 한번만 흐극.. 한번만 봐주세요..”

 

“내가 존나 꼴리니까 짓지 말라고 했잖아..♥

 

얀순이는 침대에 몸을 던지더니, 내 양팔을 붙잡고 다시한번 나를 짜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하반신은 말을 듣지 않았기에, 내 것은 금방 죽어버렸다.

 

“어제 약빨 잘받던데, 한번만 더 쓸게~? 따끔할거야.”

 

“아, 아아아아..”

 

얀순이는 어제 보았던 정체불명의 주사기를 내 몸에 꽂더니 내용물을 서서히 주입시켰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내 것은 언제 죽었냐는 듯, 팔팔하게 살아났다.

 

“오늘 밤에도 해야하니까, 적당히 살살할게..?”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얀순이의 템포에 맞춰졌다. 얀순이는 능숙하게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더니 극도의 쾌감을 맛보게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혹사당하니 정신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말이 꼬이고 숨을 쉬기 힘들어서 가쁘게라도 쉬어야 했으며, 잠깐이나마 정신줄을 놓으면 이번엔 영원한 잠에 빠질것만 같았다.

 

“저..어 지짜로 주거여어..”

 

“옳지 옳지 우리 얀붕이 잘 버텼네 정말 장하다.”

 

“있지, 나 너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되게 많았는데.. 우리 얀붕이 조금만 더 버틸수 있지?”

 

얀붕이는 누가 봐도 툭 건들면 쓰러지기 직전인 상태였다. 하지만 얀순이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했다. 얀붕이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써가며 혀가 꼬인 채로 대답했다.

 

“에.. 채선을 다해보게여…”

 

“…얀붕아, 난 지금 이 상황이 씨발 진짜 존나게 행복해. 사실 지금 이 순간이 너가 나를 떠난 뒤, 너를 존나 보고 싶어서 꾸고 있는 꿈처럼 믿어지지가 않아. 

그렇기에 이번엔 절대로 널 놓치지 않을거야”

 

“너네 누나에겐 너무나도 감사하고있어. 네 관심을 모두 가져가버려서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질투가 나긴 했지만.. 뭐 어때, 넌 이젠 내꺼가 됐잖아.

 

“.. 대답 안해?”

 

“네혜... 재소해여,,”

 

“그치, 잘했어 우리 얀붕이 “

 

얀순이는 얀붕이를 보며 웃음을 짓더니 보여줄게 있다며 방을 나갔다. 몇 분 뒤에 돈이 쌓인 가방을 들고와 침대에 내용물을 쏟아냈다.

 

“나한텐 종이와 다를게 없는 이 돈이, 너에겐 존나게 필요했지? 

즉, 넌 내가 없었으면 등신같이 누나 병원비도 못 냈을거고,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도 지켜내지도 못했을거야. 


“정말 좆같이 불공평하지? 난 그래서 마음에 들어. 그 불공평을 통해 너를 가질 수 있게 됐으니까.”


..

 

“앞으로 나랑 살면서 이 종이 쪼가리 걱정은 안하겠지만”


“넌 내가 없으면 씨발 좆도 아니라는것과” 

“한번만 더 나한테서 도망치면 진짜로 화낼거라는거”

 

“이 두 가지는 잊지말아줘? 아 맞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거. 네 불행들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거는 절대로 잊지마”

 

“.. 우리 얀붕이 잘 알겠지?”

 

“...”

 

“창놈새끼가, 대답하라고”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흐응,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곯아떨어졌네”

 

얀순이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채 옆에 곤히 자고있는 얀붕이의 볼을 양손으로 당기거나 입 안에 손가락을 넣는 듯 장난을 쳤다.그녀는 얀붕이의 머리를 쓰다음으면서 나지막히 말했다.

 

“어제 말한 우리 결혼식은, 당신네 누나 병실에서 할 예정이야. 누가 뭐라고 하던, 나는 그 사람에게 당신이 누구껀지 확실히 보여줘야겠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얀붕이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얼굴을 한채로 잠에 빠져있다.

 

“후후.. 그럼 이따 병실에서 봐요 여.보♥


얀순이는 이제 예전처럼 무차별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며 흐느끼지 않을 것 이다. 이제 얀순이를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얀붕이도 얀붕이의 누나도 결국 얀순이의 손아귀에 있다.


얀순이는 얀붕이와 처음 만난 그날처럼 환하게 웃음꽃을 피우며 속삭인다.


"나는 이제 행복.. 아니, 우리는 이제 행복해"




나도 돈 많은 얀순이가 사랑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