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방학식을 마친 역사적 방학 첫날 이었다.


이번 방학도 저번 방학과 같이 별것없이 보낼 예정이었다.


무슨 캐릭을 만렙찍지? 정도가 이번 방학의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샤워를 하고 나와 밤새 게임을 하기 위하여 책상의자에 앉았는데..


그런데 이걸 뭐라 말해야하지.. 


별안간 의자에 앉자마자 내 방밑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구라냐고? 아니라고!


정말 마법진.


그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영화같은데서 나오는 둥근원.


그 속에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많이 들어있었는데 그게 삥글삥글 몇바퀴 돌아가더니 이윽고 멈추자 빛이 내방을 가득 채웠다.


그 엄청난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눈을 뜨니 온 사방이 새 하얀 공간이었다.


정말 온천지 다 하얀 공간이었다.


어디까지가 바닥이고 어디까지가 벽인지 어디까지가 천장인지 가늠조차 안되는 순백의 공간.


거기서 왠 금발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올법한 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자신을 여신이라고 소개했다.


이쯤되니 이걸 듣고 있는 여러분도 전개가 예상될것이다.


나는 이세계로 소환되었다느니..


이 세계는 지금 마왕의 위협으로 멸망 위기라느니..


그걸 구할 수 있는건 용사의 스티그마의 적합자인 나라느니..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 덩어리.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부한건 진부한거고 이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데 설정이 구리단 이유로 도와주지 않을 수 도 없었다.


나는 동료를 모아 마왕을 무찌르기위한 이세계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래 저래 힘든 일이 많았지만 이제와서 중요한건 아니니까, 아무튼 난 마왕을 퇴치하는데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마왕의 목을 잘라내고 잠시 숨을 돌릴 여유도 없이 또 다시 마법진이 발밑에 생겨났다.


이제는 이세계 짬도 찰때로 찼는지라 그 마법진을 대강이나마 해석할 수 있었다.


마법진이 의미하는 바는 내가 이세계로 왔을때의 소환진의 반대 역 소환진이었다.


동료들과 작별할 시간정도는 주는줄 알았는데 이 여신님은 그렇게 감성적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시 나는 그 순백색의 공간으로 소환되었다.


여신은 가볍게 이 세계를 구원해줘서 고맙다는 감사표현을 하고 다시 나를 원래 살던 세상 지구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용사의 스티그마도 반납해야 하는거죠?"


나의 영혼에는 스티그마라는것이 새겨진 상태였는데, 이것이 이세계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용사의 스티그마고 불리는 이것은 신체능력을 대폭 증가시켜줄 뿐만 아니라 각종 검술이나 무술, 마법적 재능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마왕은 무슨 고라니 한마리도 이길 수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이제 지구로 돌아가야 하니 이것은 반납해야한다.


노력도 없이 갑자기 생긴 힘인지라 갑자기 사라진다 하더라도 크게 억울하지는 않다.


다만 이때까지 나의 목숨줄 역할을 하며 나를 지켜주던 무기가 사라진다니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원래 같았으면 용사의 스티그마는 회수되어야 하지만.. 당신은 저보다 훨씬 강해졌는지 회수가 되지 않는군요"


하긴 여신이 나보다 더 강력했더라면 본인이 몸소 나서서 마왕 목을 따버리면 될테니까


"그러니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용사의 스티그마는 여전히 당신의 영혼에 남아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당신의 차원에서도 이 힘은 굉장히 강력한 힘이라는것은 알고 있습니다. 큰 책임이 따를테지만 이때까지 지켜본 당신이라면 그 힘을 가지고도 선한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테죠"


어어? 자신의 차원 아니라고 너무 대충 일처리 하는것이 아닐까?


내가 이 스티그마를 가진 상태라면 케이크 자르는 빵칼을 쥐여줘도 에베레스트 산을 치즈케익 자르듯이 썰어낼 수 있다.


그런 힘을 지니게 한 체로 보내준다고?


"그럼 원래의 차원에서도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어어어? 여신님 잠깐!"


여신은 분명 내가 잠깐이라고 외치는걸 들었지만 무심하게 마법을 완성시켰다.


아마 여신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 무결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공무원 같은 존재일것이다.


태도가 딱 그짝이다.


나는 왔을때 처럼 엄청난 빛이 터져나오더니 나는 다시 지구의 작은 나의 방으로 돌려보내졌다.


'돌아온건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난한 살림살이의 나의 자취방.


익숙한 냄새가 났다.


자신의 방 냄새도 느껴질 정도로 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년이란 시간을 이세계에서 보냈지만 나의 방에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컴퓨터도 아직 켜진 상태 그대로 였다.


의아해 하며 모니터를 켜서 날짜를 확인해 보았다.


방학식으로부터 4일이 지난 시간.


이세계에선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살던 지구는 단 4일만이 흐른것이었다.


나는 조금 벅찬 마음으로 창문을 열었다.


청량한 자연의 향기가 아닌 매캐하고 답답한 서울 공기.


울퉁불퉁한 도로위를 달리는 마차들이 아닌 잘 포장된 아스팔트에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밤이지만 온갖 형형색색의 인공적인 불빛들이 터져나오는 서울.


"진짜 돌아왔구나.."


나는 감격스러우면서도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 있는데 망할 공무원여신년이 작별 시간도 주지 않은채 나를 돌려 보냈네


나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았다.


"Dyblloxx"


한국어로는 조금 발음하기 힘든 특이한 언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의 검지 손가락위에 작은 불이 피어올랐다.


나는 지구 이곳 서울로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마법 사용이 가능했다.


정말로 여신년이 나에게 스티그마를 남긴체 지구로 돌려보낸것이다.


나는 이 힘으로 내가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이 힘은 나의 이득을 위해 사용할만한 그런 가벼운 힘이 아니었다.


이세계에서 수없는 희생을 쌓아 올려 만든 힘이었기에 내가 잠시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온전히 나만의 힘은 아닌것이다.


그냥 살던대로 살아야지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나는 4일만이지만 4년만에 방밖으로 나가 동네를 산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세계에선 절대 못먹던 콜라가 너무 먹고싶었기 때문이다.



*      *      *


선배는 집에 틀어박힌지 4일째 나오지 않고있어요.


단 한번도 말이에요.


무슨 일이 있는걸까요?


이제 학교는 방학에 돌입한 바람에 저는 사랑하는 선배를 좀처럼 마주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연을 가장하여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앞집으로 이사까지 와버린 저인데 선배는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네요.


사람이 살고 있으면 생활 소음정도는 들릴법 한데 선배의 집은 사람 사는 집이 아닌것 처럼 조용해요.


혹시 저 몰래 방을 빠져나갔나 싶어 빌라 CCTV를 돌려보았어요.


하지만 선배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후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요?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찰한테 뭐라고 말을 해요.


제 앞집에 사는 사람이 4일째 나오지 않고 있어요라고?


스토커라는걸 동네방네 티낼순 없잖아요.


아 참 저는 스토커가 아니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좀더 가까이서 계속해서 알고 싶은건 사랑에 빠진 소녀들의 평균이잖아요?


그러니 저는 스토커따위가 아니에요.


그냥 단지 사랑에 빠진 소녀에요.


깊은 딥러브에 빠져버린


하지만 더 이상 못참겠어요. 


선배 얼굴을 보고싶어요, 목소리를 듣고싶어요.


오늘 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저는 문을 따고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안그러면 제가 미쳐버리겠는데 어떡해요,


라고 생각하는데 제 기도가 통해서일까요?


기적처럼 선배의 현관문이 철컥하면서 열리는게 제가 설치해놓은 카메라에 잡혔어요.


4일이라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배는 어째서일까 더 늠름해진 남자와 같은 모습이었어요.


어깨는 더 넓어졌고 키도 좀 더 커버린것 같아요.


너무 멋져요, 아아 선배 저를 두고 벌써 어른이 되어가는거에요?


선배는 그렇게 계단을 따라 빌라 밖으로 나갔어요.


이 시간이면 아마 편의점이라도 가는걸까요? 당장이라도 쫓아가고 싶지만 저에겐 더 중요한게 남아있어요.


이번 처럼 선배가 며칠동안 계속 집 안에 박혀서 얼굴을 못볼수가 있잖아요?


저는 선배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답니다.


선배집 도어락 비밀번호 따위 진작에 파악 했다구요.


2580# 중간줄을 일자로 내리긋는 비밀번호를 쓰면 어떡해요 선배, 조심성이 없다구요.


물론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거겠지만.


그렇게 도어락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는데, 왜인지 문을 잡아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안쪽에 열쇠로 잠그기라도 한 것일까요? 


아니 그거랑 달라요 뭔가 이상해요.


안쪽을 잠금장치로 잠구었다 해도 이렇게 문을 잡아 당기면 철컥철컥하면서 문이 조금은 이격이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어째서인지 벽이 문에 딱 붙어버린마냥 요지부동이에요.


그냥 아무것도 없는 일반 벽에다가 문고리 달아두고 잡아당기는 느낌이라니까요?


뭔가 잘못되서 문이 끼여버리기라도 한걸까요 열심히 잡아 당겨봤지만 문은 요지부동이에요.


그렇게 십분 넘게 끙끙대고 있는데 선배가 다시 빌라를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하는 수 없이 저는 다시 집으로 숨어 들어가는 수 밖에 없겠네요..



*      *      *


난 콜라만 사올 생각이었지만 4년만에 현대문물의 정점인 편의점에 방문하자 먹고싶은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거저거 집어오다보니 편의점에서만 3만원 넘게 지출을 하고 말았다.


내가 얼마가 있더라?


일단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 4년만에 돌아왔는데 이정도 사치쯤은 괜찮잖아?


그렇게 나는 신나게 봉지 가득 마음가득 으로 빌라로 돌아왔다.


현관앞에 서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곤 나지막히 외쳤다.


"Quxinz"


그러자 문에서 마나로 만들어진 얇은 막이 사라졌다.


결계 마법이었다.


이세계에선 마물들과 야생동물들이 사방천지에서 나타나는지라 베이스캠프를 비워야 한다면 늘 결계마법을 두른채 자리를 비워야했다.


그렇지 않게되면 식량이고 뭐고 죄다 털려버린다.


물론 서울에서는 마물들이나 짐승들이 나의 짐을 털어가는 일따위 없겠지만 습관 같은것이다, 이제는 징크스에 가까운.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      *      *


그렇게 카메라 설치를 실패한 저는 무척이나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에 따른 저의 결론은 이렇게라면 안되겠다에요.


선배는 어째서인지 4일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년의 티를 완연히 벗어내고 누가봐도 몸좋고 잘생긴 수컷의 향기가 진동을 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카메라를 돌려보고 다리사이를 문질렀는지 몰라요.


아무튼, 이대로라면 다른 암캐들이 선배를 채갈지도 몰라요.


저는 조금 강경하게 다가가기로 했어요.


선배를 강제로라도 제것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원래 좋은것이 좋은거라 자연스럽게 선배와 친해져서 선배를 가지고 싶었지만, 이건 선배가 재촉한거에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멋지게 태어나래요? 이건 누가봐도 선배 잘못이잖아요.


오직 나를 위한 선배

나의 선배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내것.

선배는 내거에요.


그렇게 어떻게 선배를 내것으로 만드나 방법을 고르고 있는데 다음날 선배가 집 밖으로 나오는게 카메라에 잡혔어요.


다행이에요 또 며칠동안 틀어박혀있는건 아닌지 걱정했단 말이에요.


지금 시간은 12시니까 아마 점심을 해결하러 나가는거겠네요, 아마 선배가 좋아하는 거기 돈까스 집으로 가는거겠죠?


저는 휴대폰을 꺼내어 김 실장님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김실장님 제가 저번에 말 했던 돈까스 가게있죠? 네네, 선배가 그리로 갈것 같아요 선배 음식에 수면제를 태워주세요 강력한걸로"


이제 조금 있으면 선배는 제것이 될거에요.


어떡하죠? 선배 저 가슴이 벅차오르고 아랫배가 간질거리기 시작해요.


선배만이 이 떨림을 멈춰 줄 수 있어요.


이제 선배가 제것이 될거에요.


*      *      *


나는 돈까스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이세계로 소환되기전 이 돈까스집을 엄청 좋아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양도 많았다.


이세계에서도 여러가지 별미들을 먹어보았지만 음식은 지구만 못했다.


어제는 돈까스를 먹고싶어 잠을 설칠정도였다.


그 빠삭하게 튀겨낸 튀김옷 MSG가 잔뜩 들어간 달콤새콤한 소스.


가게문이 열리는 12시가 되자마자 집 밖으로 나와 돈까스 집으로 향했다.


스티그마의 힘을 빌리면 1초만에 돈까스 가게에 도착할테지만 인내심있게 참아내며 보통 고등학생의 걸음걸이로


가게로 향했다.


그리곤 가게에 앉자마자 메뉴판도 보지 않은채 돈까스 정식을 시켰다.


5분도 되지 않아 돈까스가 나왔다.


황금빛의 영롱한 자태.


그 위를 이불처럼 덮고있는 갈색의 소스.


나는 얼른 돈까스를 잘라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자극적인 맛이 폭죽마냥 입안 한가득 터지며 나의 미각세포를 가득히 채워주었다.


눈물이 조금 날것 같았다.


이세계에선 먹는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던전 근처나 마왕성 근처에서 야영을 할 때는 이미 그 근처에는 야생동물은 없어 고기는 맛볼수도 없는데다가


나오는건 흉측한 모습의 마수나 뿔달린 인간모습의 마족들 뿐이니 그렇게 생긴걸 먹을순 없지 않은가.


결국 우리 용사일행들은 주변의 풀들이나 과일을 따먹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력을 받아 자라난 식물들임으로 보통인간들이 먹는다면 죽을 수도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실제로 초보용사시절 그것들을 먹고 몇번이나 사경을 해매었다.


하지만 사람은 안먹고는 못사는 법이다.


나는 그냥 되는대로 생존하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데로 쳐먹었다.


그 결과 나는 어지간한 독성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게 되었고 토벌 마지막에 들어서는 히드라의 독조차 목마를때 마실 수 있는 만독불침의 몸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돈까스 한접시를 깨끗이 비워내고 만족한 표정으로 카운터에 다가가 계산을 했다.


뭔가 돈까스집 사장님이 평소랑 다르게 나를 얼떨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음.. 내가 너무 빨리 먹어치운 탓일까?


*      *      *


어떻게 된거에요 선배, 분명 돈까스에 수면제를 가득 탔었다구요.


그정도 양이면 성인 남성도 바로 기절할 양인데 그걸 소스까지 다 드시고 어떻게 멀정한 상태로 계신거에요.


그걸 10분도 안되서 다 드셨으니 이건 코끼리가 먹어도 꾸벅꾸벅 졸아야 한다구요.


인간이 맞는거에요 선배?


아 정말 이 방법까지 쓰고싶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저는 다시 한번 김실장님에게 전화를 했어요.


"안되겠어요 그냥 김실장님이 말한 방법대로 해주세요"


선배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선배를 가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요 힘으로라도 선배를 가지겠어요.



*      *      *


돈까스를 먹고난 그날 밤, 오늘도 왠지 산책이 하고 싶어 집 밖으로 나섰다.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무척이나 익숙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느낌, 특히 이세계에선 볼 수 없었던 네온사인.


지구에 있을땐 당연하게 느껴졌던것들이 이제와서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도시의 야경에 정신이 팔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인적이 조금 뜸한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갑자기 검은색 벤이 내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정장차림의 우락부락한 남성들이 여섯명이나 내렸다.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그중 제일 대장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그렇게 말 했다.


그사람은 어째서인지 지금은 한 밤중임에도 그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저요? 저를 왜요?"


"그건 같이 가게 되면 압니다."


"...? 거절하면요?"


"다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더니 나를 빙 둘러 쌌다.


벤에서 내린 사람 말고도 뒤에서도 나를 미행중인 일행이 있었는지 어느새 나의 퇴로를 막아선 뒤였다.


"다칠지도 모른다라..."


조금 우스웠다.


미행을 발견 못한건 나의 실수였지만 여기는 지구라 마음을 놓고 있었고 심지어 나에게 별 위협이 되는 사람들도 아니였다. 


용사질을 4년하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협을 수도 없이 겪었다.


이정도는 장난 수준에도 못낀다.


굳이 나를 왜 데려가려고 하는진 모르겠으나,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나는 검지와 중지만으로 나에게 달려드는 사내의 뒷목을 내리쳤다.


물론 죽일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기절할 정도로만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 사내들은 일동 경악 했다.


어떻게 일개 고등학생이 자기보다 두배의 덩치의 사내를 일격에 기절시키냐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개로.


나는 어렵지 않게 사내들을 모두 기절시키고 유유히 거리를 빠져나갔다.



*      *      *


선배 진짜 어떻게 된거에요!


선배 혼자서 열이 넘는 저희 경호팀을 제압하다니, 선배가 그렇게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믿을 수가 없어서 몇번이고 경호팀이 촬영한 영상을 보았어요.


선배가 손가락 두개를 휙휙 휘드르니 정말로 저희 경호팀이 픽픽 쓰러졌어요.


물론 저는 그런 모습을 보고 한번더 선배에게 반해버렸지만요..


강한남자 너무 멋져... 저 늠름한 손가락 두개가 나의 중요한곳을 휘젓게 된다면..


다시 아랫배가 짜릿해져와 저도 모르게 손이 다리사이로 가버렸지만 아차, 그럴때가 아니네요.


이 방법 마저 안되면 제가 어떻게 선배를 가져야하죠? 도대체 무슨 수로?


그렇게 방안에서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제 발밑에서 무슨 둥근 마법진이 나타났어요


정말 마법진.


그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영화같은데서 나오는 둥근원.


그 속에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많이 들어있었는데 그게 삥글삥글 몇바퀴 돌아가더니 이윽고 멈추자 빛이 제방을 가득 채웠어요.


그러자 어느새 새하얀 방으로 이동되었고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올법한 옷을 입은 금발의 여자가 나타났어요.


"오셨군요 용사님, 저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희 세계가 또다시 멸망의 위기에 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네? 그게 무슨소리에요? 여긴 어디에요?"


그 여자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저에게 설명하더니 저를 제가 원래 살던 지구가 아닌 다른곳으로 보내버렸어요.


거기는 중세시대 어떤 성 같았는데 거기 사람들이 저보고 여신이 보낸 용사라느니 2대 용사라느니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어요.


하지만 전 거기서 커다랗게 걸려있는 어떤 초상화를 보았어요.


1대 용사님이라는 남자의 초상화.


제가 못알아 볼리 있나요? 그건 분명히 선배의 얼굴이었어요.


남자치고 조금 가냘픈 턱선 짙은 검은색의 눈동자 여자만큼 긴 속눈썹.


이거 선배 맞죠?


이제서야 여기 사람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선배는 이곳을 구한 용사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선배 뒤를 이어 2대 용사가 되기로 했어요.


이런 일 별로 제 성미에 맞진 않지만 마왕을 토벌 해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선배는 마왕을 토벌하는데 4년의 시간이 걸렸다면서요?


저는 1년 반 정도가 걸렸어요.


선배가 이 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막으면서 마왕을 토벌하니 그렇게 걸리잖아요.


바보같이 착한사람.


저는 이 세계 사람들이 죽건 말건 그냥 마왕만을 토벌하기로 했어요.


이 용사의 스티그마를 가지고 닥치는데로 마족을 쳐죽이고 필요하면 이 세계 사람들을 미끼나 제물로 쓰기도 했죠.


선배라면 경멸할 방법이겠지만 어쩔수 없었다구요.


선배를 빨리 보고 싶은걸..


그렇게 마왕 목을 잘라내고 저는 다시 지구로 돌아올수 있었답니다.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현실의 시간은 하루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더라구요.


아참! 이 영웅의 스티그마는 쓸모가 많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영웅의 스티그마를 다시 회수해 가려는 여신이라는 년을 죽이고


스티그마를 가진채 지구로 돌아 왔어요.


참나, 어이가 없지 않아요? 줬다 뺏는다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쵸?


이제 스티그마의 힘도 있겠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선배를 제가 가질 수 있게 됬어요.


얼른 보고 싶어요 선배! 


저는 참지 못하고 당장 선배의 집 문을 따고 들어갔어요.


결계가 걸려있었지만 영웅의 스티그마가 있는 제게 해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방이 텅 비어있었어요.. 아쉽게도 선배는 외출중인가 보네요.


선배 냄새 가득한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것도 기분 좋겠지만 저는 당장 실물을 원해요


무려 1년 반동안 선배를 못봤다구요?


저는 선배를 찾아 건물 옥상에서 탐지 스킬을 사용했어요.


아 다행이야, 가까이 계셨네요.


다리에 온 힘을 집중하여 냅다 선배에게 달려들었어요


나만의 선배 나만의 사람 나만의 남자.


넌 이제 내꺼야.




*      *      *


"으악! 씨발 깜짝이야!"


별안간 무슨 여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려 나에게 달려들었다.


여긴 지구일텐데 그 몸놀림은 지구의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해 달려든 여자에게 주로 사용하던 용사의 체술 아랑각을 먹이고 말았다.


보통의 강도를 가진 지구인이라면 풍선터지듯 터져버려야 하는데 여자는 걷어차이고 바닥을 몇바퀴 구르는정도로 그쳤다.


마나로 쉴드를 펼친것이다.


뭐야? 마나? 역시 지구인이 아닌가?


"켁..선배 역시 강하네요"


쉴드를 둘렀지만 데미지가 없지는 않은듯 여자는 비틀비틀 일어났다.


"선배? 누구세요?"


나는 여자의 얼굴을 잠시 자세히 보았다.


고등학생쯤 됐을까? 아직은 소녀의 모습을 한 여자아이였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그러고 보니 학교 후배중에 저런 아이가 있었던것 같기도..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그것보다 왜 갑자기 나에게 달려든거지? 거기다 저런 신체능력은 내가 있던 이세계에서나 통용되던것이다.


나는 눈에 마나를 담아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의 영혼에도 나와 마찬가지로 용사의 스티그마가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조금 다르게 직삼각형의 모양이 추가 된 채로.


내가 있던 이세계에서 저 직삼각형의 모양은 숫자 2를 뜻하는 문양이다.


그 뜻은..


"혹시 2대 용사세요?"


그것 말고는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나보고 선배라고 불렀던 것인가? 선배의 뜻이 학교 선배가 아니라 용사선배란 뜻이였나?


"아직..제가 선배를 가질 수 없나보네요. 실력이 모자란것 같아요"


"뭔소리에요 갑자기 달려들어놓곤 왜 저를 가지려 드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선배"


"무슨소리시냐니까요?"


"tuxxin ahe deppli"


여자아이가 뭐라 중얼거렸다.


아마 그것은 주문의 영창인듯 발 밑에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나는 마법보다는 체술에 능했기에 저 마법진을 완벽하게 해석해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동마법의 종류인것 같았다.


갑자기 달려들어놓고 또 갑자기 사라질 생각인가?


"저기요 갑자기 이게 무슨.."


하지만 소녀는 내 질문에 답해 줄 생각이 없는듯 마법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      *      *


큭.. 선배 강하시네요.


같은 용사의 스티그마를 소지하고 있어서 비슷한 실력일줄 알았는데..


한번에 나가 떨어질줄이야..


하긴 저는 이세계에 겨우 1년 반 있었고 선배는 4년이나 있었으니 저보다 더 강한건 당연했겠네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아직 제 실력으론 선배를 가질 수가 없나보네요.


윽.. 선배에게 걷어차인 옆구리가 너무 욱신거려요..


거울 앞으로가 옷을 들어보니 이미 멍이 퍼렇게 잡혀있었어요.


갈비뼈가 부러진걸까요?


얼른 포션을 부어서 치료를 해야..


"잠깐.."


아니지.. 아니지! 이건 선배가 처음으로 내 몸에 새긴 흔적.


키스마크와 비슷한것이네요!


조심스레 멍든부위에 손을대자 이제는 통증이 아니라 아릿하고 묵직한 쾌감이 올라왔어요


"하앙.. 선배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한손으로는 선배의 키스마크를 어루만지고 다른 손으론 저의 다리사이를 비벼댔어요.


언젠간 선배를 갖고 말거에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