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오후 10시.

난 어떤 한 폐건물로 도망치고있었다.

"하아....하아....이정도면...."

1시간가량 계속 뛰어서 도망쳤다.

나는 서둘러 내 몸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베인곳은 없을까. 물린곳은 없을까.

하지만 팔에 이빨자국이 보이자 나는 절망감에 빠졌다.

물린이상 그것들로 무조건 변한다.

늦든...빠르든.

어째서.. 이렇게 까지 되었단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10시간전.

나는 생존자 기지에서 좋게 말해 퇴출.

나쁘게 말해 추방당했다.

이유는 너무 많은 물자를 소비한다는것.

내가 있던 기지에는 물자를 찾으러 나갈 인원들이 상당히 부족했다.

그래서 거의 나만 주로 물자를 챙기러 나갔다.

확실히 소비하는 물자는 많았다.
아무래도 나 혼자 가다보니 에너지바,에너지 드링크같은 걸 많이 먹었다.

하루라도 빠르게.
하루라도 안전하게 가야하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물자들을 사용해서 가져오는 물자가 더 많은걸로 아는데.

내가 무리하면서 까지 모아와서 거의 3달분의 물자를 쌓아두었는데.

난 추방당하면서 내가 주로 쓰던 장비도 챙기지 못했다.

일단 장비들을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지만 운이 나쁘게 몇몇놈들에게 걸려서 도주.

하지만 몇몇놈들이 끝내 날 무는데 성공.

그렇게 현재 폐건물에 숨어있는 내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물리면 아무리 짧아도 6일이 지난 뒤에 변이가 진행된다는것.

사실상 내게 남은 수명은 6일.

내게 남은 이 6일.

어떻게 보내야할까.

하지만 어떻게 보내야할까.

6일.

6일뒤면 나는 그냥 저 길바닥에 널리고 널린 저것들이 되버릴텐데.

어째서 좀비에게 물린 자들이 이상하게 행동한지를 알거같았다.

논리 따위 통하지 않고.
지나가는 생존자를 잡아다 괴상한 행위를 반복하기도 하고.

이런 행동을 벌이는데는 한가지 이유때문이었던거다. 뭘해도 죽는다.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고 부정하고 싶어서...

확 죽어버릴까 생각했다.

나는 경찰의 시체에서 얻어낸 권총을 꺼내 탄창에 .45ACP탄을 삽탄해 장전하고 머리를 겨눴다.

하지만 이내 나는 권총을 다시 바닥으로 내리고 슬라이드를 후퇴시켜 약실에 들어있던 탄을 꺼내 보관했다.

이 1발은 내가 변하기전 내가 인간으로.
인간답게 죽을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정처 없이 떠돌았다.

2일째가 되서 안사실이지만 내 몸의 일부가 변하기 시작하자 그것들은 나를 동족으로 인식했다.

"어젯밤에만 하더라도 날 죽이려고 달려들던놈들인데.."

너무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하하...이런...결말을 위해서...나는...."

내가 그동안 해온 모든일이 부정당하는 그 느낌.
내가 쌓아올린 그 기반이.

모조리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우울증...이구나..."

그것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 는걸 알아채자마자 나는 모텔로 향했다

사태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변해버린곳이기도한 모텔.

그리고 내가 머물던 곳.

역시나 내가 들어서도 그 어떤놈들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2층에 들어서자 온 복도가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난 끝복도의 문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긴문을 열었다.

바깥의 풍경과 대비되는 깔끔함 그리고 깨끗함이 나를 반겨주었다.

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나도 현실도피의 단계에 들어선듯 싶었다.

마치 원래 해오던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샤워를 끝내고 내 팔을 다시 보면 내가 처한 상황이 나를 더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방을 나와 밖으로 향했다.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기지를 벗어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기지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나는 얼굴을 들었다.

나를 추방시킨 장본인이었던 그녀가.

같은 대학교에 다니던 동기가.

3달간의 썸 끝에 사귀었던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녀는 내게 다가와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떨쳐내며 말했다.

날 추방시켰으면서 뭐가 또 문제냐고.

혹시 내가 모은 물자를 강탈하러 온거냐고.

나는 그녀에게 가방을 던져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의도는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시 돌아와줄수 있느냐고.

망을 보던 놈이 밤새 식량을 들고 도망갔다고.

그것때문에 식량이 2주일분만 남았다고.

그 동안 너를 무시하고 너의 진가를 몰라본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대체 뭐라고 하는걸까. 이 씨발년은.

내가 누구때문에 이 지경에 온건데.

그 누가 내 장비만 주었다면 감염도 안당하고 다시 기지로 돌아가자는 말에 웃으며 대답했을텐데.

난 끓어오르는 분노를 식히며 그녀에게 팔을 걷으며 말했다.

그 잘난 누가 내 장비를 빼앗은 덕에 나는 이제 4일밖에 못사는 병신이 되버렸다고.

그 누구가 고생하는걸 보기 싫어서 무리해가면서 모아왔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그러면 안되지 않았느냐고.

난 가방을 그녀에게 건내며 말했다.

이 가방안에는 여러종류의 씨앗이 있다고.

내가 추방되기 2일전 막사 뒤편에 땅을 어느정도 개간해둔게 있으니 이걸로 어떻게든 해보라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뒤로 돌아 걸어갔다.

오후 8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니 아마 그녀도 알거다.

나를 붙잡으려고 오면 그것들의 한끼 식사가 되어버릴것이라는걸.

온갖 불쾌함이 내 감정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마 어떻게든 잘 살아남을것이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래도 그녀는 남들을 통솔하는데 있어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뒤론 그냥 폐인같은 삶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밖을 쳐다보거나.

술을 진탕 마시고 기절해버리거나.

뒷골목에 죽어있는 여성의 시체를 쳐다보며 식욕을 느끼거나.

점차 내가....내가 아니게 되어갔다.

마지막날.

꼭 자연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음날 죽을거라는걸 인지한다고도 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다음날이면 아마 나는 그것들과 같은 부류가 될것이다.

나는 권총의 탄창에 1발을 삽탄하고 장전후 옆에 내려두었다.

죽기전 내가 먹으리라고 결심한 과자와 음료를 준비했다.

웨하스.

그리고 민트초코라떼.

굳이 즐겨서 먹는타입은 아니지만 한번은.. 먹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매우 좋아하던 음료였기에.

마지막 만찬은 그 어느 식사보다 맛있었고 훌륭한 식사였으며 그와 동시에 무척이나 슬프고 비탄한 식사였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내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난 행복하게 죽은거같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1달쯤 시간이 지난후.

싸늘하게 식은 한 시체에 한 무리가 다가왔다.

여성 1명과 남성 4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남성 4명은 주위로 퍼져 안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손에 쥔 주사기를 바닥에 힘없이 떨어트렸다.

주사기는 깨지고 안에 들어있던 액체도 흘러나왔다.

여성은 시체앞에서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주일전 군대의 연구실에서 계속 공돌이와 의료진을 갈아넣어서 치료제를 발명했다.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었다.

다만 감염속도를 완화시키고 변해버린 사람도 어느정도 다시 이성을 돌아오게 만드는 약이었다.

그리고 그 발명의 과정엔 한 여성의 엄청난 기여가 있었다.

그 여성은 약이 발견되면 1개분만 자신에게 줄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그 약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행복해 보였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저 바닥에 놓인 주사기의 파편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을뿐.

그녀는 사태가 끝나면 국가의 영웅으로 포장될것이다.

그리고 사실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칸에 남아있는 죄책감은 그녀가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이 비극은 단 한가지...

단 한가지만 달랐더라면 막을수 있었을테니까.

추방하지 않았다면.

장비를 주고 추방했더라면.

그를 붙잡았더라면.

어떻게든 하나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그와 좋은 사이를 유지했었을수도.

그와 나쁜사이가 되었더라도 그와 화해해볼 시도라도 해볼수도.

나쁘게 가더라도 그를 가질수 있었을수도.

모든건 그녀의 선택이었고.

그 모든 책임은 그녀가 짊어 져야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