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예전에 통바베큐를 구워다 식품박스에 포장해서 배송하는 알바를 했었음


내가 첫 출근 할 때부터 일 하는 법 가르쳐준 아저씨가 있었는데 워낙 사람이 좋아서 인간적으로 친해짐.


어느 날 사고가 터졌음. 작업장에서는 드럼통, 화덕 등으로 고기를 구웠는데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LPG가스가 필요했음.


드럼통은 야외에 있었지만, 화덕은 도축작업을 겸하는 천막 내부에 있었음. 밀폐된 공간에 가스누출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아저씨가 토치를 켜자마자 폭발했음. 가스 검출기를 구비하고 있었지만, 워낙 루틴한 일이다보니 방심했던것 같음.


난 화덕이 있는 천막 바로 4m떨어진 곳에서 앉아 쉬고있었는데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천막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화덕 벽돌이 와르르 무너져내림


한 3초가량 멍때리다가 얼른 들어가봤음. 안에는 고기썰던 사람 한명과 아저씨가 있었는데, 고기썰던 사람은 파편에 조금 다쳤을 뿐이지만 그 아저씨는 기절해 쓰러져계셨음... 입 코 귀에서 시꺼먼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채로...


밖으로 데리고 나오니 더 끔찍했음...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도 안 쉬고 맥박도 없었음...


주위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한 뒤에 미친듯이 CPR을 시작함...


구조대가 오기까지 10분정도 걸렸는데, 그 전에 도착한 경찰관이랑 교대해가면서 CPR을 유지함...



근데... 그냥... 누가봐도 시체였어... CPR로 어떻게 해 볼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구조대에 인계하고 나서 한숨 돌리고 보니까 더욱 참혹했음... 피투성이가 된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벽돌과 오늘 배송 부쳤어야 할 고기조각... 검붉은 피로 물든 내 손바닥...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겨우겨우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옴...


결국 아저씨는 돌아가셨음... 사실 CPR 하면서도 가망이 없다는 게 너무 확실했으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이 날 난 세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로, 난 미친듯이 CPR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더 미쳤어야 했음.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눌렀어야 했는데 난 그러질 않았음. 그래서 며칠동안은 혹시 내가 제대로 했더라면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으로라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했음.


둘째로, 이 와중에도 개새끼인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음. 바베큐 사장님은 그 날 모든 남은 일정을 캔슬시키고 사과전화를 돌렸음. 근데 씨발 사람이 죽었는데도 개 지랄 염병을 떤 새끼들이 한둘이 아니라더라. 뭐 씨발 자기네들 계획 다 짜놨는데 캔슬이 말이됩니까? 이 지랄을 했대 개새끼들이... 사장님은 지금 그런 걸 상대할 수가 없으니 해달라는대로 더 얹어서 환불해주고 막... 몇 배를 쳐 부르는 씹새끼도 있었다더라


마지막으로, LPG는 너무 흔하게 보이고 어느 작업장을 가도 분야불문 쉽게 접하는 물품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러면 안댐... 사고가 터지면 그 파괴력이 얼마나 참혹한지 깨달은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가스통만 보면 몸이 경계태세로 자동으로 들어감.




다행이 지금은 후유증은 없어졌고 그냥 돈으로도 못 사는 가르침으로 남아있음


어제도 그렇고 현실 고어짤 장난삼아 올리고 하는 애들 보이길래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