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 


" 뭐… 선배 언제까지고 그렇게 혼자 살다보면 고독사 한다구요? " 



저 너머에선 부장이 또 신입을 갈구고 있고, 대리는 음흉한 눈으로 인턴을 흘기고 있고… . 

그리고 내 옆의 여성은 강매라도 하는 건지 귀찮게 내 옆으로 다가와 끈질기게 안드로이드를 설명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건네주며 말이다. 



" 그래봐야 기계잖아. 그런게 있다고 한들 사람만 못하지. " 



" …… . "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이 입술을 움찔거리던 여성은 다시 숨을 가다듬고 끈질기게 부연 설명을 이어나갔다.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흘려 넘기며 키보드를 연신 두드리다, 어느 한 단어에 의해 손이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여성을 바라보았다.



" 이벤트? " 


" 아, 선배 공짜가 그리 좋은거에요? 반응이 확 달라지네. " 


" 생각을 해봐. 혼자 살기에도 벅찬데 집에 무슨 고철덩이를 들인다고. " 


" … 뭐 하여튼 생각 있으면 말해요. 대신 신청해줄 테니까. " 


" 그런 것도 가능한 거야? " 


" 뭐 요즘 시대에 안될 것도 없죠. 선배 개인 정보는 이미 전부 다 알고 있는걸요. " 



다시금 모니터를 흘기다 내 귀를 의심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이미 후배는 자리로 돌아가고 없었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고가의 안드로이드 이벤트를 그리 쉽게 당첨될 리가 없었기에 피식 웃으며 흘러 넘겼다. 


낮게는 몇 백, 크게는 몇 천에, 억까지 늘어나는 안드로이드는 아무래도 나 같은 서민이 쓸만한 것이 아니었다. 

저기 어디 돈이 흘러 넘치는 양반들이나 쓰겠지.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면 불순한 목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찌라시도 있고 말이다. 참 여러모로 불길한 것이 기계였다. 





*





" …… . "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 문 앞에 여성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람? 이 있었다. 

본인을 안드로이드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면 분명 사람이라고 믿었겠지. 

아무리 봐도 사람이잖아. tv에서 보던 고가형 안드로이드 제품과 동일한… 아니 그 이상의 퀄리티인 그저 사람. 


심지어 상당히 미인… 미형?이었다. 기계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생각인가 자괴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 가녀린 손으로 건넨 종이엔 내 개인정보와 함께 당첨을 축하한다는 글귀.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유의할 점이라던지… . 


아. 모르겠다 이제. 

그리고 아직도 모르겠다. 


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자니, 영락없이 한 명의 여성이었다. 

그것도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말이다. 

… 이래도 속은 기계 부품쪼가리로 이루어진 물건에 불과하겠지만. 



" … 그래서 기간이 언제까지라고? " 


" 한 달의 프로모션 기간. 추가로 이후 구매 의사가 있으시다면 할인이 적용됩니다. " 


" 아니 그럴 일은 없겠고, 그래서 네 역할은 뭔데. " 



이게 과연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이 꺼낼 말인가 싶었지만, 반 강제적으로 당첨된 일에 내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에 

타인… 아니, 기계가 들어오니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 그냥 돌려보내면 안되는 건가?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깜빡이던 그것은 잠시 말을 고르듯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내 짧게 한마딜 내뱉었다. 



" 무엇이던지. " 



결국 못 참고 테이블 위로 늘어져 버렸다. 

아무래도 힘이 풀려버린다. 영락없이 여성의 모습을 한 것이 뭐든지 가능하다니 참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 있잖아. 전부터 궁금했는데 너네 안드로이드들은 감정도 있는거야? " 


" 이전 버전의 기체까지는 포함되지 않은 기능이었으나, 현재 제가 속해있는… . " 



이후 이런 저런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다가 손을 휙휙 저어댔다. 



" 됐고 결론은 있단 거잖아. 그럼 싫으면 싫다고도 말하겠네? " 


" 일단은… 그렇겠지만 저희 안드로이드는 주인에게 절대 복종이라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 


" 그럼 하고 싶은 걸 해. 나는 널 다시 구매할 생각도, 오래 보고 싶지도 않으니 말이야. " 


" ……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 


" 남정네 혼자 사는 집에 갑자기 이쁜 여자가 들어와서 같이 산다고 생각해봐라… 에휴, 아니지. 기계가 뭘 알겠냐. " 



본인의 존재 의미를 거부 당한 것 때문인지 고개를 푹 숙이던 그녀를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요새 안드로이드들은 기름 따위가 아니라 음식으로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참으로 신기한 존재다. 몇십 년 전에는 꿈도 못 꿨을 상황인데. 


그렇게 식사를 준비하고 있자니 내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자연스레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이 참으로 거북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가 잘못인가. 아니, 익숙해지기 싫었다. 

남에게 의지하기만 하는 사람은 어딜 가도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할 쓰레기가 될 테니 말이다. 


저 고철보다 못한 존재로, 말이다. 



" 됐으니까 가서 앉아있어. " 



퉁명스레 내뱉은 한 마디에 풀이 죽기라도 한 것인지, 네. 라며 작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거실로 돌아가 이쪽을 흘깃거리고 있었다.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화내려나. 아니 그런 감정이 있기는 하려나.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눈엣가시인 것 같은데. 


어쨌든 시간이 꽤 지나고, 평소보다 가득 상 위에 반찬 거리를 올려 놓으니 빤히 날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 왜? " 


" … 아닙니다. " 



자기 일거리가 사라졌다고 질투라도 하는 건지, 풀이 죽어있는 모습을 못 본체 하고 젓가락을 집어 드니 그제서야 그녀도 식사를 시작한다. 영락없이 한 명의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 듯한 움직임. 무섭기 그지없는 세상이었다. 


괜스레 밥맛이 없어져 밥그릇의 반도 비우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녀도 따라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 왜 또. 신경 쓰지 마. " 


" 그렇지만… . " 


" …… 꼭 내가 명령을 해야 알아듣나 안드로이드는? " 



이빨이 맞물렸다. 괜스레 화가 났다. 

나 혼자 살기도 힘든데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늘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설령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차라리 남성형 안드로이드를 보내던가. 



" … 죄송합니다. " 



그 말과 함께 자리에 다시 조용히 앉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나는 욕실로 들어섰다. 

평소라면 오늘도 고생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시간이겠지만, 오늘 따라 아무리 뜨거운 물로 몸을 씻어내도 몸이 풀리질 않았다. 

고작 기계 따위에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몸에 묻은 물기를 말리고 평소처럼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오니,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또렷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과 마주치고, 부딪힌 시선이 아래로 쭉 내려가는 순간 나는 헛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내가 부끄러워할 줄 알았더니 기계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고작 데이터와 고철로 이루어진 것이 말이다. 


터벅터벅 내 방으로 걸어가 옷을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저것도 샤워가 필요한지 의문에 빠져 있다가 결국 다시 거실로 나왔다. 

이미 상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설거지도 끝났는지 식기에서는 물방울이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용히 자신이 가져온 캐리어를 열어보던 그녀는 각종 옷가지와 속옷 등을 확인하더니 내 허락이라도 필요한 것인지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왜? 씻고 와. " 



뭔가 싶어 바라보니 그제서야 빠른 걸음으로 제 속옷을 품에 감추며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기묘하다. 

저게 인간이지 어떻게 기계냐고. 


그리고 들려온 벨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이 사건의 원흉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 … 야. " 


" …… 뭐에요 선배. 보통은 고맙다~ 던가, 여보세요가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 


" 내가 너한테 고마운 게 도대체 뭔데? " 


" 으으음, 그야 예쁜 안드로이드를 구했잖아요? " 


" 저거 가져가라. 안 그래도 게으른 우리 후배님이 가져가서 잘 써주시면 고맙겠네요. " 


" … 도대체 그 발언은 뭐에요? " 


" 과학 기술을 얕본 내 패배다 이거지. " 


" 푸흡, 설마 기계 따위에게 발정하거나 그러시진 않으시겠죠? " 


" 개소리. 내일 주말이니까 네 집에 보낼테니 알아서 해. " 


" 그거, 주인 등록은 한 번 뿐이라 이미 선배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걸요. " 


" 쓸대 없이 자세하네. " 


" 뭐 어쨌든~ 생각은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요? " 



참으로 막무가내구나 싶었다. 

통화를 끊으니 젖은 머리칼 끝으로 물방울을 맺은 채 잠옷을 챙겨 입고 나오는 저 모습에 연신 두 눈만 깜빡였다.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는 모습에 드라이기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그제서야 그곳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저건 기계다. 

기계… 그러니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감정이 있다고 한들 사람만 못하겠지. 대충 한 달만 버티자고. 


그렇게 다짐하던 나였다. 





*





찌뿌둥한 아침이었다. 

이미 커튼은 누가 쳤는지 활짝 열린 상태였고,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한 나는 아침부터 요란한 소리의 근원지로 천천히 고갤 돌렸다. 

부엌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이 흡사… 아. 



" 나 아침은 안 먹는데. " 


" …… 네? " 



당황이라도 한 것인지 날 바라보다가도 서둘러 팬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간미가 넘친다 싶었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니 머쓱하게 날 바라보다가도, 어쩌지 싶은 모습에 옅은 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 그래 뭐, 가끔은 괜찮겠지. " 



주말에 아침을 먹는다니, 평소라면 전혀 상상도 못할 일이었겠지. 아마 12시까지는 퍼질러 자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 말 한마디에 다행이라는 듯 옅게 미소를 띄우며 접시 위에 무언가를 올려둔 채로 내게 걸어오는 그녀. 


간단한 토스트일 줄 알았더니, 계란에 햄 슬라이스 까지 넣어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둔 모습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 진짜 와이프라도 있는 것 같네. "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듯 튀어나온 한마디. 시선은 여전히 tv에 나오는 시원찮은 뉴스나 보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언가 반응이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렇게 평소엔 밍기적 거리며 보냈을 주말이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뭘 해야 했더라, 뭘 해야 하지.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다 보니 고민이 늘어난 건지, 아직도 이 상황이 적응이 되지 않은 건지. 



" 뭘 해야 좋을까. 넌 뭐가 좋아? " 


" 어, 네? " 


" 너도 이것저것 있을 거 아냐. 하고 싶은 거라던지. " 


" 저는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움직이는… . " 


" 에휴, 됐다. 기계랑 무슨 말을 하겠냐. " 



접시를 비우고 부엌으로 걸어가 빠르게 설거지까지 끝내버리니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꽤 귀엽게도 보였다. 

다시 소파로 기어 올라가 아직도 바닥에 앉아있는 그녀를 바로 뒤에서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칼을 만져보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 모습에 되려 내가 당황하고 말았다. 



" … 어, 아… 그? "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말을 얼버무리는 모습에 불량품이기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앞선 궁금증을 해소해야만 했다. 



" 이거, 사람 머리카락이잖아. 안드로이드는 다들 이래? " 


" 네? 아 네. 특수 제작된 가발… 일거에요. " 


" 본인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건가. 뭐 그럴 만도 하겠다. "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신기해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니 이제는 적응이 된 건지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은 흡사 고양이 같기도 했다. 



" 한 달이 끝나면 어디 다른 주인에게 또 팔려가는 거야? " 


" 아뇨. 폐기될 거에요. " 


" … 어? "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에 잠시 굳어있던 나는 또 한 가지 의문을 표했다. 



" 근데 너 비싸잖아. 그걸 간단히 폐기를 하고 그래? " 


" 주인님에게 필요 없다고 판정되어 버려지는 거잖아요? 그럼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거니까요. "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멈추었다. 

그 감각이 사라진 것이 아쉬운지 고갤 돌려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날 올려다보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다. 



" 어렵네 어려워. 알고 있겠지만 나는 널 살 수 있을만한 형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 


" … 네. " 



둘 사이를 맴도는 침묵.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기분 나쁜 죄책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대상이 잘못된 건 아닐까? 따지고 보면 그 후배에게… 아니다. 



" 뭐 그럼 추억이라도 만들까. 한 달이라도. " 


" 네? "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되묻는 모습에 나는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놀러 갈까? 어디든. " 


" … 좋아요! " 



해맑게, 하지만 어딘가 씁쓸하게 웃는 모습에 애써 시선을 회피했지만, 이 묘한 감정은 도대체 뭘까. 


잘 모르겠다.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지만 감정을 가진 기계는. 





*





" 살면서 기계랑 데이트를 다 해보네. " 


" 그래서 싫었어요? " 


" 어이고, 이것 봐라? " 



해가 질 무렵 노을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기계 주제에 이것저것 요구 사항도 많구나 싶었다. 

차 창문 밖 풍경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집에 도착할 즈음엔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마치 즐겁다는 듯이 룸 미러로 본 그녀의 얼굴은 해맑게 웃고 있었으며 그 모습에 괜스레 나까지 미소가 피어오르는 듯 했다. 



" 난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는데, 넌 집에서 혼자 뭐하게? " 


" 청소겠네요. 그리고 휴식을 취한다던지. " 


" … 그래. " 



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모르겠다 이유는. 


어느새 내가 기계를 너무 가까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으, 선배 진짜 깬다. " 


" 시끄러. 누구 때문에 그 고생을 하고 있는데. " 


" 그야 그렇잖아요. 세상 그 누가 로봇하고 데이트를 한다고. " 


" 하… 어디서 날 본 거야 도대체? 적어도 요 근처에 있지는 않았는데. " 


" 그래서 재밌었어요? " 


" 뭐… 재밌었지. " 


" …… . " 



실망이라는 듯이 의자를 빙글 돌려 자리로 돌아가는 후배를 바라보다 다시 모니터를 흘겼다. 

하여간 저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근데 진짜 어디서 날 봤던 거지. 꽤 멀리 돌아다녔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언제 가져다 준 것일까. 책상 한 켠 에는 그녀가 두고 간 것인지 여느 때처럼 커피가 놓여 있었다. 


뭐 됐다. 사내 연애도 아니고, 인간과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일까. 





* * 





" 다녀왔어. " 


" 아, 오셨어요? " 



어느새 자연스레 돌아왔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내가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이미 현관부터 요리의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자연스레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선 나는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서랍을 

이젠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안드로이드와 같이 밥을 먹고, 하루 있었던 일들을 꺼내 놓고, 웃기도 하고, 같이 화내기도 하면서. 

참 웃긴다 싶었다. 고작 3주가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 맞다. 요새 옷이 자주 사라지는 것 같은데 혹시 세탁기에 있어? " 


" 네? 아마 그럴 거에요. 아니면 널려있거나. " 


" 그래?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게. " 


" 아, 아니에요 제가… . " 



꽤 노곤노곤한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식기를 들고 걸어가니 요새 피로가 늘었다 싶었다. 

분명 내가 할 집안일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었건만, 아무래도 요 근래 안하려던 일들을 하려 하니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이러니 사람이 게을러지지. 그녀가 여기에 있고 난 후 계속… . 


쨍그랑- 



" … 아. "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황급히 그녀가 내게 다가왔고, 싱크대엔 깨진 접시 조각. 그리고 그 위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선혈. 



" 그러니까 제가 하겠다고 했잖아요! 봐봐요 빨리. " 



정신이 몽롱한 것이 여간 평소 같지가 않았다. 

회사에서의 컨디션도 그렇고, 집에 돌아와서 더 힘이 없어지니 큰일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 별거 아냐. 밴드 좀 가져다 줄래? " 



이제는 집 구조를 전부 외운 것인지 곧바로 의약품이 있는 서랍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옅은 웃음이 그려졌다. 

후배. 네 말이 맞았어.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좋을 때가 있는 것 같다. 

뭐,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찌저찌 살짝 찢어진 상처 부위를 밴드로 붙이고, 소파에 늘어져 멍때리던 내 옆으로 그녀가 설거지를 마저 끝내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 좀 쉬셔도 괜찮잖아요. 그렇게 하루 종일 고생하고 돌아오셨는데. " 


" …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어. 이제 너도 얼마 뒤면 없어질 텐데. " 


" …… . " 



감정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쉬워하듯 고개를 수그린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 없어지지 않는다면요? " 


" 그럴 리가. 미안하지만 내게 그렇게 큰 돈은 없어. " 


"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요? " 


" …… 이렇게 보니 꼭 사람 같네.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 



머릿속에… 아니, 네 인공지능이 무얼 생각하고 있던 간에 아마 그것은 필시 불법일 것이다. 

꽤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던 거지만 너는 각종 매체에서 보도하는 안드로이드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불량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너무 발전해 버린 걸까. 


슬슬 네 기억도 잊어야 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네 메모리에 박혀있는 나라는 사람도 지워야겠지. 


오늘 따라 유난히 피곤했다. 

먼저 잔다며 내 방으로 돌아왔고, 네가 잠을 잘 내 침대는 남겨둔 채 바닥에 이불을 대충 깔아 둔 채로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





" 일어나요. 주인님. 일어나요!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사이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대충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무래도 늦잠인 것 같았다. 


배시시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아려왔다. 

이제 이것도 못 보겠구나 하고 말이다. 


2일 남은 계약 기간. 


슬슬 정리할 시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





탁. 


일부러 소리를 내어 커피를 후배의 테이블 위로 올려 두니 꽤 차가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최근 날 피하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 그게 아니라면 뭔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해야 할까… . 



" 또 뭔데. 왜 그리 기가 죽어있어. " 


" …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 " 



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평소처럼 별 일 아니겠거니 자리로 돌아왔고, 여전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업무를 계속하다 걸려오는 전화에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네 여보세요? " 


" 아 네, 안드로이드 점검 업체입니다. 초기화하고 검사 의뢰 주신 분 맞으시죠? " 


" 네네 맞는데요. " 


" 그… 자택에 도착 했는데 초기화 대상 안드로이드는 보이지 않아서요. 혹시 외출을 한 건 아닐까 하고요. " 


" 아, 제가 확인 후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 아 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다시 바라보는 백색 모니터 스크린. 

그리고 새하얀 화면 속에 투영되듯 떠오르는 네 모습. 

눈을 깜빡이니 당연스레 사라져 버린다. 


그나저나 외출… 인가. 

미리 말을 해두지 않은 것에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네 메모리를 초기화 할 것이니 집에 있어라. 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으니까. 


장이라도 보러 간 걸까. 


이미 내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온 안드로이드가 성배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사람을 부르자. 일단은 일부터 끝나고… . 





*





" 다녀… . " 


" 오셨어요? " 



차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네가 날 반겨준다는 안도감. 

그리고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의문을 표하다가도, 금세 웃으며 밥이 다 되었다고 말하는 네 모습이 아련하기만 했다. 

여느 때처럼 욕실로 들어가고,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수납장에서 수건을 꺼내고.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 네. 지금 와주세요. " 



꽤 일찍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네 기억 속에 남을 마지막 식사를 너와 함께 하고.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내게 네가 먼저 말을 꺼내고.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네게 추억은 많이 남겨 두었을지 모르겠다. 그것이 소멸이 되지는 않을지 참 걱정되었다. 


만약 초기화를 기점으로 모두 잊어버리고, 내일 모레 네가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만 남아있는 추억을 추억이라 할 수 있을까. 


메모리에 남아있는 마지막 기억을 너는 끝까지 남겨둘 수 있을까. 


벨이 울리고, 먼저 나가려던 그녀를 제지한 나는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잘 부탁 드립니다. 라는 말과 함께 슬리퍼 차림으로 문 밖에 홀로 서있었다. 


꽤 쌀쌀맞은 바람이었다. 

차마 초기화가 진행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마 고통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 


내가 저질러 놓고도 참 웃긴다고 생각했다. 정답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지금 초기화가 끝나고 내가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너는 나와 초면이다. 

네 기억 속에 나도 사라질 것이다. 


나는 너와, 지금부터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니까. 



덜컥- 



" …… 저기, 혹시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게 있지는 않으신가요? " 


" 네? " 


" 수리가 불가능하거든요. 본래 사람이란 것은. " 


" …… . " 



회로가 멈추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굳어있는 나를 보던 업체 쪽 사람은 옅게 웃으며 한마딜 중얼거리고 떠나갔다. 



" 사람은, 사람이 고치는 거에요. 잘해주세요. " 



그리고 열려 있는 현관 사이로 나를 바라보던 그것… 아니, 그녀는. 


요동치는 표정을 한참을 바꿔서야 미소로 바꾸고 내게로 걸어와 내 품에 안겨왔다. 



" …… 아아. 이러면 안되는데. " 


" … 너… . " 



해맑게 웃으며 눈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 모습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 통로 외벽을 등지고, 앞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에 그제서야 실소가 흘러나왔다. 


왜 이제 알았을까.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리고, 도대체 왜. 



" … 떨어져. " 



아직 상황 파악이 끝나지도 않은 머릿 속을 파고들듯 서늘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또한, 익숙한 목소리 이기도 했다. 



" … 너. " 

" 언니. " 



당황에 서린 내 목소리와 더불어 내 품에 안겨오던 그녀에게서 동시에 흘러나온 한 마디. 


… 언니? 


곧장 들려오는 살갗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후배에게 맞아 고개가 돌아간 그녀는 한 손으로 내 옷깃을 꼬집듯 부여잡고 있었고, 한번 돌아간 고개는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또 한번, 또, 또, 또. 



" 그만. 그만해! 뭐하는 짓꺼린데? " 



시뻘겋다 못해 살갗이 터질 정도로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보다 못한 나는 그제서야 후배의 손목을 낚아 챘다. 



" … 선배. 놔요. " 


"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거냐고! " 


" 놓으라고! " 



뿌리치듯 내 손을 튕겨낸 그녀는 분노에 젖은 눈물을 이슬처럼 눈가에서 흘려보내고 있었다. 

내 앞의 그녀는 고개를 푸욱 수그린 채 여전히 내 옷깃을 잡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야. 내가 이러라고 너 보냈어? 내가 씨발 너더러 사랑하라고 보낸 줄 아냐고! "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던 나를 한 차례 흘겨보던 후배는 숨을 가다듬고 목소릴 한번 더 내뱉었다. 



" … 얘기 좀 해. "



아직도 화가 사그라 들지 않은 것인지 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는 후배.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그녀. 

그리고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 나. 


집에 들어온 우리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기약 없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 … 나만 모르는 것 같네. 설명 좀 해줘. " 


" …… . " 


" 됐어. 내가 말해줄게. " 



꽤 강압적인 분위기를 흘리던 후배는 심호흡을 길게 두어번 하더니 차분하지만, 분노가 가득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 … 동생을 보냈어. 안드로이드 인 척 하라고 말이야. " 


" …… 왜? " 


" 선배는 늘 타인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고, 타인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처럼 살고 있었으니까. "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후배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용히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 아무리 내가 다가가고… 나 혼자만 좋아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선배는 내게 전화 한번을 안 해주니까. " 


" 그러니까 그게 왜. " 


" … 내가 선배 좋아한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근데 말을 못했어. 선배는 내가 필요 없어 보였으니까. 

그래서 좋은 생각이다 싶어 안드로이드인 척 하고 동생을 보냈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선배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그리고 그 사람이 없어지면 빈 자리를 메꾸고 싶어 할 까봐. 누군가를 필요로 해줄까 봐. 

아니. 나를 필요하다 생각해줄까 봐. " 


" …… . " 



모순이 가득했다. 

단지 좋아했다면 자신의 본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 아. 



" 선배는 내가 좋아한다고 말을 걸어도, 저녁에 전화를 걸어도.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도. 전부 귀찮다면서, 필요 없다면서, 놀리지 말라면서. 늘 그렇게 피하다가… 내 동생이 안드로이드인 척 있고 나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주말에 약속이 있다고… . 웃기지 않아? 

내가 늘 그렇게 주말에 뭐하냐고 물었을 때는 그냥 뒹굴거리던 사람이 갑자기 내 동생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걸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알아? 눈 앞에서 다른 여자도 아닌, 그것도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동생이랑. " 



후배의 목소리는 뚝 뚝 끊겼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이. 

그리고 과거를 후회한다는 듯이. 



" 나… 나 사실 선배한테 나쁜 짓 많이 했다? 

매일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주고 피곤해 보이면 선배를 챙겨주려고. 그리고 집까지 데려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동생한테도 똑같이 시켰어. 음식에 수면제를 섞으라고… 늘 피곤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원할 때까지 망가뜨리자고… . " 


" … 왜 그랬는데. " 



화? 실망?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착잡했다. 이 한 달 간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통제 받으려 했던 것임을 눈치 챈 지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도대체 왜 그런 방법을 써야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어쩌면, 잘못은 내게 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퍼즐이 맞물리듯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리만치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던 것은 후배의 동생이 내 곁에 늘 붙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데이트를 했다는 것을 알고, 내가 그녀와 친해질 수록 후배의 상태는 나빠져 간 것이다.


밤마다 피곤했던 것은 둘 모두의 작품.

내 옷이 사라지고 있던 것도 혹시, 아니. 확신 할 수 있었다.




" …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런데 짝사랑이잖아… . " 


" 언니. " 



이제는 울음을 터뜨리려 하는 후배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대뜸 목소릴 흘려보냈다. 

뒤이어 꺼낸 말이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 채. 



" 나 오빠 많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오빠도 날 더 좋아할 테고. 내가 필요할 테니까. " 


" … 닥쳐. " 


" …… 왜? 몇 년 동안 못 이룬 걸 내가 한 달 만에 이루니 질투나나보지? " 


" 닥치라고 씨발년아!!!! "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 여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뒤늦게 후배를 붙잡았을 때 그녀는 놓으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 선배, 왜, 왜 저년 편을 드는거야? 내가 더 먼저 사랑했는데? 내가 선배를 더 사랑하는데? "


" 제발 진정해. 제발. " 


" 내가 잘못된 방법을 써서 그런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제발 나 더 이상 선배한테 이상한 짓 하지 않을 테니까… . " 



하염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그침 없이 계속 이어지던 눈물의 길은 이윽고 턱선까지 내려와 바닥에 한방울씩 맺히기 시작한다. 

다 괜찮다고. 다 용서 한다고 너를 다그치지만 울먹이며 꺼내는 네 목소리는. 



" 그런 말 말고… 사랑한다고 해 달란 말이야. 하다못해 좋아한다고… . " 



순간 벌어진 입술 틈새로, 끝내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못했다. 

그런 것들을 듣고, 내가… 너를. 


내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부정하고 싶었던 것인지 후배는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고, 

그녀의 머리맡까지 올라온 내 손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등을 토닥여 주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알고 있다. 인생은 후회의 반복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도 지금 후회할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내게 있어 정답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 … 언니. 좋아하면 그러면 안됐어. " 



화낼 힘도 없는 것인지 여전히 내 품에서 끅끅대고 있는 후배에게 비수를 날리듯 그녀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 나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 처음엔 어찌나 날 차갑게 대하던지. 

근데 있잖아… 언니랑 나랑 다른 점이 뭔지 알아? " 



내 품에 파고들었던 고개를 돌려 죽일 듯이 자신의 동생을 쳐다보는 모습을 차마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녀가 제발 이상한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하고. 



" 나는 오빠를 위해서 행동했고, 그 모든 행동에 해를 입히는 일은 없었어. 진짜 필요한 일을 하거나,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줬으니까. 

하지만 언니는 오빠를 가지기 위해서 행동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잖아. " 


" …… 닥쳐.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 


" … 언니. 사랑 앞에선 언니고 뭐고 없다? 그리고, 언니는 오빠의 밤을 가지지 못한 게 가장 큰 차이야. 무슨 소린 줄 알아? "



그 한마디가 발화점이 되어, 내 품에서 빠르게 뛰쳐나가 자신의 동생을 덮치는 후배를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싸움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 …… 하아, 하아… 그래봐야 언니는 절대 못 이겨. 이미 내 뱃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 " 






그 충격적인 말 한마디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