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우연히 여기 들어왔다가 생각나서 써봄.

내가 초등학생때 늘 지나다니던 역 근처에 노숙자 아저씨가 한명 있었음.

약간 살찐 김c같이 생겼고 긴 수염에 항상 모자를 쓰고 땅바닥에 앉아 있었음.

나랑 접점은 없었는데 딱 한번 내가 빵을 드린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이랑 같이 길 건너려고 기다리다가 무슨 이유인지 빵을 드렸던 것 같음.

친구들은 다 말렸는데 나는 그냥 "아저씨 드세요"하고 드렸던 것 같음.

아저씨는 딱히 고맙다고 말도 안 하고 그 자리에서 포장 뜯더니 먹으면서 "돈좀 줘" 이러더라.

나는 감사는 커녕 오히려 돈 달라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냥 대꾸도 안 하고 길 건너갔음.

그리고 며칠 뒤에 내가 그 역 건너편의 버스를 탈  일이 있었음.

그당시에 내가 홈플러스 내부에서 하는 무슨 학원? 같은 게 있었는데 그날은 버스를 타고 가려 했음.

그날도 노숙자 아저씨가 있었는데 나는 쌩까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일어나더니 내 옆에 서는 거임.

나는 순간 개쫄아서 'ㅅㅂ 돈 뜯기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노숙자 아저씨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먼저 가는 거임.

그래서 아 아니구나 하고 가는데 그 아저씨도 같은 정류장으로 가는 거임.

나는 버스를 타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조금 떨어져서 기다리다가 멀리서 버스가 오는게 보였음.

신호에 걸려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타면 되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말을 거는 거임.

"저거 타?"

그래서 "네"라고 대답하니까 갑자기 "타지마라"하는 거임.

나는 "왜요?"라고 그랬는데 아저씨는 계속 "타지마." 타지말라고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아저씨가 정신이 이상하다가 생각하고 오는 버스를 타려는데 아저씨가 내 어깨를 꽉 잡으며 "타면 안 된다고!!"라고 존나 크게 소리치는 거임.

나는 존나 쫄아서 온몸이 굳어버림.

결국 버스는 왔고 나는 쫄아서 못 탔음.

그때 우리 말고도 아줌마 한명이 있었는데 아줌마는 그냥 보고만 있었음.

아마 아줌마도 아저씨가 거지꼴이고 이상해보여서 겁먹었겠지.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날 도와주려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갑자기 존나 크게 콰과광 소리가 나서 그쪽을 보니까 내가 타야했던 버스를 큰 트럭이 쳐버렸더라.

너무 놀라서 아줌마랑 나는 벙쪄있고 노숙자 아저씨는 그걸 보더니 "타지 말라고 했잖아"하고는  그냥 휑하고 가버렸음.

나랑 아줌마는 한참을 서있다가 눈으로 인사하고 헤어졌음.

그날 너무 이상해서 홈플러스로는 가지 않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음.

그 버스에 사람이 죽었는지 아닌지 그런거는 모르겠다.

뉴스에도 나왔던 것 같지도 않고 그날은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일찍 잤던 것 같음.

그뒤로도 노숙자 아저씨는 계속 있었고 가을쯤 되니까 사라진 거 같았음.

내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일이라서 한번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