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아버지가 고물상을 운영하시는 친구가 하나 있었음.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고철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음.


고철을 모아가서 다른 고물상에 팔거나 아버지에게 가져다 주어서 용돈을 벌었기에, 다른 또래들보다 용돈이 많았어.


본인이 어렸을 때는 고성능 컴퓨터가 많지도 않았고, 지금처럼 게임시장이 크지도 않았던 시절이라 밖에서 많이 뛰어놀고는 했음.


어느날에는 친구들이랑 놀다가 폐광을 하나 발견했어. 처음에는 동굴인줄 알았는데,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레일도 깔려있고, 사람이 일했던 흔적이 있었어.


폐광 속 공기가 좋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던 탓에 빨리 돌아가자고 재촉해서 나왔음.


그날 뒤로는 다시는 그 폐광에 간 적이 없었어.


고물상 사장님 손에서 자란 친구는 그 뒤로도 자주 폐광에 드나들었던 모양이야. 안에 남겨진 장비가 꽤나 많아서 돈 될만한 것들이 많았다고 해.


친구 아버지도 그걸 딱히 말리거나 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고. 광산에서 쓰던 장비들은 질 좋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꽤나 비싼 값에 팔려서 가져다 드리면 좋아하셨다고 해.


어느새 시간은 지나고 나는 중학생이 되었어. 돈이 필요한 친구들은 부모님 몰래 전단지를 돌리거나 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폐광으로 향했다.


운 좋은 날에는 아르바이트 부럽지 않게 벌 수 있었다고 했고, 탐험하는걸 워낙 좋아하는 친구였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어느날 밤 늦은 시간에 친구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어. 놀러간다고 나갔는데 반나절이 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거야.


 그 친구가 갈만한 곳은 다 찾아봤음. PC방, 오락실, 노래방, 호수가 근처 등 다 찾아봤는데 없는거야.


그제서야 생각이 났지. 그녀석이 폐광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자전거 헬멧이랑 손전등을 챙겨서 친구들이랑 폐광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짓이었지. 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적절한 준비도 없이 폐광에 뛰어든거니.


아무튼 무서움을 억누르고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폐광 속을 걸어나갔다. 한 30분쯤 걸었나? 길이 무려 4개로 갈리더라고.


5명밖에 없었던 우리는 2명, 3명으로 갈라져서 2개의 통로로 들어갔어. 통로 속에서 그 친구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입구부터 길이 갈라지는 분기점 까지는 사람이 여럿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점점 갈수록 몸을 숙여야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아지는거야.


게다가 그 통로 중에서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고, 뭔가 사람이 뚫은 구멍이 아닌 것 같은 것도 있었음. 물 냄새도 나는 걸로 봐서는, 어딘가 물이 고여있는 곳도 있었을 거야.


만약 사고를 당했다면 못 빠져나오고 그대로 고립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팍 들어서 소름이 끼치더라.


폐광의 구조에 빠삭한 사람이 아니라면 길을 잃기 쉬운 구조였음.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전파도 잡히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나는 친구들을 설득해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그 친구 반으로 갔는데 역시나 없었어. 친구의 부모님은 우리가 폐광에 다녀온걸 보고하고 나서야 경찰에 실종신고 했고.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실종된걸 인식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5분이라는 시간이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어. 먼저 신고하고 나중에 아무일 없어서 쪽팔림 당하는거 두려워하지 마라. 죽은 친구나 가족을 맞이하는 것 보다 크겠어?


아무튼 그날 학교 끝나고 학원도 내팽개친 채 계속 그 친구를 찾아다녔다. 다시 그 폐광에 들어가야 하나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어.


나는 폐광 내부의 길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내가 사고를 당하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더 큰 슬픔에 빠질 테니까.


결국 친구를 못 찾고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른 친구에게서 희소식이 들려왔어. 그 친구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거야.


돌아온 그날은 그녀석을 바로 병원으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만날 수가 없었어.


다음날 만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는데, 몇년동안 손 닿을만한 곳은 파밍을 해버린 탓에 남아있는 물건이 없었음.


그래서 지금까지 안가봤던 더 깊숙한 곳에 발을 들이기로 한거야. 문제는  들어가서 대충 고철 줍고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왔던 길이 무너져 있었음.


발로 차도 먼지만 날릴 뿐이었고, 몸을 숙여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라 힘을 주기도 어려웠다고 함. 휴대폰 전파? 당연히 안 통했지.


결국 남은 선택지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 뿐. 


머릿속에 자기가 다녀간 길을 되새기며 자기가 아는 길이 나오도록 빌면서, 중간중간 나오는 통로가 어디로 이어질지 추측해서 나아갔다고 함.


하지만 복잡하게 난개발이 이루어지는 광산의 특성상 어디로 통하는 지도 모르는 길이 계속 나왔고


자기가 모르는 길만 나와서 친구는 거의 맨붕상태였다고 해.


그 친구는 폐광 속에서 1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걸었고, 운 좋게도 다른 통로에서 조사를 나왔던 어른들에게 발견되어 구조되었다고 해.


폐광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가 지고있을 무렵이라고 하니, 조금 더 늦었다면 구조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


혹시라도 운 좋게 폐광이나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절대로 가지 마.


특히 폐광은 인간이 억지로 뚫어놓은 길이라 불안정한 구역도 존재하고,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탐험하거나 관리하는 전문가들도 이런 곳에는 절대로 혼자로 들어가지 않으며, 들어갈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감.


절대 어줍잖은 자신감으로 굴 속으로 들어가지 마라. 들어가면 영영 못 나오는 수가 있다.


내 친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