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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 사탕 사탕"

누나라 불리는 어린 소녀는, 자신보다 어린 이웃 소년에게 얼마 없는 용돈을 털어 사탕을 사주었다. 청포도맛의 큰 사탕 알갱이가 소년의 입안을 굴러다녔다.


"누나 나랑 놀자"

소녀는 소년과 동네 놀이터의 흙바닥에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도록 놀았다. 나중엔 더러워진 옷때문에 모두가 혼이 났다.


"누나 이거 알려주라"

약간은 성장한 소년이, 자신의 방학숙제를 들고 난감한 듯이 소녀를 바라본다. 소녀는 말없이 웃으며 찬찬히 방학숙제를 도와 주었다.


"누나, 나 닌텐도 가지고싶어"

아직도 산타를 믿는 소년을 위해, 소녀는 선물목록을 같이 기도해주었다.

 몆개월 뒤, 진짜 산타도 사주지 않은 게임기가 소년의 크리스마스 선물꾸러미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누나. 나도 누나가 다니는 대학교에 가고 싶어"

 명문대에 다니는 소녀를 동경한 소년은 같은 명문대학교를 지망하였다. 

 어줍잖은 학원 강사보다, 직접 입시를 경험해본 재학생이 믿을 수 있으리라.

 언뜻 단순햇던 소년의 생각은 정확하였고, 몆년 뒤 소년의 입학안내를 소녀가 도와주었다.



"누나... 나 살고싶어"

이제는 소년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청년은, 으례 받는 병역 신검에서 면제와 함께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가까운 병원에선 상급 병원으로, 상급병원에선 대학 병원으로 돌린다. 

 

 거대한 대학병원의 진단의는 무미건조하게 검사결과를 전한다.

 바이러스성 간 경변, 간의 90% 절제 필요, 간 이식 필수, 남은기간 3개월.

 불행하게도 혈육 중에선 이식에 적합한 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절망에 빠진 소년이 소녀에게 애원한다.




"누나, 나 결혼하고 싶어"

 소년은 기적과도 같이 살아남았다. 


얼마 남지않은 기간 안에 적합한 장기기증자를 찾앗고, 기증된 장기는 소년의 몸속에 잘 자리잡았다. 

앞으로 관리만 잘 해준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의사는 또다시 무미건조하게 말해준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을 간호해주던 병원의 간호사와 눈이 맞았다.

소년의 부모는 몸의 회복을 우선시 하기 위해 결혼에 반대한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햇던 소년은 미래를 믿지 않는다. 

내일이면 자신이 죽을지도, 자신의 사랑하는 애인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년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였던 소녀에게 부모의 설득을 도와달라 한다.



하지만


"안돼"


소녀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난 언제나 너가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었어"

소년이 어릴때부터 좋아하던 청포도맛의 큰 사탕이, 지금도 소녀의 방 한구석 바구니에 담겨있다.


"너가 가지고 싶은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주었어"

소년이 가지고싶엇던 게임기를 위해,  방과 후에도 전단지를 돌리던 소녀였다.


"너가 원한다면, 누구도 불가능하단걸 가능하게 만들었어"

 자신의 대학과제도, 취업준비도 바쁜 소녀가, 밤잠을 줄여가며 소년의 입시를 도왔다.

처참햇던 소년의 성적으로도 보란듯이 명문대에 입학시킨것은 분명 소녀의 크나큰 노력 덕분이리라.


"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

소녀는 갑자기 자신의 상의를 벗는다. 


소녀의 매끄러운 살결보다, 소녀의 갈비뼈 하단의 커다란 흉터에 소년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길이와 바늘자국까지 동일한 흉터를, 소년도 가지고있기 때문이리라.

알 수 없었던 장기기증자는 소년과 가까운 곳에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들어줄 수 없어"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가져간다.

보드라운 이성의 살결에 흥분하기보단, 손끝에서 느껴지는 거친 수술흉터에 소년은 얼어버린다.


"이번엔, 내가 가지고 싶은걸 가져갈거야"

처음으로 소녀는 소년에게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죄책감 때문인지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에게, 소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나간다. 


정당한 자신의 몫을 가져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