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genshin/58904333


이 글 보고 문뜩 생각난 건데


닌텐도는 등록해 놓은 게임 기술 특허가 많다






그... 좀 존나게 많다


올해 9월까지 등록한 특허만 47건이고 


전체 등록 특허수는 3천건을 훌쩍 넘긴다




단순히 게임 내 사양(시스템)에 대한 특허뿐 아니라, 


게임기나 전자제품 기능에 대한 여러가지 많은 특허권을 갖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임 사양들이 닌텐도가 먼저 발명해서 특허 낸 경우가 많다





닌텐도가 등록한 게임 사양 특허에 대해 몇가지 알아보자






십자키 





진동 컨트롤러




플레이어 캐릭터가 여럿 존재할 때, 각각의 캐릭터가 향하고 있는 방향 등을 모든 플레이어에게 표시





지형으로 가려져 있는 캐릭터 또는 적을 실루엣으로 표시







게임 내 레이더에서 각기 다른 오브젝트들을 속성으로 분류시킨 뒤 표시




게임을 몇 개만 해봐도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양들이 


대부분 닌텐도가 등록해놓은 특허 기술들이다.



그렇다면 지금 예시로 든 게임들은 모두 닌텐도에 특허권료 


즉 로열티를 지불하고 이 기술들을 사용하는 걸까?



답은 아니다.


닌텐도는 대부분 특허에 등록만 해놓고 '앵간한' 일이 아니면 특허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특허권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발명을 보호ㆍ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의의는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특허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어디든 이 문장을 골자로 삼아 특허권을 제정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특허권은 발명자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는 아니다.



유명한 코카콜라 조리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것이 사실이고 아니고는 일단 차치하자)


코카콜라는 전세계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음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코카콜라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 한 개인(회사)의 수명이 끝났을 때, 코카콜라의 조리법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20세기 온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던 음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니들은 펩시나 마셔야 하는것이다.




전인류가 펩시나 마셔야하는 불상사를 멈추기 위해 정부는 


일정기간동안(한국 국내법 기준 출원일로부터 20년) 기술 보유자에게 특허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준다.  


그리고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끝나면 특허의 기술을 누구나 접근,사용 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로서 기술 개발자는 20년동안 꿀을 빨 수 있고, 20년 후엔 전 인류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특허권 등록은 어디까지나 발명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사실 코카콜라의 경우는 자신들의 콜라 제조법을 특허로 등록하고 있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특허가 만료되면 제조법을 공개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예로 든 것일 뿐 콜라건 펩시건 제로콜라 따위만 아니면 무엇이든 좋다




다시 닌텐도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느 법이건 마찬가지만 이런 특허권 제도를 악용하는 자들도 존재한다.


속칭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이들인데 사소한 기술들을 특허로 등록한 뒤


그 기술들을 쓰고 있던 다른 기업들을 특허권 침해로 고소해 로열티를 뜯어내는 짓을 벌인다.


2020년 일본 게임계를 뒤흔든 유명한 특허괴물 사건이 바로 닌텐도vs코로프라 특허 침해 사건이다.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의 경우 이런 식으로 화면을 스와이프해 3D 공간의 캐릭터를 이동시킨다.

(이를 하얀고양이 프로젝트 게임 내에서 쁘니콘이라고 부른다)


지금보면 정말 별거 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이 쁘니콘 사양에 대해 닌텐도가 코로프라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처음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대기업인 닌텐도가 특허권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프레임이 넷상에 돌았다.

(다만 코로프라는 2018년 당시에도 코나미나 스퀘어에닉스에 꿀리지 않는 대형 중견기업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코로프라가 쁘니콘에 대해 특허를 등록해 비슷한 사양을 사용하는 다른 규모가 작은 회사들을 


뚜드려패며 로얄티를 뜯어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닌텐도는 이미 ds 시절 스크린 스와이프 터치를 통해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놨고


쁘니콘은 그저 그 사양의 비주얼만 조금 수정해서 자신의 특허로 등록했다는게 닌텐도의 주장이었다.


결국 닌텐도의 소송전에 코로프라는 쁘니콘 사양을 변경했다.



그러나 고삐 풀린 닌텐도의 칼날은 쁘니콘으로 멈추지 않았다.


이제까지 닌텐도가 묵인하고 있던 코로프라가 침해한 


여러가지 특허 사양들(캐릭터 실루엣 표시,E꾹,채팅기능 등)에 대해서도


전부 꺼내들어 코로프라를 두들겨팼다. 


닌텐도는 코로프라에게 42억엔, 우리돈 약 420억원의 배상금과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의 서비스 종료를 요구했다.


코로프라는 쁘니콘 사양을 폐기하고 다른 조작 사양을 채택했지만, 


고작 미봉책으로 빠져나가려하냐는 닌텐도의 분노를 사 2021년엔 배상금이 약 2배인 96억엔으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코로프라는 닌텐도에게 33억엔을 배상금으로 지불했고 


터치스크린 패드 사양에 대해 로얄티도 지불하는 것으로 작년 8월 합의를 맺었다고 한다.


사실 제 아무리 코로프라가 시가총액 3조원짜리 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소송비로 960억을 지불하고 


주요 작품인 하얀고양이 프로젝트를 서비스 종료해버린다면 회사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설 수도 있기 때문에 


아마 그쯤에서 원만하게 해결됐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어쩌면 혹자의 말대로 닌텐도는 그 무수히 많은 특허 침해를 묵인해 게임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고 


또 한편으로 그런 특허 괴물들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특허를 등록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닌텐도가 정의의 사도인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게임계의 거두인 캡콤과 반다이남코 또한 마찬가지로 게임 사양에 대해 꽤나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고


그들 또한 닌텐도처럼 그들의 특허권 침해에 대해 앵간해선 침묵으로 일관한다.

(물론 코나미 같은 예외는 언제나 있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듯 이 업계에도 암묵적인 룰이 있다.


게임의 제 1 목적은 재미와 즐거움이다.


이 목적을 위해 서로 좋은 건 가져다 써도 좀 모른척하자 라는 풍토가 업계 전반에 깔려있다. 




2000년대 초반 게임계를 주름잡던 블리자드 엔터테이먼트 또한 기발한 음식점이라기보단 


맛있는 짬뽕집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타회사의 사양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버무리는데 최적화된 회사였다.


아니, 오버워치와 팀포트리스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블리자드는 여전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게임보단


안정적이고 검증된 장르 위주로 만드는 회사이다.




저작권과 특허권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미국의 국부 중 한명인 토마스 제퍼슨은 


"아이디어는 촛불과 같다. 내 촛불 심지에서 누군가 내 불을 붙여가도 내 촛불이 약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라며 모방을 정당화하는 촛불론을 펼쳤다.


물론 당시 미국은 신생국이었고 선진국이었던 영국의 기술을 빌려올(?)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파쿠리 천지의 미국 산업계를 비난하는 영국 산업계를 향한 변명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게임 업계는 닌텐도와 같은 촛불 모른 척 하기 덕분에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수많은 창의적인 인디 게임들, 


소규모 개발사들이 만드는 획기적인 게임들의 사양이


깃허브에 공유되는 코드 복붙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들 중 대다수는 이미 어디엔가 특허가 등록되어 있으리라



미호요가 코로프라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그리고 스위치에 원신을 최적화시키는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젤다 야숨 2가 아니라 젤다 10이 나온다하더라도 원신은 스위치에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나온다는 협력 업체가 제공하는 폰타인의 비행 사양도 


스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