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가지고 싶다

디폴트는 상냥한 성격이지만 너무 고분고분하면 재미없어서

사무적인 성격으로 설정된 로봇 메이드랑 살면 어떨까?

게으르게 늘어져있으면 '주인님은 해삼으로 태어나는 쪽이

훨씬 행복했겠네요' 라고 틱틱거리지만 '그럼 너랑 같이 못

살잖아' 한 마디에 감정 미터기가 폭발 직전까지 올라가서

'이거 오류니까 그딴 눈으로 보지 마요 진짜' 라고 대답해주면

좋겠다

어느 날은 같이 산책하다가 지나가던 여자가 '아 씨발 기계한테

박나 보네 극혐ㅋㅋ'이러고 중얼거렸고 메이드는 '정말 팩트만

말하네요'라고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화가 나서 머리 옆에

달린 방열판에서 연기가 푸슈슉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약간 저가형이라 요리를 해도 맛이 어정쩡해서 '솔직히 이건

네가 먹어도 맛없지 않냐?'라고 말하면 '주인님의 아가리가 맛도 구별할 수 있었나요?'라고 대답하지만 나중에 슬쩍보니

하루종일 요리 레시피 찾아보고 그래도 맛이 잘 안 나서 울적한 

모습을 보면 좋겠다

심심풀이 삼아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 광고를 보고 있으면

슬쩍 다가와서 TV를 꺼버림.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어차피

거렁뱅이라 사지도 못 하면서 뭐 그런 걸 봅니까?'라고 쏘아붙였지만 나중에 밤에 슬쩍 옷소매를 잡으면서 '더 열심히 할 테니까 곁에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다

장난삼아 일할 때 엉덩이나 가슴을 만지면 '로봇 3원칙이 아니었으면 사지를 분해시켰어요'라고 말하지만 계속 만져도 피하진 않고 점점 감정 미터기가 올라가는 걸 보고 싶다

야동보다가 걸린 탓에 화가 잔뜩난 메이드가 하드를 날려버렸고 그게 화나서 따지니 '이딴 저급한 건 주인님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됩니다'라고 대답하고, 그 뒤에 '그래도 정 힘들다면

도와달라고 말씀하세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다

친구 소개로 소개팅 갔다온 걸 들켜서 며칠내내 삐져있는 걸 보고 싶다. 뭐만 하면 '그 여자한테나 부탁하시죠?'라고 쏘아붙이고 밥 먹다가도 '그 여자가 저보다 요리를 잘 했으면 좋겠네요'

라늠 식으로 하루종일 눈치를 주는 거임, 그래서 사과의 선물로

옷을 사주니 '이딴 걸 돈주고 사오다니 호구 아니에요?'라며

틱틱거리지만 다음날부턴 그 옷만 입고 다니는 걸 보고 싶다

심심해서 같이 놀자고 하면 '전 바쁘니까 심심하면 혼자 노세요'

라고 대답하지만 진짜 혼자 놀면 슬쩍 와서 '일 끝났으니까

잠깐만 놀아드리죠'라며 끼어드는 거임. 그리고 잠깐이라고

말한 주제에 게임에 푹 빠져서 '이번판은 제가 이길 거니까 

도망치지 마시죠'라며 이길 때까지 덤비는 걸 보고 싶다

어느 날엔 상사한테 개털려서 술에 취해 들어와 하소연하면

'그딴 회사 때려쳐요, 뭣하면 제가 먹여살릴 테니까'라고

대답하고 그거 혹시 청혼한 거냐고 물어보면 '애완인간으로

키워드릴순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걸 보고 싶다

그렇지만 다음날 물어보면 '네? 미치셨습니까 휴먼? 얼른 제가

끓인 해장국이나 드시죠'라며 부정해줬으면 좋겠다

하루는 몸살이 나서 누워있으면 평소랑 달리 뭘 부탁해도

들어주고 곁이 있어주면 좋겠다. 반쯤 농담으로 '오늘 하루만

솔직하게 대해줘'라고 말하면 평소와 전혀 다르게 '좋아해요 주인님'이라고 연신 말하면서 들러붙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도 몸살이 다 나으면 '요즘 안드로이드는 거짓말을

잘 해요,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라고 대답하지만 내가

진짜로 내가 싫어? 라는 식으로 물어보면 '진짜 싫으면 그렇게까지 안 해요'라고 수줍게 대답하는 걸 보고 싶다

그렇게 지내다가 청혼하면 '미쳤어요? 저 같은 싸구려 안드로이드랑 결혼하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라며 자기와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를 120가지도 넘게 말하지만 점점

감정이 복받혀서 '그래도 좋아해줄 거에요?'라고 울먹이면서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잠이 안 와서 써봤는데 누가 이런 달달한 거 써와 좀

난 글쓰는 거 때려쳐서 이젠 못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