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아내의 외도 사실을 깨닫고 이혼절차를 밟았다.


심지어 내 딸도 나랑 피가 이어지지 않은 타인의 아이라 하니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위자료 청구.


허나 아내는 돈을 내기 싫었는지 볼륜남이랑 야간도주를 했고, 남은 건 이제 나와 피가 이어지지 않은 딸 뿐.


“아빠… 엄마는?”

“…윤아가 백밤만 자면 올 거야.”


설령 친딸이 아니라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업어 키운 아이다.


아직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은 아이를 나 역시 내팽개칠 순 없다.


그렇게 수년.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나 혼자 딸을 길러온 어느 날.


“비트코인!”


갑자기 딸이 이상한 단어를 외치며 잠에서 깼다.



*


요즘 딸이 너무 수상하다.


비트코인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며 잠에서 깬지 수년.


그 날 이후로 딸의 행동은 어딘가 많이 바뀌었다.


“아빠 사랑해! 나 아빠랑 결혼 할 거야!”


평소 부리던 아이다운 투정이 사라졌다.

애교는 그대로인데, 묘하게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그래그라, 다 크면.”

“약속이다!”

“그래.”


그리고 갑자기 컴퓨터를 사달라하질 않나.

이상한 그래프를 보며 메모를 하지 않나.


“대한민국이 이길 것 같은데?”


묘하게 축구경기 결과를 잘 맞추기도 하고.


“아빠 생일 축하해!”


용돈 얼마 주지도 않았는데 비싼 정장을 선물로 사오거나 하더니.


매일같이 누군가에게 바쁘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고.

그럴 때마다 주식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딸이 17살이 되어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요즘 윤아가 조퇴를 자주 하네요. 많이 아픈가요?]


나는 거래처에 가던 도중 딸이 학교를 잘 짼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마침내 도착한 거래처의 사장에게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어…”

“어…”

“윤아니?”

“사람 잘못보셨습니다.”


내 딸이 자본시장의 숨은 권력자인 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