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 어... 어... 너 괜찮은 거 맞지? 분위기가 평소랑 다른데?"



"당연하죠 주인님?! 저는 언제나처럼 멀쩡하답니다하하하하하하"





키키모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반으로 갈라지더니 두 명이 되었다.


집주인은 방금 본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뇌가 이해하는 걸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 그래요, 주인님???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아니면 오늘 아침 식사로 닭고기 요리가 별로이신건가요???"



"아. 아니야. 그냥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이거 현실 아니지? 그렇지?"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현실실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주주주주인님?????"





무슨 렉 걸린 자동응답시스템처럼 대답한 키키모라는 또 다시 분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상황이 나빴다. 머리가 떨어져나가더니 거기서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고, 떨어져나간 머리는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더니 순식간에 사지가 돋아나서는 방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흡사 영화 "더 씽" 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그그그럼 지금부터 아침식사를 준비할테니 주인님은 저기 저 안락해 보이는 깃털소파에 앉아서 쉬고 계계세요!!!"





키키모라는 정신이 반쯤 나가 무표정을 짓고 있는 집주인을 언제부터 저기에 놓여있었는지 모를 깃털소파로 떠밀었다.


깃털소파의 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집주인은 생각했다.



이건 그냥 악몽일 뿐일 거라고.


전기세 아낀다고 에어컨을 안틀었더니 더위를 먹어서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이대로 이 푹신한 소파에 누워 잠들면 분명 이 악몽에서 깨어나겠지. 암, 그렇고 말고. 이게 현실일리가 없지.



그렇게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잠을 자려는데, 키키모라는 주인이 자도록 놔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주주주주주주인님 아무리 피곤하시더라도 아침 식사는 하고 주무셔야죠 하하하하하하하하"



"키키야, 나 지금 좀 졸리거든. 그니까 나 지금 잘래. 아침밥은 나중에..."





집주인은 대답을 하며 눈을 떴다. 그런데 방금 분명 코앞에서 키키모라의 말소리가 들려왔던 것 같은데, 키키모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키키는 어디 있는 거지? 부엌에서는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럼 지금 키키는 부엌에 있는 거잖아. 근데 방금 분명 귓가에서 키키의 목소리가 속삭여왔단 말이야.


대체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우후훗, 주인님. 여기기기기에요 여기 우후후후후"





왜 내 엉덩이 밑에서 키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거지? 왜 내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거야?





"우후후 주인님 여기에요 여기라니까요오오오오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까까지 집주인이 몸을 기대고 있던 깃털 소파에서 갑자기 키키모라의 깃털 덮인 팔이 빠직 하고 튀어나왔다.


소파 등받이 뿐만 아니라 쿠션에서도, 아까까지 주인이 깔고 앉아있던 방석에서도 키키모라의 신체 부위가 튀어나왔다.


꼭 그 소파 전체가 원래부터 키키모라의 집합이였던 것처럼, 소파는 갈라지고 찢어지며 분열하더니 이윽고 집주인의 눈에 익숙한 형상들을 갖추었다.





"주인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파가 분열해서 수십명의 키키가 되어 주인의 몸을 떠받들고 있었고, 그 키키모라들은 반으로 갈라지거나 새로운 키키모라를 토해내면서 분열하며 자신들의 수를 더 늘리고 있었다.


집주인은 이때쯤 되자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냥 빨리 고통없이 죽었으면 했다.





"우와. 나 이거 더 못 버티겠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집주인은 기절해버렸다.










=====











"아이 참~ 주인님! 아침 식사가 식겠어요~ 이럴 때 그냥 주무셔버리면 어떻게 해요?"





음? 뭐지? 아, 내가 잠에 들었었구나.


역시 그게 현실일 리가 없지. 난 분명 평범하게 잠에서 깨어났다가 키키와... 키키와... 그 누구더라? 아무튼 그 둘이 차려 준 아침식사를 먹으려고 했던 걸거야!


그런데 너무 졸려서 그만 식탁에서 졸아버린거지. 아이 참, 나도 덜렁이라니까.





"자, 주인님~ 너무 졸려서 눈도 못 뜨시겠으면 제가 먹여드릴테니 아~ 하세요. 아~"



"아~ 움. 오, 이거 맛있다. 이거 뭐로 만든거야?"



"우후후~ 주인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시는 재료를 사용했죠! 바로 쇼거스 씨랍니다!"



"아하, 그렇구나."





음.


잠깐만.





아...





아니 잠깐 뭐라고 시발?






번쩍 눈을 뜬 집주인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였다.


집은 온데간데 없고, 방금 막 켠 하얀 메모장마냥 텅 빈 흰색 공백 안에 수백, 수천, 아니 수만명의 똑같은 키키모라가 저 멀리 지평선까지 빽빽하게 들이차 있었다.


다들 싱글생글 웃고 있었으며, 사랑하는 주인님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최악인 것은, 집주인의 코앞에 있는 접시와 포크를 들고 있는 키키모라였다.


그녀가 손에 든 접시 위에는, 왠 보라색 점액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꿈틀대고 있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아아, 주인님? 왜 그러시나요? 입맛에 맞지 않으신 건가요?"



"너... 너 대체 왜 그래 갑자기?! 너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아니, 그런 것 보다 대체 이게 뭐야???



"뭐긴요? 저저저저저저저저전부 다 저잖아요오오오오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멀리까지 가득 들이찬 키키모라들이 웃는 소리가 미친듯이 메아리쳐서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대체 왜지? 대체 뭐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중인거지? 대체 왜? 왜? 왜? 왜?






"주인님~ 이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기 다른 요리도 있답니다? 물론 재료는 전부 다 쇼거스 씨에요!"



"너... 너...!! 대체 쇼거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해체하고 불로 지지고 볶고 양념했답니다!"





너무나 발랄하게 토막살인을 고백하는 그 모습에 집주인은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아니 근데, 쇼거스가 토막난다고 죽지는 않을텐데.





"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이거 무슨 마력 같은 걸로 환각 보이게 만든 거고?"



"?아닌데요데닌아?"





키키모라는 대답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반으로 갈라져 둘이 되었다.


코앞에서 멀쩡하던 사람, 아니 마물이 반으로 찢어지더니 분열하는 모습을 보고,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던 집주인은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요 주인님!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키키모라는 주인의 웃음을 따라하면서 주인의 크게 벌려진 입에 보라색 점액의 모습을 한 음식을 쳐넣었다.


접시에 음식이 단 한 조각도 남지 않을 때까지.












=====













"주인님! 주. 인. 님!!! 당장 일어나세여! 아무리 주말이라도 그렇지, 지금까지 자면 쓰나여?"





또 코앞에서 키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하하하하하, 이젠 끝이야. 세상은 멸망할 거야! 아니면 이미 멸망했거나!





"우후후... 주인님 많이 졸리신가 봐.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나 격렬하게 하셨으니까..."



"우우웃... 나도 주인님한테 더 사랑받고 싶은데... 일은 더 열심히 하는데 왜 나마안..."



"후후훗, 괜찮아. 나는 네가 열심히 일하는 걸 잘 아니까."





...이 목소리는... 이 목소리는...?





"쇼거스?! 너야?!"



"아앗? 주인님! 벌떡 일어나셨네여? 사실 깨어계셨던 거에여!?"





눈을 떠 보니 언제나의 집 풍경이였다.



크진 않지만 두 메이드의 노력으로 언제나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는 나의 집.


그리고 우리 집의 메이드들이자 내 아내들이기도 한 쇼거스와 키키모라.





"다... 다 괜찮은거지...? 쇼거스...? 키키...? 너 괜찮은 거 맞지...?"



"주, 주인님? 왜 그러세여...?"





자신을 무슨 방사능 물질 만지는 것 마냥 조심스레 더듬는 주인의 모습을 보며 키키모라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를 봐도 사랑스러운 평범한 키키모라 메이드, 키키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꿈 속에서 두번이나 통수를 맞은 주인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이러다 갑자기 키키가 반으로 갈라지기라도 하면 진짜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너... 너... 반으로 갈라져서 분열하진 않는거지...?? 소파로 변신한다던가 하지도 않고?"



"...주인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여. 혹시 이거, 쇼거스씨랑 짜고 저 놀리시는 건가여...?"





키키모라가 볼을 부풀리며 울먹거렸고, 옆에 서 있던 쇼거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키키모라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애는... 울지 말고! 눈물 뚝!  

주인님! 갑자기 일어나시자마자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이상한 꿈이라도 꾸셨어요?"



"...분열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변신하는 건 제가 아니라 쇼거스 씨 특기잖아여. 꿈에 나올 정도로 그렇게나 쇼거스 씨가 좋으면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여!"



"어어? 애 키키야! 주인님도 참! 빨리 가서 사과하세요! 애 삐졌잖아요!"





주인은 방금 막 깨어나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렇게나 생생하고 끔찍했는데, 그거 전부 꿈이였던 거 맞지...?




...지금 자세히 생각해보니 키키의 말 그대로, 꿈에 나온 키키가 한 행동은 전부 다 쇼거스가 할 법한 행동들이였다.


분열하거나, 가구를 바꿔치기하거나, 음식을... 아니다. 그건 좀 멀리 나갔다.




...아무튼 간에, 반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후회라고 해야 할까. 특정할 수 없는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내가 쇼거스하고만 놀기는 했지. 밤에 키키도 성욕이 쌓여있었을 텐데... 주인으로써도 남편으로써도 내가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어쩌면 키키의 사랑받고픈 마음이 - 쇼거스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력으로 뿜어져나와, 내 꿈 속에서 쇼거스가 할법한 행동을 하는 키키의 모습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른다.






"키키야! 키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방 밖으로 뛰쳐나가자, 거실 침대 위에 쭈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 키키의 모습이 보였다.


주인은 그녀의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스다듬지 마세어... 어자피 저 가튼 건... 저 가튼 거언..."





키키는 울음이 섞여 발음이 뭉개진 소리로 말하며 훌쩍댔다.





"미안해, 우리 귀여운 키키. 내가 요새 너한테 너무 소홀했지...?"



"..."



"사실 오늘 내 꿈에는 쇼거스 씨가 아니라, 네가 나왔어. 그것도 네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단다?"





단단히 삐진 듯 조용히 있던 키키는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었다.





"...졍말로여...?"



"그럼! 네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온 세상을 다 뒤덮을 정도였어."



"...저는 꿈 속에서 좋은 메이드였나여...?"



"다, 당연하지! 네가 만들어 준 요리도 맛있었고, 네가 만들어 준 깃털 소파도 굉장히 편했단다?"



"...제가... 제가 깃털 소파를 만들어 드렷다고여...??"



"응! 네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그렇게 편한 소파는 태어나서 처음 누워 보는 것 같았어!"





그제야 기분이 좀 풀렸는지, 키키는 꼬리를 강아지처럼 흔들기 시작했다.





"...저도 밤에 많이많이 아껴주세여... 쇼거스 씨를 더 좋아하시는 건 알지만... 저도 당신의 아내잖아여... 저두, 저두 많이 사랑해 주세여..."



"응! 당연하지!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소홀했어. 내 사랑. 그러니까 이제 울음 뚝 그치고. 응? 이제 같이 아침 식사라도 하자?"



"...그 전에, 꼬옥 안아주세여."



"응! 이리 와! 안기고 싶은 만큼 안겨!"





주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키키모라는 주인에게 달려들듯이 안겼고, 주인은 그만 소파 위에서 중심을 잃고 벌러덩 누워버리고 말았다.


키키모라는 꼼짝없이 누워있는 주인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고 냄새를 맡으면서, 사랑하는 주인의 냄새를 다시 한번 새겼다.



주인은 잠옷이 키키모라의 눈물로 젖어드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잠옷을 댓가로 사랑하는 메이드가 울음을 그치고 행복해 할 수 있다면야.






"주인님... 사랑해여어..."



"응, 나도 우리 키키 사랑해..."










=====











한편 거실에서 벌어지는 그 광경을 베실베실 웃으며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쇼거스 씨였다.



주인의 귀를 통해 촉수를 집어넣어 꽤나 심한 악몽을 꾸게 만든 것은 좀 심했을 지 모르겠지만, 저 모습을 보아라. 조금 과격한 방법이였지만 그만큼 확실한 효과가 있지 않은가!


최근 상당히 소홀해졌었던 둘의 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에 쇼거스는 실실 웃으며, 오랜만에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며 쉬는 키키를 대신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 대체 왜 쇼거스가 그런 이타적인 일을 하느냐고? 사랑 받는 건 자기 하나뿐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이런, 본래 군체생물이였던 쇼거스는 당신도 모르던 아주 특별한 사랑의 법칙 하나를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다. 특히 순수한 사랑은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