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피를 처음 만난건 학기초의 일이었다.

새 학교로 전학와서의 첫날 괜한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일부러 비어있는것 같아 보이는 창가쪽 끝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고 반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나를 보고 흠칫흠칫 놀라며 안절부절 못해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나는 


'새로 전학와서 익숙치 않아서 그런가...'


하고 넘겨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척 불량스러워 보이는 여학생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처음 봤던 솔피의 인상은 검은 머리 중간중간에 하얀 브릿지가 들어가 있었고, 교복도 위에 단추 3개는 풀어 헤치고 단정치 못하게 입었으며, 풀어헤쳐진 교복 사이로 살짝 문신이 보였었다.


한편 교실에 들어온 솔피는 곶장 자신의 자리를 침범한 버릇없는 애송이에게 "교육"을 시켜주기 위해 다갔다.


내 자리 바로 옆까지 온 솔피는 내 옆자리 책상과 의자를 발로 차서 날려보내고 내가 앉아있던 책상위에 거칠게 가방을 내려놓으며 으르렁대는 표정을 짖고는 얼굴을 들이 밀었다.


"야 안꺼져?"


"아 여기 너 자리였어? 몰랐어 미안해."


"잠깐..."


나는 짐을 챙겨 자리를 일어나려 했다.솔피는 그런 나를 잠시 제지하며 말했다.


"너 인간이야?"


솔피의 물음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 맘에 안들었나 싶었다.


"응...그런데..."


한동안 교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솔피였다.


"아냐 앉아있어. 내가 옆자리 앉지 뭐."


그리곤 자신이 발로 차서 날려보냈던 책상과 의자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나에게 바짝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기 있잖아~너 새로 전학온거야? 어디서 왔어? 취미는 뭐야?,여자친구 있어?, 없지? 그런 나랑 사귈래? 꺄악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솔피는 내가 답 할 틈도 주지않고 쉴새 없이 질문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반 아이들은 마치 못 볼걸 보았다는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1교시 수업시간 수업중 솔피는 계속 책상 위에 다리뻗어 올려 자신의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솔피의 다리 때문에 나는 칠판이 가려져소 필기를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솔피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저...솔피야..."


"응?응! 왜왜!"


솔피는 내 말을 듣고 기쁜듯이 반응했다.


"나 칠판이 안보여서 그러는데 다리좀 내려줄수 있을까?"


"응 알겠어!"


솔피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상에서 다리를 내려 바르게 앉았다. 그 광경을 본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솔피에게 웃으며 "고마워" 하고 인사를 건냈고, 솔피는 부끄러운지 작게 "웅..."이라고 대답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솔피는 그날 이후에도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이번에는 이동수업이야! 내가 알려줄게!"


"같이 점심먹자. 급식실은 이쪽이야!"


"슬슬 출출하지 않아? 매점갈래?"


그렇게 솔피는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했고,나도 그런 솔피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솔피는 바로 나에게 "우리 시내 놀러가자! 여기서 안멀어." 라고 하며 나를 꼬드겼다.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흔쾌히 승락을 했고, 가방을 챙겨 앞문으로 나가던중 한 아이와 부딪치고 말았다.


"쿵"


"으앗"


내가 넘어지려고 하는걸 엄청난 순발력으로 솔피가 붙잡아 넘어지는걸 면할수 있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고마워."


나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솔피를 바로 고개를 돌려 나와 부딪친 아이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야 너 눈까리를 어따달고 다니는거야! 어! 애 다칠뻔 했잖아!"


솔피는 곧바로 역청을 내며 여자아이의 멱살을 잡으려했다.  나는 바로 솔피를 제지하며 말했다.


"솔피야 나는 괜찮아. 그쪽은 괜찮으세요?"


넘어진 여자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물어보자 울먹이며 살짝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자만 솔피의 화는 덜 풀린듯 계속해서 화를 냈다.


"아니 너 이..."


"솔피야 시내 가고싶어. 빨리가자."


나는 솔피를 말리기 위해 끌어안자 솔피는 바로 화를 풀고는


"헤헤 너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얼른 가자!"


이렇게 말하고 언제 화냈냐는 듯이 싱글생글 웃으며 계단으로 향했다.


시내에 도착해 솔피가 자주 간다는 노래방도 가고, 자신이 잘 안다는 맛집도 다니고 짧지만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시간이 되고 나는 이만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래서 솔피를 대려다 주기 위해 집 방향을 물어보니, 나와 같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솔피와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척 커다란 한옥집에 도착하자 솔피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야."


"응?"


솔피의 말에 나도 같이 발걸음을 멈추었고 커다란 한옥집을 보았다.


"우와 솔피네 부자였구나!" 나 나중에 놀러가도 되?"


"그래 나중에 초대 할게."


"아싸 그럼 잘가 내일봐~"


나는 솔피가 집안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거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한가지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학교에서 솔피와 관련된 무슨 일만 생기면 다들 나를 찾는것 이었다. 계기는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벌컥!


"솔피가 애들 때리는데 좀 말려줘!"


그 말을 듣고 나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그 친구가 안내하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었고, 나는 그 인파를 뚫고 겨우겨우 솔피를 대면할 수 있었다. 정중앙에 있는 솔피는 한 아이를 발로 지근지근 밟고 있었다.


"이런! 개! 씹! 좆같은! 새끼가!어딜! 어!"


"악! 앜! 미안해! 아악!미안!"


나는 그런 솔피에게 다가가 겨드랑이 아래로 양팔을 집어넣어 뒤에서 꼭 끌어안아서 일단 맞는 아이에게서 때어놓으려고 했다.


"아이고 솔피야 애를 그렇게 패면 어떻게."


"아니 어떤 새..."


순간 뒤에서 껴안자 솔피는 고개를 볼려 나를 바라보았고 이내 구타를 멈추었다.그러곤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이 나에게 달라붙어 칭얼대기 시작했다.


"아니...그게...재가 막... 내 어깨치고 그냥 가잖아. 그래서..."


"그래도 그렇지 애를 저렇게 패면 어떻게!"


"그치만..."


"씁! 안대!"


"끵..."


내가 말하자 솔피의 꼬리가 아래로 축 쳐지며 아무말도 안했다.


"솔피 빨리 사과해!"


"알겠오..미안해..."


솔피의 사과에 맞던 아이는 부들부들 떨며 공포심에 어쩔줄 몰라했다. 하지만 솔피가 이내 무서운 표정을 짖자 바로 손을 내밀어 솔피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사과를 마치자 나는 솔피를 대리고 반으로 돌아갔고 그동안 계속 나에게 달라붙어 칭얼거렸다.


"잉... 그치만...,그래듀 나 싫어하면 안대? 알겠지? 난 너가 엄청 좋단 말이야."


"알겠어, 걱정하지마."


나는 그런 솔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솔피는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었다.


그 사건 이후 선생님들까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솔피가 숙제를 아직 안냈는데 내일까지 내달라고 이야기 좀 해줄래?"


"네!"



"솔피야! 너 숙제 안냈지!"


"헉 어떻게 알았지."


"내일까지 숙제 해와서 나한테 줘."


"힝 나 숙제하기 싫어."


"그러지 말고 내가 집에 가서 도와줄테니까 같이 하자."


"응!"



벌컥


"또 솔피가 애 팬다!"



"아 솔피야 제발 왜 자꾸 애들을 패니..."


"아니 쟤가 띠껍게 꼬라보잖아!"


"힝힝 나 칠판이 적힌게 잘 안보여서 그런거야 훌쩍"


"안봤대잖아. 왜그래 자꾸."


"힝... 알게써..."


"말로 해 말로!"


"알게써... 나 시러하면 안대...?"



"저...솔피가 청소를 제대로 안했는데 다시 해달라고 이야기좀 해주면 안댈까...?"



"솔피야!! 청소!!"


"힝 하기 시러!.'


"그러지말고 나도 도와줄테니까 같이가자."


"그럼 죠아 히히."


이게 반복되자 나는 참지못하고 솔피를 학교 뒤편으로 불러 이야기 했다.


"솔피야, 앞으로 애들 안 패겠다고 약속해. 어기면 너랑 절교할거야."


나의 말이 솔피는 큰 충격을 먹은듯 그 자리에 서서 어버버 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ㄱ....ㄱ....어..."

"빨리 약속해"

"알게써..."

"크게!"

"알게써!"

"구래 나는 솔피 믿어."


나는 솔피의 머리와 꼬리를 쓰다듬었고 솔피는 세상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잔뜩 풀이 죽은 솔피는 며칠동안 힘없이 돌아다녔고 애들과 부딪쳐도 억지 웃음을 지으며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학교가 평화로워져 가던 어느날.


솔피는 화장실칸에 앉아서 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자신은 화가 나는데 절교 당할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계속 참다보니 무척 힘들었다. 그러던중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들어왔다. 자신에게 가려서 그닥 유명하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좀 논다는 아이들의 무리였다.


'재들 나가면 나도 나가야지...'

생각하며 화장실칸에 조용히 앉아있던중 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야 근데 미친범고래랑 같이 다니는 걔 좀 재수없지 않냐?


"아 그 미친범고래 단짝?"


"어 착한척 하는거 싸가지 없어 진짜."


"근데 그 미친범고래가 걔 말은 꼬박꼬박 듣더라."


"그니까 솔피가 걔 말만 잘 듣는게 진작에 따먹혀서 걔 자지의 노예가 된거 아니야?


한 아이의 말에 나머지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자지러지며 웃었다.


"그 미친범고래가 '흐응~ 주인님 자지에 박혀서 너무 좋아요~♡' 이럴꺼 생각하니 진짜 깬다."


아이들의 음담패설과 농락에 솔피는 두 손을 꽉 쥐었다. 마음같아선 지금 바로 튀어나가 저년들을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약속이 있었기에 그저 꾹 참을 뿐이었다.


"야 근데 미친범고래 단짝, 애들한테 대주고 다니는거 아니야?"


"그건 또 뭔소리야?"


"아니 애가 얼굴고 반반하고 키도 큰게 꼴리게 생겼잖아, 게다가 인남이고."


"아 그건 인정. 진짜 따먹고 싶게 생기긴했더라."


"맞은 애들한테 자지 대주고 다니면서 사건 무마시킨거 아닐까?"


"나도 맞았는데 그런 애가 와서 '제가 몇 번 대드릴테니 솔피 용서해주세요...' 하면 따먹고 무마하는거면 나도 가서 맞을까."


"몇 번 따먹고 말게?"


"그러겠냐 ㅋㅋㅋ 따먹고 더 안대주면 솔피한테 말한다고 하고 더 따먹어야지."


"악마같은년~"


"네네~ 전 어차피 데몬이네요~"


"얼마전에 보니까 방과후에 상담실도 혼자 들어가던데."


"와 미친 선생들한테도 대주고 다니는거야?"


"그거 완전 창놈이네,창놈 완전 걸레 아니야?"


"야 그럼 내일쯤에 애 불러서 돌릴래? 다른학교 애들도 부를게."


"어? 그럴까? 그걸로 영상찍어서 단짝애 협박하면 솔피도 조종할 수 있는거 아이야?"


"이야 솔피도 막고 창남도 얻고 이거 완전 일석이조네."


그러던 중 갑자기 화장실 칸에서 쾅하고 천둥같은 소리가 나며, 화장실 문이 날아갔다. 순신간에 화장실에 울린 큰소리에 떠들던 여자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 두 손을 꽉 쥐고 부들대는 솔피를 보고는 모두들 얼어 붙었다.


"어...솔피야 그게..."


대장으로 보이던 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먹이 얼굴을 강타했고, 얼굴을 맞은 여자아이는 순식간에 2M를 붕 떠서 날아갔다.


그리고 여자화장실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전교를 울렸다.



누가 와서 알려줄것도 없이 전교에 울린 비명소리에 나는 서둘러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미 몇명의 아이들이 먼저 도착해서 웅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 시발년이! 어딜! 말을! 어! 좆같은년이 뒤질라고! 씨팔! 씨팔!"


이미 화장실에는 만칭장이가 되어 널부러진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있었고, 부서진 화장실 변기 물통 뚜껑이 여러개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 정 중앙에는 솔피가 한마디 할때마다 한번씩 물통 뚜겅을 들고 한 아이를 내려치고 있었다.


"이 개년이! 가만히! 놔뒀더니! 넌! 여기서! 뒤져야해!"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저대로 가면 진짜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앞뒤 생각하지 않고 솔피에게 뛰어가 발차기를 날렸다.


내 발차기가 무방비한 솔피의 옆구리에 꽂히자 솔피는 잠깐 비틀했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런 시발 어떤 새ㄲ..."


고개를 돌린 솔피는 뚜겅을 휘두르려다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더니,나를 알아보고 언제 화났나는 듯이 순식간에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변해서는 변기뚜껑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나에게 와서 안겼다.


솔피의 손에서 떨어진 변기뚜껑은 타일에 부딪혀 쨍강 하는소리를 내며 깨졌다.


"흐아아앙 내가 미안해... 훌쩍 나 때문에 애들한테...훌쩍 대주고 다니고 으아아앙 내가 미안해!! 다른 애들한테 대주고... 흐아앙 다니지마 훌쩍 개들도 다 찢어버일거야 힝힝..."


내 품에 안긴 솔피는 세상 서럽게 울면서 내 가슴에 꽁꽁이를 해댔다. 솔피 제딴이는 살살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너무 아팠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이건 또 뭔 코볼트가 상대성이론 이해하는 소리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솔피를 달래는게 우선이었던 나는, 울고있는 솔피를 끌어안고 몸을 좌우로 살짝씩 움직이며 둥가둥가를 해주며 솔피를 달랬다.


"그래 솔피야, 많이 화났었구나. 그래 그래... 우리 솔피 착하다... 뚝하자 뚝~"


"힝힝..."



그렇게 솔피를 달래고 어느새 부른 119가 와서 다친 아이들을 보고는 구급대원들 조차 "윽 이건 좀..."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만큼 끔찍하게 두들겨 맞은 여자아이들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고 솔피는 퇴학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솔피가 영리하게 그 애들의 말을 모두 녹음해서 틀어줬고, 강간모의 및 명예훼손으로 역으로 뉴스를 흘리겠다고 하였다. 성에 대해 민감하고,건전한 성관계를 사회이념의 일등으로 삼는 사회에서 강간모의는 사형까지 언도 받을수 있는 중범죄였다. 


하지만 솔피가 과하게 폭력을 휘두른것은 사실 이었으므로 자택근신 3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나때문에 솔피가 자택근신 처분을 받은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던 나는, 다음날부터 솔피의 집에 찾아갔지만 대문에서부터 "아가씨께서 만나고 싶지 않으시 답니다. 부디 돌아가 주십시요." 라는 대답만을 들을 뿐이었다.


2주동안 매일 찾아갔지만 대문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고, 어떻게든 솔피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결국 무단침입을 선택했다.



이 이후 솔피와 주인공의 순애넘치는 교미타임은 퇴근시간이라 집가서 써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