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못하면 사람을 죽여 버릴 수 있는 것을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몇 시간 전에 해가 지고 난 뒤로 하늘에서는 끈임없이 흰 눈이 날리고 있다. 오늘따라 추운 날씨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후우, 하고 입으로 숨을 내시자 흰 입김이 나왔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이 내리는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를 의미하는 그 단어를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참으로 로맨틱한 단어라고 생각하며 나는 눈이 조금씩 쌓여 가는 길을 걸어 갔다.


본래 크리스마스라는 날은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보내는 날일 것이다. 연인들이 길거리에 나와 놀러 다니는 모습을 매년 이 날마다 봐 왔고, 지금도 나는 길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한 쌍의 앞을 지나치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 그 말을 떠올리자 내 머릿속에서는, 언제나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한 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랑해...”


그 사람이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리자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오늘의 날씨가 추워서인지, 그 말이 부끄러워서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검은 코트를 몸에 걸치고, 흰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은 채 걸어가고 있는 나는 다시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부디 그 말이 닿기를 바라며 속삭였다.


얀붕아. 


나는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못할 거야. 나는 너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도저히 그 수치를 측정할 수가 없어. 나는, 네 손을 잡았을 때의 온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네가 나에게 처음으로 키스를 했을 때의 촉감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언제,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나는 너무나도 그것들을 잘 알고 있어. 너는 한결같이 나만을 사랑하며 좋아해 준다는 것에 언제나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있지, 얀붕아.


나는 널 빼앗기는 것이 너무 두렵고 싫어. 그걸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상실감을 느껴. 네가 날 버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우리는 서로를 아주 깊게 믿고 있으니까. 나도 얀붕이를 버릴 수 없어. 얀붕이를 버리다니,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걸. 단지-




그 더럽고 추한, 역겨운 걸레 같은 년이 네 곁에 다가가며 꼬리를 치는 건 도저히 봐 줄 수가 없어. 세 치 혀로 온갖 사탕발림을 내뱉으며 널 속이려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그 년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나는 얀붕이만의 것이고, 얀붕이도 나만의 것이잖아? 우리의 단단한 사랑을 감히 깨부수려 하는 그 파렴치한 것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와. 어쩌면 저렇게 양심이 없을 수 있을까. 


나는 슬퍼. 너를 빼앗긴다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상실감과 슬픔이 마구 몰려와. 하지만 너에게 사랑받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이 가득 찬 것 같은 따뜻함과 기쁨을 느껴. 네가 없다면,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기쁨을 느낄 수도 없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도 없어. 


그저, 난 오로지 얀붕이만 있으면 돼. 얀붕이만이 내 전부야. 얀붕이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해. 나도 평생 동안 얀붕이만을 위해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는걸?


앞으로 미래에는 어떤 일이 닥쳐올지 알 수 없겠지. 하지만 분명 확신할 수 있는 건, 나는 얀붕이 곁에 계속 있을 거라는 사실이야. 누군가가 사라져도, 죽어도, 실종되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으니까. 절대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나도 사랑해...”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얀붕이에게 전하는, 마음 속의 텔레파시를 마쳤다. 부디 닿았으면 좋겠다. 단순한 미신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들은 사랑하고 있으니 어딘가가 통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나와 얀붕이의 사랑을 방해하는 마지막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나는 ‘그것’ 이 도사리고 있는 장소에 마침내 도착했다.


“안녕, ———?”


“뭐야? 넌 왜 여기로 왔어?”


그것은 인적이 거의 없는 공원에서, cctv에도 찍히지 않는 나무 밑에 기댄 채로 담배를 피우며 나를 짜증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과 니코틴이 섞인 담배 냄새를 맡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에게 답했다.


“으응... 아무래도 얀붕이가 파티 장소를 잘못 알려준 것 같아. 그래서 널 데리러 왔어.”


그것은 입에 문 담배를 빼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바닥에 떨어뜨린 후 발로 밟아 불을 껐다. 화장품을 덕지덕치 처바른 그 천박한 얼굴에 당장이라도 뺨을 때려 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지만 나는 이성으로 그것을 억누른 채,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뭐, 좋아. 그래서 파티 장소가 어딘데?”


“내가 내는 문제에 대답해 주면 가르쳐 줄게.”


“뭐?”


나는 미소 지은 채로, 금발로 염색을 한 채 패딩을 입은, 마치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아이로 보이는 그것에게 말했다. 바람이 불어 어깨까지 내려오는 내 갈색 머리가 흩날렸고, 그것은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하하, 얀붕이가 모두에게 이 문제를 말하라고 했거든.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말해 주기만 하면 돼.”  


“씨... 재미있지도 않구만. 문제가 뭔데?”


그것은 귀찮다는 듯이 나에게 건성으로 말했다. 듣기만 해도 역겨워지는 그 목소리에 귀가 썩어 들어가는 혐오감을 애써 억눌러 가며, 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는, 담배랑, 남자들이랑 노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어?”


“대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


그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표정을 찌푸린 채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그것의 바로 앞으로 다가간 후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으음, ———는 답을 못 찾았구나.


그런데 말이야, 나는 있다?”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동안, 나는 손에 든 가방에서 검은 무언가를 꺼내 스위치를 올리고 그것의 옆구리를 쳤다.


”꺄아아악!


“———는 영원히 그게 뭔지 모를 것 같지만.”


나는 미소를 풀어 버리고, 전류에 충격을 받아 옆구리를 감싼 채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치 살충제에 맞은 바퀴벌레 같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뭐 하는 짓이야?!”


“으음, 이건 말이지-”


나는 나무에 기대 쓰러진 그것이 일어나 나에게 덤비려 하는 모습을 보고, 잽싸게 그것의 양 손목을 잡고 강하게 나무에 쳐 기대게 만든 후 발을 밟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것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나무에 등을 붙인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벌이야. 산타 클로스도 나쁜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썅년아! 이거 안 풀어?!”


그 저속한 욕설을 듣고 나는 그것의 손목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체력도 나보다 좋지 않은 그것은 표정만 일그러뜨린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에게 붇잡혀 있었다.


“———는, 최근 들어 얀붕이한테 관심이 많지?”


“뭔 개소리야! 아까부터 니 년이 하는 짓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고!”


으응, 그래. 너는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고 저속한 존재구나? 불쌍하기도 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가운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겁을 살짝 먹은 것인지 그것은 살짝 흠칫했다.


“얀붕이랑 학교에서도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말을 걸고, 손을 잡고, 과한 스킨십을 했잖아? 정작 당사자인 얀붕이는 싫어했는걸. 게다가 나랑 얀붕이 사귀고 있는 거 반 아이들 다 알잖아. ———도 말이야.”


나는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구토감이 솟아 오르는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생하며, 당장이라도 심한 욕설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최대한 순한 말투로 그것에게 대답했다.


“아? 아아- 내가 걔한테 꼬리 좀 쳤다고 그 지랄하는 거야? 근데 왜? 너랑 사귀면서 걔가 귀찮아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인정하는 거구나? 이렇게 쉽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 봤자 넌 양아치 년이니 절대 나에게 이길 수 없으니까. 나는 다시 미소 지으며 그것의 목을 강하게 졸랐다.


“얀붕이가 날 귀찮아했으면 대체 무엇 때문에 1년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나와 사귀어 주었을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잖아. ———도 참, 은근히 얼빠진 면이 있구나.”


나는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갑자기 웃어 대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듯이 날 쳐다 보고 있었다.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않는 미력한 벌레 같은 모습을 쳐다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여자친구이자 당사자인 내가 이렇게 눈을 빤히 뜨고 있는데, 거짓말과 사기를 치면서 양심에 찔리지도 않은 거야? 대단하다! ———, 나중에 사기 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여전히 하하하, 하고 명랑하게 웃으며 그것에게 말했다. 이제 이 미소는 더 이상 연기가 아니라, 저것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쾌감에서 나오는 기쁨의 웃음이었다.


“작작 좀 해!”


그것은 분노를 느꼈는지, 내가 목을 조르고 있어 잡고 있지 않은 팔로 날 강하게 밀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바닥에 엉덩이를 찧고 그것을 올려다 보았다. 으응,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구나. 불쌍하기도 하지.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난폭하구나, ———. 이러면 안 되지. 아이들이 싫어할 텐데?”


“그래. 나 걔 꼬시려고 했다. 왜? 그게 뭐 잘못이야? 딱히 사귀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좀 갖고 놀다가 따먹은 후에 버리려고 한 건데 뭐가 문제야?”


사귀지 않으면 상처도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어쩌면 저런 멍청한 말을 당당하게 내뱉을 수가 있을까. 나는 일어서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 너는 말이야.”


”뭔데?”


“진정한 사랑에서 나오는 행복을 알아?”


“뭐?”


그것은 여전히 날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것에게 걸어 가며 몰아붙이며 말을 빠르게 가속했다.


“사랑한다고 말해 줄 때의 행복감을 알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행복을 알아? 처음으로 손을 잡아 주었을 때의 온기를 알아? 처음으로 서로가 껴안았을 때의 따뜻함을 알아?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을 때의 달콤함을 알아? 서로를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감각을 알아? 서로에 대해서 알아 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을 알아?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가 서로를 빼앗겨 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알아?”


나는 차가운 얼굴로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평탄한 어조를 유지했다. 내가 알고 있는 얀붕이와의 사랑에서 느낀 모든 감각들을 내뱉으며 그것을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몰아 붙였다.


“———는 이 중에서 하나라도 알고 있는 게 있어?”


그것은 대답하지 못했다. 식은 땀을 흘려 가며, 두려움에 떤 눈을 한 채 날 응시하지 못하고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방금 전처럼 거친 말투로 폭언을 퍼붓던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으응,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까- 아무래도 ———는 아는 게 없나 보네.”


“하, 하아...


마치 지옥에서 염라에게 심판을 받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는 듯, 그것은 식은땀을 더욱 더 흘려 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전부 알고 있고, 생생히 느꼈어. 얀붕이에게서 말이야.”


“———이 하는 행동은 겨우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할 뿐이잖아. 정신적으로 행복을 절대로, 평생 느낄 수 없는걸?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 친구를 갈아치우고,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하고. 그런 것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행복을 찾았어. 얀붕이에게서,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행복과 기쁨을.”


“———는 그런 행복을 알지 못하는데도, 얀붕이를 빼앗아 가려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설령 얀붕이가 널 사랑한다 하더라도, ———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새 남자를 찾을 거잖아. 그럼 얀붕이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


“부디,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한 네가 나의 소중한 행복을 빼앗으려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띄엄띄엄, 천천히 숨을 쉬어 가며 그 멍청한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말했다. 그것은 내가 말을 하는 동안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 할 말은 끝났어. 미안하지만, ———는 답을 찾지 못했으니까 파티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나는 마침내 그것을 내 손에서 놓았다. 그것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주저앉아서는 흐느끼고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섞여 온 몸을 떠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서 날 괴롭힐 생각은 하지 말아 줘. ———가 그런 짓을 해도 의미 없잖아?”


나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정말로 마지막의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그것의 고개를 들고 스마트폰을 보여 주었다.


그것이 학교에서는 숨기고 있던, 카페에서 제 남친의 돈을 훔치고, 담배를 피우는 등의 불량하고도 역겨운 사진들이었다. 그것은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치켜뜬 채 자신의 악행들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이런 짓을 ———는 수도 없이 많이 했잖아? 내가 먼저 이 사실을 선생님들께 말하면 누가 ———의 말을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해?”


“제발, 말하지 마...”


마침내 그것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완벽하게 절망에 빠진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내 승리를 확신한 채로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말하지 않을 거야. ———이 두 번 다시 얀붕이에게 접근하지 않고, 날 괴롭히려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알겠어. 안 할게. 두 번 다시 얀붕이 근처에도 안 갈게... ”


흐느끼며 나에게 비는 그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본래의 파티 장소로 빠르게 걸어 갔다.


암 세포를 적출했다. 더러운 것을 깨끗이 치웠다. 앵앵거리는 모기를 잡았다. 나는 그것들과 비슷한 쾌감과 기쁨을 느끼며, 얀붕이를 만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는 길을 뚫고 달려 갔다.


얀붕이를 지켜 냈어. 우리의 사랑을 지켜 냈어. 난 싸움에서 이겼어. 나의 소중한 것을 온전히 지켰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얀붕이를 떠올렸다.


아아, 얀붕아. 정말로 사랑해. 두 번 다시 우리의 사랑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 나는 널 지켜 냈고, 앞으로도 널 목숨 걸고 지켜 낼 거야.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랑해-


성취감과 기쁨, 행복감과 설레임이 가득 찬 나의 마음을 안고 나는 마침내 얀붕이를 만났다.


“얀붕아!”


“얀순아!”


나와 얀붕이는 서로에게 달려가서는 꼬옥 껴안았다. 추운 겨울의 공기가 가득 찬, 눈이 가득 내리는 길거리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나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얀순이 손 차가워! 어, 어어.. 어쩌지?”


얀붕이는 내 손을 잡고 차가움을 느꼈는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따뜻한 손으로 나의 손을 감쌌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미소를 짓고선 얀붕이를 올려다 보았다.


“괜찮아. 얀붕이 손은 따뜻하니까. 손 잡고 있으면 따뜻해질 거야. 그리고...”


“으응, 다행이다... 그리고?”


나는 몸을 올려 얀붕이의 어깨를 잡고,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가 떼었다. 얀붕이는 부끄러운 듯이 나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얀붕아, 정말 사랑해.”


“나도... 정말로 사랑해. 얀순아...”


얀붕이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나를 껴안았다. 나는 얀붕이의 체온을 느끼며, 얼마나 되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긴 시간 동안 얀붕이를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