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위험한 포식자가 많이 서식하며———]


천장은 흑색으로바닥은 흰색으로 깔맞춤된 70 .

4K - 65인치 OLED 티브이에서 송출되는 건조한 남성의 목소리.


집에 어울리는 검정색의 소파 위에서  남녀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몬붕쿤사과 먹을래?”


좋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갈려나가는 붉은 껍질과  안에서 과즙을 과시하는 탱글탱글한 붉은 사과.


흑색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보이는 흰색 머리카락은 늙어서  존재가 아닌 순수한 흰색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사람이 소유할  없는 흰색 머리카락을 소유한 그녀는 껍질을 벗긴 사과를 몬붕이의 입을 향해 건넨다.


그녀의 토실토실한 허벅지에 머리를 배고 누운 몬붕이는 어미새에게 먹이를 건네받는 아기새마냥 입을 벌린 채로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입만 움직이는 꼴이 여지없는 한량이다.


마망.”


?”


마망도 범고래 맞지?”


맞지. 갑자기 ?”


몬붕이는 티브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물고기 갱단과 단독 사냥꾼위장의 귀재들이 넘쳐나는데.]


[ 중에서도 가장  파장을 몰고 다니는 무리가 있습니다.]


[살인 고래에 걸맞은 악명을 자랑하며 바다 최고의 지명수배자로 악명 높은—]


그녀는 편향적이고 공신력 있지 않은 정보에 치를 떨었다하지만 그러든 말든 화면은 계속하여 움직였다.


티브이는 잔뜩 부푼 복어에 일부러 찔리면서 쾌락을 느끼는동공이 풀린 범고래의 눈을 클로즈업하여 비춘다.


독에 쏘이면 기분이 신기해진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찔리는 것이다.


[범고래입니다.]


누나도 마약 ?”


무슨.”


개지랄을 떠는 거냐너도 저렇게 당해보고 싶냐 말하려던 범고래는 황급히 정신을 붙들고 사과조각을 몬붕이의 입에 꽂아넣는다.


몬붕쿤배고프지사과 먹자???”


아니 배고픈데—”


 지금 배고파.”


몬붕이가 숨이 막혀서 켁켁거리든 말든 일단 쑤셔박아서 입을 다물게 만든 후에 차분하게 타이른다.


저런 놈들은 일부에 불과해너희도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자들은 있잖아보통 범고래들은 저런   .”


아아으.”


사과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탓에 이상한 소리밖에   없었지만 마망은 이해하고 몬붕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알겠지이제 드라마  시간인데 채널 바꿀까?”


아아으.”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몬붕쿤 손으로 리모컨을  쥐고 있다.


드디어 사과를 삼키고 또박또박 말한다.


재밌기만 한데 .” 


몬붕쿤저런   거짓말이야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일생을 찍어서 인간의 평균 인생이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구나중에 누나가 재밌는 얘기 많이 해줄 테니까 지금은 채널 돌리자?”


그녀의 악력이라면 몬붕이의 손을 찌그러트리고 리모컨을 뺏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사귀는 사이라 하기에는 친밀하고미래를 약속한 사이라 하기에는 소원한 관계다그러니 이럴  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쓰지도 않는 과도로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다른 무식한 몬무스들처럼 역강간약물절임을 해서 호감도를 왕창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 리모컨을 뺏을까 끙끙대던 사이, TV 넘지 말아야  선을 넘었다


[녀석들은 일렬로 헤엄치며 파도를 일으키는데 번으로 부족하면 여러  일으킵니다.]







족히 여섯 마리는 되어 보이는 범고래가 파도를 일으켜 바다표범을 빙하 아래로 떨어뜨리고올리고다시 떨어뜨리며 노는 모습.


그린웜이나 코볼트심지어 하피가 감상해도 ‘저건 사탄의 자식들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몬붕쿤잠시만-”


저런 편향적인 매체를  이상 감상하게 방치하면 그녀를 향한 몬붕이의 눈길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범고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힘으로 제압해서 뺏으려 했지만.







[녀석들은 먹잇감으로 공놀이를 합니다순전히 재미를 위해서죠.]



이미 TV 모든 것을 보여준 뒤였다.




.. 굉장하네.”


몬붕이는  벌어진 입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떻게 동물이 저러지사탄의 자식인가귀여운 얼굴 뒤에 숨겨진 본성 그런 건가... 굉장하네.”


물론 그녀에게  말은 아니다그녀는 그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자애로운 마망이었기 때문이다개체마다 속성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화면 안의 범고래에게 하는 말일 .


그러나 그가 지금껏 마망이라고 믿어온 범고래는 몬붕이의 말이 자신을 온전히 겨냥하고 있다 착각했다.



코볼트  뜯기.


무리지어 헬하운드 존나게 패고 다니기.


그린웜 배때기에 딱밤 날리기.


복어를 반병신으로 만들어 독만 만드는 몸으로 개조한 다음 독을 채취하여 주사기에 담아 유통(대금으로 집을 구매했다).


몬붕이에게 꼬리치던 백상아리 암캐년의 자궁을 헤집어 파열시킨 다음  속에 오나홀을 박아서 창관에 팔아넘긴 (매매값으로 최신형 TV 구매했다).


기타 등등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기에.


저거 미친년들 아냐?”


그렇기에 몬붕이의 질린 듯한 어조가 자신을 향한 것이고자신에게 정이 떨어진 것이라 판단했다.


 뒤에 자신이 당할 일은 뻔했다.


누나, 먼저 갈게.’


자신을 범죄자 보듯이 쳐다보며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겠지


 다음에는 연락도 없을 것이고.


사실상의 실연.


그래그럴 일은 있어서는  된다.


 범고래들이 누나 절반만 닮았어도 좋았을 텐데.. 읍읍!”


자신에게 몸을 맡긴 몬붕이의 입을 틀어막아 산소의 이동을 막는다.


얌전히 있어.”


몬붕이는 생존 본능으로 발버둥치지만 고작 인간의 악력으로 범고래 몬무스에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몬붕이는 산소 부족으로 기절하고잠시나마 그가 마망이라 믿었던 범고래는 그를 들쳐메고 지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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