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그녀가 나를 쫓고 있다.


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 중 하나일 그녀가 지금 나를 쫓고 있다.


온 세상의 모든 카메라와 눈 너머에는 그녀의 칠흑같이 공허한 눈이 도사리고 있다.


한때 나를 분노한 그녀를 진정시킬 유일한 카드로 여겨 내게 최고 임원에게도 과분할 정도의 대우를 해 주겠다 하던 회사는


이제는 그녀와 함께 결탁한 채 전국에 감시망을 치고 첩보원들을 뿌려 내 소재를 찾고 있다.


믿었던 친형의 집에 숨었을 때 형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 걸 본 후 거기서 뛰쳐나오자마자 첩보원들이 집에 들이닥친 걸 보면 이미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그들에게 매수당한 후일 것이다.


이제 나는 겨우 구한 이 작은 마을 속 은신처에서 밖으로 더 이상 쏘다닐 수도 없다.


회사는 내게 병실에 있는 동안 회사 내 자금과 소속 히어로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그걸 신고하려 한 병원 의사를 죽이기까지 한 채 도망친 전 히어로 매니저라는 누명을 씌워


국가의 도움으로 전국에 내 수배령을 내려 나를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범죄자로 몰아세웠고, 모든 뉴스와 SNS에서 나에 대한 정보가 떠돌면서 수사망을 좁혀 오고 있다.


거짓말이다.


회사가 하는 그 모든 거짓말들을 처음 들었던 순간 나는 억울함과 분노, 죄책감에 사로잡혀 내가 쫓기는 신세인 것도 전부 다 잊고 미친듯이 꽥꽥 소리를 질러 대었다.


그 빌어먹을 놈들은 내 사랑하던 여자친구의 살해에 대한 죄를 죄다 내게 뒤집어씌웠다.


그 빌어먹을 년이 질투심에 사로잡힌 채 내 눈앞에서 나를 조롱하며 그녀의 목을 딱밤으로 날려버리던 건 전부 그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던 회사와 정부에 의해 모조리 은폐되었다.


덕분에 나는 그년이 내 사랑스런 여자친구를 내 눈앞에서 문자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 육편으로 만들어 버리던 걸 똑똑히 보았음에도


이제는 회사의 돈과 히어로들 개인정보를 빼돌릴려던 걸 신고하려 한 한 간호사를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누명만 쓴 채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간사함과 비굴함에 스스로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나는 여자친구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전부 잊은 지 오래였다.


여자친구의 죽음에 대한 울분은 그녀의 나에 대한 추격이 심해짐을 깨달을 때마다 점점 공포로 바뀌어 갔고


이제 내 머리 속에서 여자친구의 죽음에 대해 분노했던 기억은 거의 가물가물하게 잊혀진 상태이다.


머리 속에는 그저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서, 손아귀에서 벗어나 초조함에 질린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내일도 제발 그녀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절실하면서도 그저 간사하기만 한 바램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초능력자다.


그것도 단순히 대한민국 안에서 좀 강한 수준이 아닌, 외국 대통령들과의 군사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함께 주된 쟁점으로 거론될 정도로 막강한, 세계에서 손꼽을 수준의 힘을 지닌 초능력자.


대충 초인화 약물이 몸에 잘 맞아 능력이 생긴 같잖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 독재 시절부터 50년 동안이나 국가에서 비밀리에 주도해 온 초인 양성 프로젝트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그녀이다.


맘만 먹으면 최대 마하 10이라는 전투기도 압도하는 속도로 날아다니고, 거대한 탱크도 한 손으로 솜털처럼 들어올리는데다


눈에서는 수천 도에 달하는 고온의 레이저가 나와 강철로 된 두꺼운 벽도 단숨에 녹여 버린다.


총은 무슨 일반형 대전차 미사일로도 몸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어 전쟁에서나 쓰는 대 초인용 전차나 미사일 없이는 절대 제압할 수 없고


히어로 일하다가 성질이 났다며 승용차를 수백 미터 밖으로 집어던지고 맨손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강철로 된 거대한 트럭을 종잇장처럼 우그려뜨려 버리던 것도 수없이 보았다.


그런 그녀가... 정말로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해도 모자랄 그녀가... 지금 대한민국의 온 상공을 쏜살같이 누비며 나를 찾고 있다.


혹시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껍게 후드를 뒤집어쓴 채 외출했을 때, 가끔씩 소닉붐의 무시무시한 굉음을 일으키며 미사일마냥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그녀를 보게 될 때마다


나는 패닉에 빠진 채 제자리에 주저앉아 토할 것 같이 속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 공포심에 질려야 했다.


이제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 얼굴에 마스크를 눌러쓴 채 편의점에 갈 때도 나는 ptsd에 시달려 헉헉거리면서 기절해 버릴 것을 각오하고 다녀와야 했다.


하필이면 외모도 배우나 아이돌들조차 압살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는 소주, 향수, 화장품, 자신과 관련된 굿즈 등 광고도 더럽게 많이 찍었고


그 덕분에 나는 먹을 걸 살 때마다 음료수 캔에서 요망한 미소를 짓는 그 끔찍한 년의 얼굴을 다시 보고 


여자친구가 죽은 그날의 충격적인 광경을 다시 떠올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라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눈으로 엑스선 영역의 빛까지도 볼 수 있게 된 그녀는 내가 숨은 이 조그만 은신처 안까지 훤히 투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라도 나를 으깨 버릴 수 있다.


내 머리 위를 소름끼치는 굉음과 함께 날아다니던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 분함을 못 이겨 단숨에 내 위로 착륙이라도 하면


나는 거의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힘에 맞먹을 듯한 그녀의 힘에 눌러터져 바닥에 형체도 없이 새빨간 핏자국만을 남길 것이다.






처음에 그녀를 만나던 그 날만 해도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은 그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와 같은 고등학생 나이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그녀를 tv 너머로 바라보며 동경하면서 그녀의 열성적인 팬으로써 자랐고


덕분에 국가 최고의 히어로 소속사에 들어가 매니저 일을 탁월하게 해낸 후 회사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이유로 사장이 직접 그녀의 관리를 제안하자


나는 매니저 선배들에게서 들은 그녀에 대한 조금은 안 좋던 루머들은 모조리 무시한 채 그 자리에서 기쁨에 찬 채 그녀의 매니저가 되었다.


하지만 직접 그녀의 곁에서 바라본 그녀의 사적인 면에 대한 진실은... 내가 알던 당당함과 긍지, 정의로운 영웅심에 찬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저 외로움과 애정결핍에 완전히 지배되어 매일 밤마다 부들부들 떨면서 술만 들이키던 알콜중독자이자


그 외로움을 이겨 보겠다고 남들을 자신과 어울릴 가치도 없는 열등한 존재라고 깔보는 선민의식을 지니게 된 가엾은 이였다.


자신의 막강한 힘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서 오만하고 독선적인 독불장군 같은 존재였고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고 자란 것 때문인지 범죄자를 끔찍하게 살해하면서 절정하는 잔혹하고 변태 같은 취향마저 지니고 있었다.


우리나라 선원들을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제압하러 갔을 땐 그들의 머리를 자신의 음부에 비벼 강제로 애무하게 하더니 절정에 이르자 머리를 달걀처럼 으깨 죽여버리는가 하면


지하철에 불을 지르려 한 방화범을 잡으러 갔을 땐 경찰에 넘기지 않고 자신의 집에 데려오더니 벌레 밟듯 그를 맨발로 밟아 온몸을 터트려 죽이면서 성적 쾌감을 느껴 절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든 성질과 짜증들, 사고친 일들의 뒷수습, 애정결핍 때문에 생긴 발작하는 증상까지 모두 받아줘야 했던 게 바로 매니저였던 나였다.


선배들은 그녀의 상상도 못한 진실과 그녀가 숨겨 온 난폭하고 짜증에 찬 성격을 본 후에는 전부 그녀에게 질려서 일을 그만뒀지만


내게는... 그녀의 모든 진실을 안 후에도 그녀가 하던 모든 날선 행동들이 그저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다 정신에 문제가 생겨 버린 가엾은 모습으로만 보였기에


나는 그녀를 책임지고 도와서 그녀의 마음 속 응어리진 고통들을 전부 풀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녀가 나를 얼마나 갈구던지, 얼마나 놀리고 조롱하던지, 얼마나 사고를 쳐서 골치가 아파오게 하던지 나는 그저 묵묵하게 그녀의 모든 일들을 관리해 줄 뿐이었다.


그런 나의 정성 어린 노력에 그녀 또한 신경이 쓰이다 마음이 조금 풀어졌던 걸까.


매니저 일을 한 지 반 년 정도 지났을 때 그녀는 그녀의 휘황찬란한 타워 꼭대기의 집에서 내게 먼저 술을 권하더니


결국 술에 취한 채 히끅거리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자신의 슬픈 과거를 내게 토로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막강한 초능력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 명예에 집착하던 부모 손에 이끌려 강제로 실험체가 되어


유년기의 강력한 정신적 충격이 초능력을 더 증폭시킨다는 이유로 타인의 사랑이나 애정이라곤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하고 자랐다는 이야기.


팔뚝만한 바늘들을 머리에 꽂고 전기자극을 받고, 초능력을 부여한다는 징그러운 인공 뇌를 이식당하고, 시설 사람들과 한 패였던 정신계 초능력자에 의해 폭주하지 않도록 세뇌까지 당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실험들이 끝나 히어로가 된 후, 사람들이 자신에 비해 얼마나 나약하고 약해빠진 존재인지를 알게 된 이후


그 고통스런 기억 때문에 정신이 엉망이 된 건지 지금처럼 오만하고 잔혹한 성품을 지닌 괴물로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지금은 이렇게 막강한 초능력을 지닌 자신이 그저 혐오스러운 괴물 같을 뿐이며, 남들을 무시한 것도 자신은 남들과는 영원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아 스스로를 자기합리화 한 것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음울한 독백을 듣고 난 후


나는 술김에 기분이 달아오르고 말아서였는지, 그만 그녀를 와락 껴안은 채 그녀에게 공감하여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갑작스런 나의 반응에 그녀는 놀랐는지 흐끅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이내 그 슬픔을 드디어 속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생겨 기뻤던 듯이 나를 껴안아 그저 통곡하였다.


공사장 H빔도 찰흙처럼 쉽게 구부리던 그녀의 손이었지만 나를 안아 통곡하던 그 때에 그녀의 손은 내가 만나 본 그 어떤 여성의 손보다도 더 가녀리고 연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나는 당시에 가엾어 보이던 그녀에게 손을 내민 나를 두들겨 패서라도 그녀에게서 떨어트려 버리고 싶기만 할 뿐이다.


나를 향한 그녀의 모든 광기 어린 집착과 애정이 시작된 것은 전부 그날부터였기 때문이었다.

















후편 쓸라니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내일 써야될듯

더 보이즈라고 히어로물 미드 보고 삘받아서 썼는데 소재가 뻔해서인지 좀 많이 비슷해짐...

그냥 패러디처럼 봐주시면 감사한레훙


딴 소설들 스토리 구상하고 쓰던 중에 심심해서 써봄

쓴다고 한 소설은 스토리 좀 바꿔야되서 좀 나중에 나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