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의 내전 끝에 휴전이 되었음.

어찌저찌 전투에서 살아남게된 얀붕이는

"이제 군대라면 지긋지긋하다!" 면서 전역을 하게 됨.

그러나 길고 긴 전쟁으로 나라 경제 기반이 씹창이 나버려서

얀붕이가 자리 잡을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거임.

얀붕이도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쩌다 하루짜리 노가다 말고는 구할 수가 없는 것임.

결국 배가 고파 밤중에 선술집 짬통을 뒤지다가

술집 주인한테 걸려서 뺨따구까지 맞는 일까지 생김.

더 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는 얀붕이.

대충 나무판에 '구직'이라 써놓고 목에다가 걸어 놓은 다음

건물 외벽에 간신히 몸을 기대고 서있었음.


"어이! 일자리 필요해?"


'일자리'란 말에 고개를 번쩍 드는 얀붕이.

그 앞엔 자전거에 올라탄 경찰 여간부 얀순이가 있었음.

(대충 생김새를 묘사하자면

흰 피부에 똑단발

살짝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오똑한 콧대 살짝 통통한 붉그레한 입술임


아 그냥 대충 이쁘다고 ㅋㅋ)


"어떻게, 순경 시험이라도 한 번 볼래?"


"순경 말입니까?"

이 나라는 순경이라고 하면

아직 일본놈들이 있을때 순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

인식이 별로 좋지 못한 직업이였던거임.

게다가 꽤나 박봉였음.

하지만 지금 얀붕이 상황은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였지.


"예. 한 번 보겠습니다."

"따라와."


얀순이를 따라 경찰서로 간 얀붕이.

사무실에 도착한 얀순이는 책상 서랍에서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를 꺼냄.


"그럼 먼저... 네 이름. 한자로 써봐."

라면서 종이와 펜을 건네는 얀순이.

얀붕이는 이 정도는 껌이라고 생각하며 이름을 작성함.


"뭐, 글은 쓰고 읽을 줄 아는 것 같고.. 그 다음은..."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전쟁은?"

"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얀붕이.

"답이나 얘기해."

"임진왜란이잖습니까."

"기본 상식도 확인됐고.. 다음은..."

"음! 저 옆에 있는 모래 포대 보이지? 들고 앉았다가 일어나봐."


얀붕이가 아무리 굶주려서 힘이 없었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남자라면 거뜬한 일이였음.

포대를 들고 가뿐히 앉았다 일어나보이는 얀붕이.


"사지 멀쩡하고... 됐어! 내일부터 출근하는걸로 하지!"

"예? 이렇게 쉽게 채용해도 괜찮은겁니까?"

어안이 벙벙해진 얀붕이.


"지금 경찰은 인력 부족 상태라서 말이야. 일단 하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모두 채용 중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쉬잇! 토 달지 말고..."

"허 참... 아무튼 전 내일부터 뭘 하면 되는겁니까?"

"흐음..."


철커덕-


갑자기 사무실의 문을 잠그는 얀순이.

"왜, 왜 잠구시는겁니까."

"내일부터 얀붕이 너는... 내 보좌 임무를 수행할거야."

"보좌요?"

"응! 업무 시 서류 작성이나, 물건을 옮기거나, 차를 타온다거나, 이동 시 차량을 운전한다거나... 아, 면허는 있지? 그리고... 퇴근 후 같이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동침을 한다거나..."

"잠, 잠시만요? 뒤에 얘기는 대체 뭡니까?"

"응? 뭐가?"

"동침이라뇨! 아무리 보좌 임무라해도 그건..."

"왜? 이렇게 이쁘장한 여자랑 잠자리하는게 싫어?"

"그래도...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습니까?"

"싫어? 그럼 지리산으로 보내줄까?"


'지리산이라니!


전쟁은 끝났지만 그 곳엔 아직 끝까지 무장 투쟁을 하겠다며

산 속에 박혀있는 빨치산들이 있는 곳이 아닌가?

듣기로는 그 곳 지서의 경찰들은 매일마다 반복되는 교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던데...'


"흐음... 네가 이렇게 어렵게 구하게 된 순경 자리를 그냥 박차고 나갈 것 같지는 않고... 결국 두 가지 방법 밖에 없겠네?"

"내 '보좌' 업무를 보거나, 아니면 지리산에 가든가. 후훗."

얀순이는 얀붕이를 놀리듯 눈을 가늘게 뜨며 낄낄댐.

"크윽..."




"자... 얀붕아... 선택은 네 자유야..."

"내 곁에 있던가... 아님 가서 뒈지던가."




얀붕이들은 만약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냐...

참고로 시험보는 부분은 울 할배 실화 참고해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