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네, 나가요~"


자취를 시작한지 3달쯤, 어느정도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갑자기 냉장고가 망가져 어제 밤에 주문한 상태였다.


"근데 되게 빨리왔...엇"


문을 열자마자 작업복이 내 머리를 향해 달려들듯 튀어나와 있었다.


정확히 눈높이를 겨냥한듯한 움직임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선 뒤에야 그게 문 앞에 있던 기사의 가슴이었다는걸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설치해드릴건데 잠시 현관문 좀 잡아주시곘어요?"


미처 열다 만 문은 기사가 받아 열었다.


하지만 문이 열렸음에도 얼굴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현간과 바깥의 경계선에 걸친 어깨만 드러났다.


목 뒤로 언뜻 보이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머리칼과 우람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흉부, 실로 엄청난 거구에 걸맞잖게 곱다못해 청아한 목소리로 여성인 것만 알 수 있었다.


"ㅇ...아.. 네! 잠시만요!"


적당히 신발을 구겨신고 나간 뒤에야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고개를 바짝 올린 뒤의 이야기였지만


"고마워요~ 잠시만 잡아주세요!"


희다못해 투명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피부색에 선명한 이목구비를 가득 담은 미인, 도무지 작업복 위로도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거구한테 어울리는 외모라 말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 이질적인 조화보다 나를 놀라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응? 근데 다른 기사분은 안계신가요?"


"아, 저희는 원래 혼자서 다녀요"


"네? 저걸 어떻게 혼..ㅈ..."


엘리베이터 옆에 놓여진 내 몸집만한 냉장고는 최소 100kg은 넘을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냉장고를 끌어안더니 그대로 번쩍, 끄응 하는 신음 조차 없이 들고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실로 어이없는 괴력이었다. 아무리 전문가라지만 빈 박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쪽에 두면 될까요~?"


"아, 잠깐만요!"


멍하니 그 모습만 바라보느라 뒤늦게 따라 들어갔지만 그녀는 힘에 겨워 나오는 짜증조차 없이 박스를 끌어안은 그대로였다.


"여기다 두시면...돼요"


"네~ 알겠습니다. 안 도와 주셔도 돼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냉장고를 잡으며 같이 들려는 시늉을 했지만 그녀는 한손을 내저으며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한 팔로만 들어안는 순간엔 그녀가 입은 작업복이 들썩이며 팔근육으로 인한 굴곡이 조금 크게 두드러졌지만 여전히 무리를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서 운반에 설치까지 전부 마쳤다.


"네, 이제 마무리 됐습니다~ 바로 사용하셔도 될거에요"


"하하, 감사합니다. 근데 대단하시네요 이걸 혼자서"


"뭘요~ 서비스까지 받으며 일하는데 이정도야"


그녀는 방긋 웃으며 입고 있던 작업복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단순히 더워서라거나, 땀이차서라기엔 그녀의 피부는 너무나 뽀송했고 작업복 안엔 티셔츠 한장 없는 맨살 그대로였다.


"어....어? 자...잠깐만요 지금 뭐하븝...읍...."


"약관 잘 읽으셨죠? 그럼 고마워요♥"


당황해 멈춰있는 사이 바지까지 내다 벗은 그녀는 날 그대로 끌어안은 채 침대에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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