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띠리릭-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들어온다.


"...왔어..?"


"응 왔어."


남편은 가볍게 인사하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지나간 자리에는 희미한... 아니 대놓고 여자를 만나고 왔다고 과시하는듯한 향수냄새가 났다.


남편이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다. 


나는 최대한으로 낼수있는 억지웃음을 얼굴에 담으며 "밥은 먹고 왔어?" 같은 말을 내뱉는다. 사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를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당연히 먹고왔지 우리집앞에 있는 레스토랑 거기 괜찮더라."


우리집에서 3분거리인 식당. 그리고 그 식당에서 5분거리에는 모텔이 있다.


남편과 불륜녀는 나와 고작 8분거리인 모텔에서 방금까지 구르다 온 것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핑 돌면서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더욱 힘든것은 내가 그를 추궁하고 여기서 눈물을 보일수 없다는것이다.


"여보 나 내일 약속있으니까 내일은 먼저 자고있어?"


분명 불륜녀랑 약속한 거겠지.


내가 자는사이에 그년하고 영화를보며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모텔에 들어가겠지.


심장에 칼이 꽂힌듯, 내 망상이길 바라는 생각이 한없이 현실에 가깝다고 느껴짐에 미쳐버릴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소리없는 아우성.


나는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업보'


나는 조용히 그 말을 곱씹는다.



"오늘은 뭐하고 있었어?"


어느샌가 내게 다가온 남편이 내 배를 살짝 감으며 물었다.


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모두 걷히며 천천히 행복감이 몰려온다.


"으음.. 오늘은 저녁하고 빨래하고 또... 자기 생각하고 있었어...!"


그는 웃으며 내 어깨에 턱을 받히고 몸을 살짝 밀착하며 내 배을 감은 팔을 어깨로 옮겼다.


"힘들었겠네~ 일도 좋지만 좀 쉬엄쉬엄해~"


남편은 어깨를 조금 주물러준다음에 방으로 들어갔다.


행복감이 점점 가라앉는다.


나는 남편의 저 행동이 진심이 아닌것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이 달콤한 독을 포기할 수 없다.


만약 남편이 내일 우리집에 그년을 데려와서 내가 보는앞에서 떡을 치고 키스하는 장면을 보여줘도, 나는 그에게 한마디 항의조차 할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일이 전부 끝난다음 나를 한번만 안아준다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웃으며 행복해할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용서 받을 수만 있다면, 죽는다고 하더라도 이 달콤한 독조차 기꺼이 마실 수 있다.




-

그녀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만약 섹스리스가 있었다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하지 않은 남편에게도 죄를 물을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섹스리스 따위가 아니였다.


그녀는 단순한 배덕감으로 불륜을 즐겼다.


불륜을 저지르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 시켰다.


하지만 남편도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녀의 여러 수상한 행동은 어느순간부터 그의 괴리감을 자극시켰다.


남편은 흥신소에 의뢰을 했고, 불륜이 확실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는 처음 이 사실을 알고 발끈하며 아내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돌아볼줄 아는 남자였다.


자신이 그동안 해주지 못한것이 뭐가 있는지, 또는 잠자리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줬는지 등등


사소한 것조차 따져가며 그의 죄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물론 못해줬다면 못해줬던것이 많았지만, 가사부터 집안의 작은일 하나하나 혼자 처리했던 그에게 최소한 그녀의 편의를 보장하지 못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자신이 남자로서의 매력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자학하며 자신을 일부러 혹사 시키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내는 그것에 관해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어떤 고민을 하며 힘들어 하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며, 그의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에 태클을 걸며 남편을 괴롭혔다.


결국 남편은 그녀와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쿨하게 갈길가자는 태도를 취하며 이혼을 성사 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거기서 멈췄다.


배덕감에 일시적인 성욕을 충족시키고자 한 행동은 끝내 허무주의에 이르고, 자신의 남편에 미안해 하며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녀는 다시 그를 찾아가 빌면 그가 용서해줄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냉정했다.


그녀가 오면 문을 닫아버리고 경찰을 불렀다.


계속 그녀가 찾아오자, 법원에 접근금지까지 신청해 그녀가 그를 만나는것 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실망감과 절망감 그리고 죄책감에 회사도 그만두고 자신의 방에 박혀 끝임없이 자해와 자살기도를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연명했다.


어느날이었다.


자신이 보낸 사죄와 집착에 가까워진 카톡메시지 아래 남편에게 한마디의 답장이 온 것이다.


[집앞에 카페로 나와]


그녀는 그 한마디에 빠르게 준비를 하고는 카페로 나와 남편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본 남편은 카페의 누구보다 잘생기고 멋있었다.


자신이 이런남편을 두고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미칠듯한 아쉬운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커피를 두 잔 시키고는 손에 낀 반지를 빼서 그녀에게 내려놨다.


"이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서. 정리해야지..."


이제 끝이다라는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반지를 내미는 남편을 보자, 그녀는 겁이 났다.


재결합을 이유로 부른 것이라는 그녀의 추측이 완전히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결혼생활의 흔적을 이만 뒤로하고 새출발을 하겠다는 것이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과 잘 해보겠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조차 잊고 자존심을 버린채로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남편에게 빌듯이 부탁했다.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자신을 노예처럼 부리든, 때리든, 욕을 하든 상관없으니까 한번만 다시 받아달라고.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몇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너도 내가 나가서 딴 여자랑 뭘 하든지 상관하지마, 내 사생활에 간섭도 하지말고 나랑 같이 자는것도 안돼."


그리고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평생."


그녀는 그가 자신을 받아줬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나머지 그가 준 조건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아는 그는 나가서 누군가와 바람을 피는 성격은 못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는 여자가 잘 꼬였다.


자신의 문제가 남성으로서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던 그는 자신을 가꾸기로 마음먹었고, 원래도 매력적이었지만 더욱 멋있어진 그를 여자들은 가만 두지 않았다.


처음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돌아온 날, 그의 몸에 낯선 여자의 향이 듬뿍 배서 온 그날, 그녀는 자신이 잘 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통제할 수 있는 강제력이 없을뿐더라 그런말을 할 자격이 되지 못했기에 마음속에 묻고 묻기를 반복했다.


또한 그의 달라진 태도도 그녀에게 그의 '사랑'이 아닌 '관심'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그는 그녀와 동침은 커녕 가벼운 스킨쉽조차 해주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터 그녀는 사랑을 바라는것을 멈추었다. 절대로 자신에게 돌아올 일이 없을테니까.


-

"여보 다녀올게."


그가 또 집을 나선다.


분명 다른년을 만나러 가는 것이 뻔하다.


"오늘도 수고하고."


그는 내 볼을 한번 쓰다듬어 줬다.


키스? 말도 안된다.


마음속이 행복감에 가득찬다.


그가 집을 나선다.


-띠리릭


나는 빨래통으로 향한다.


그가 벗어준 옷가지나 속옷등을 꺼내 꼭 끌어안고 내방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옷가지에 얼굴을 처박고는 냄새를 맡는다.


이 추한 마음은 집착이라고 부르는 감정에 한없이 가깝다.


나는 또다시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멍청한 짓을 반복한다.


이미 수도 없이 반복했을 테지만


그의 사랑을 다시 얻기위해 또다시 망상속에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아마 영원히.





난 글쓰는 재주는 없는거 같네. 뭔가 연계가 잘 안되는거 같아 다시 읽어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