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전쟁이 한창이던 어느날, 진수부에도 크나큰 변화가 찾아왔다. 내용은 요전에 있던 지휘관이 다른곳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새지휘관이 온다는것. 이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모두 울고불며 떠나가는 지휘관을 붙잡아두려고 했다.


"지휘관..흐..흑..가지마.." 


"언니가 없으면 라피는 정말 슬플거같아.." 


함딸들은 함께 전장을 누비던 지휘관이 떠난다는게 믿기지가 않았기에, 더 열심히 지휘관을 붙잡았다.


"얘들아..어쩔수없어..위에서 언니를 불러가지고..

새 지휘관이와도 말잘들어야해. 알았지?"


그게 소녀들이본 지휘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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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처음으로 진수부로 발령받아왔다. 나는 본래 전선에서 싸우던 장교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위쪽에서는 나를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으로 전환 시켰다. 


요전 지휘관이 인수인계를 다 마치고나서 떠나자 나는 떠난 그녀의 몫까지 채울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연료와 물자 재고를 항상 확인하고, 지휘냥들도 항상 시간이 날때마다 돌봐주었고, 또 요전 지휘관이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대하여달라해서 최대한 그녀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차가운 반응뿐. 


"왜 그렇게 헤실대는건가요? 기분나빠!"


"제발 나가죽어줬으면 좋겠는데?" 


"제발 인사하지 말아주십시오. 상대조차하기도 싫습니다."


자벨린과 장바르와 벨파스트의 이런 대답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날은 일때문에 라피를 자주 호출하니까 어느새 나를 어린애에게 성욕을 품는 쓰레기로 소문을 냈고, 가끔보면 내 물건들이 바다에 둥둥떠다니며 옆에는 '죽어'라고 써져있는 부표가 둥둥떠져있었다. 


이런상황이 지속되니 당연히 실적은 안좋을터. 실적이 안좋으면 실적이 안좋다고 상부에서도 가루가되도록 까인다. 


"야이 새끼야. 넌 애새끼가 이것밖에 못하냐?"


"그렇지만 아이들이 제말을 안따라주기에.."


상관은 내 뺨을 서류더미로 후리며 말했다.

"핑계대지마. 니가 병신이니까 애들이 안따라와주지. 도대체 위에서는 무슨생각으로 땅개새끼를 위로 올려둔건지 원."


그리곤 뒤에서 이런 내모습을 통쾌하다고 여기는 시선도 보인다. 감찰하러온 상관이 떠나고 함선소녀들도 임무에 나갔으니 지금 지휘부에 있는건 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나니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조금씩, 구멍뚫린 물풍선처럼 조금씩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하..흐..흑..씨발..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절망적이다. 이곳에서 뭘 도대체 어떻게하라는건지 전혀 감이오지않는다. 할수만있다면 돌아가고싶다. 형제와도 같은 동료들과 같이 싸우던때로. 라일리, 프랭크, 램버트. 하나하나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 친구들이 웃는모습도, 같이 싸우던 모습도. 그리고 내 눈앞에서 죽는 모습도. 


아이들이 오기전까지 진정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뭐라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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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지휘관이 떠나자 소녀들은 새로오는 지휘관에게 큰 반감과 이질감을 느꼈다. 갓 사람의 마음을 배우고 사령관에게 정을 붙인 소녀들에게 이별이란 처음겪어보는 가슴아픈 감정이었기에, 거부반응은 더 심해졌다. 


새로온 지휘관에게 일부러 못살게 구는건 어찌보면 그녀들에겐 당연했다. 자기들의 지휘관이 없어진것을 새 지휘관탓을 하고있었으니까. 거의 대부분의 함선들이 새로온 지휘관을 극심하게 혐오하고있었다. 물론 엔터프라이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또한 새로온 그에게 루키헤이징을 심하게한 사람들중 하나였다. 일부러 작전을 보이콧한다던지, 아니면 지휘관이 말걸때마다 명치에 세게 주먹을 갈긴다던지. 


그날은 특별히 임무가 없어서 자료를 분석하다가 자료실에서 존 그녀였지만 어딘가에 정말 그녀의 잠을 깨울법한 소리가 났기에, 혹시몰라 활에 함재기를 달고 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소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는 남자의 목소리라는것을 알수있었고, 그것은 바로 새로온 지휘관이 바닥에 널부러진 서류를 허우적대며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있었다. 


"라일리..니 팔 여기있어..제발 죽지마..우리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여행가기로했잖아..응?..제발 죽지마..죽지마 시발..죽지말라고!!" 


엔터프라이즈는 이번 기회가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서 쫓아낼수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중한 동료로 추정되는 사람을 살리려는 모습이 마치 죽은 자기의 언니의 흔적을 애타게 찾는 자신의 모습과에서 동질감을 느낀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지휘관..괜찮다.."

엔터프라이즈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지휘관을 달랬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아니야..잘못했어..제발 때리지마...흐..흑..앞으로 지휘실에서 안울게..제발 때리지마.."


지휘관의 공포에 질린 모습을보자 엔터프라이즈는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적 이외의 사람이 자신에게 공포를 느낀다는 자괴감과, 드디어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깨달아버렸기에 엔터프라이즈는 지휘관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지휘관이 평소에 상냥하게 대하여준걸 알면서도 자기는 모질게 대했으니까. 


"지휘관. 미안해..앞으로 다시는 때리는일 없을거야..정말 미안해.." 

그녀는 그의 귀에 나지막히 속삭여줬다.

***************************************************** 지휘실에서 과거의 기억속에 허우적되던 도중에 엔터프라이즈랑 마주친거까진 기억이난다. 그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나지않는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엔터프라이즈는 계속해서 내 지휘실을 찾아왔다. 


"지휘관, 혹시 배고플거같아서 하나 챙겨왔다. 먹어라."

나는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너무 당황했다. 혹시 그녀도 구축함들처럼 먹을거에 설사약을 숨겨놓는다하는 그런 장난을 치는줄 알았지만, 엔터가 때리면 때렸지 그런 장난을 치는 함선소녀는 아니었다. 그녀가 내 지휘실을 떠나지않고 계속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샌드위치..안먹을건가..?"

엔터의 눈이 갑자기 죽더니 왠지 안먹으면 안될거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조금 한입베어물었다. 


"맛있어. 고마워.."

나의 대답을 듣자 그녀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출격하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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