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대륙의 유명한 역사학자 물제인은 본인의 학술 논문 발표장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스트라 대륙에서 넘어야 할 존재는 단 둘 뿐이었다. 아이리나, 그리고 코요레이베."


최근에 아스트라 대륙으로 이주한 주민들에겐 다소 생경한 소리일 수 있으나,


논문 발표장에 있던 역사학자들은 즉시 약 7분 간의 기립박수를 쏟아 냈다고 한다.


저 한 문장이, 당대 아스트라 대륙의 오로롱들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리나는 요즘에야 베델과 함께 움브라톤의 말랑쭈쭈계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로 더 유명하지만,


그녀와 관련된 옛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리나 넘음?'


현대에도 마찬가지지만, 대륙에 주민들이 정착하던 초기에 아이리나는


도저히 5성급 오로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강한 오로롱과 함께 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겐 항상 기쁜 소식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숲의 루미나틱스를 사용하는 모든 오로롱들이 아이리나와 비교를 당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버스터 직렬의 오로롱들은 아이리나와 직접적인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표면상 5성급이긴 했지만 실제 실력은 6성급 오로롱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실력자인 아이리나를


실력으로 넘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숲의 루미나틱스를 다루는 오로롱들은 6성급임에도 불구, 5성급인 아이리나와 비교당하며


가치를 평가절하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말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한때 아이리나는 숲의 루미나틱스를 다루는 오로롱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



결국 아이리나와 관련된 일화는 속담으로 전해져 '그래서 아이리나 넘음?'이란 말로 전해지게 되었고,


속담 '나로세르 쭈쭈 열기'와 비슷한 뜻인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최근 출시된 나로세르의 수영복 화보를 보고 고참 주민들이 눈물을 흘린 것 또한


불가능한줄로만 알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남에 대한 감격 때문이었다고 할 정도이니,


아이리나를 넘는다는 것이 아스트라 대륙의 오로롱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물제인이 말한 '넘어야 할' 또 다른 존재, 코요레이베는 사실 개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코놀리, 요나, 레이스, 이브, 베릴.


이상 당대를 휘저은 다섯 호걸을 묶어 코요레이베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된 것이 코요레이베라는 고유명사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코요레이베와 관련된 문헌은 아스트라 대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기록 보관소 '아카라이브'에서 찾을 수 있다.


당대 주민들이 사용하던 상형문자, '아카콘'이란 문자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코요레이베의 기원은 주민들이 이제 막 언어를 익히기 시작했을 무렵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당대 기록으로는 코요레이까지의 기록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 문헌은 코요레이베 시대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초의 코요레이베는 사실 '코요레' 뿐이었다고 한다.


코요레이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코요레의 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당시 아스트라 대륙은 지금보다도 직업의 귀천이 뚜렷한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마치 선비와 농민, 장인과 상인을 사농공상이라 엮으며 그 귀천을 논했듯


아스트라 대륙에선 체버서스라 하여 체인저, 버스터, 서포터, 스나이퍼를 귀한 직업에서 천한 직업 순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대륙 최초의 공식 비처녀 닭장인 '마망' 조슈아를 비롯하여 유력한 스나이퍼 오로롱이 대거 합류했기도 하고,


아스트라 대륙의 기후가 스나이퍼를 필요로 하게끔 변하면서 스나이퍼들이 천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풍조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스나이퍼에 대한 대우가 매우 좋지 않아 당대 최고의 스나이퍼라 불리던 미자드 또한


직업의 제 2계급인 버스터, 일루미나 제3군단장 히이로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직업적인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코놀리와 요나, 레이스는 당시 주민들의 시대정신과 거리가 먼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륙 전반적으로 공개적인 멸시를 당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조악한 성능으로 인해 새로이 합류한 이브, 베릴이 같은 대우를 받게 되자


이 다섯명을 한 번에 일컫는 명칭인 '코요레이베'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코요레이베는 아스트라 대륙의 모든 오로롱들에게 넘어야만 하는 존재이자,


이들을 넘어야만 오로롱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취급을 받던 존재였다.





2편에 계속...



참고문헌

[백야사설] 움브라톤의 새 바람, 말랑쭈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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