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정말 춥네.... 오늘은 안 춥다는 장인어른 말 믿지 말걸...."


제국 북부에서도 변방인 호엔부르크 지방


이곳이 방계 황족인 나의 유배지이다.


십수년 전, 새로 즉위한 황제는 편집증적으로 반역을 두려워했고, 때문에 제위 계승권을 가진 황족들을 대거 숙청하였다. 다행히 나는 그때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죽음은 피하였으나, 이 춥고 척박한 변경으로 유배를 당하였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 만족하고 지내는 중이다. 왜냐하면....


"여보! 어서와!"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내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골 하급기사 집안 출신인 내 아내는, 유배인이라고 모두가 기피하던 나에게 유일하게 다가와준 여인이었다. 나는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성년이 가까워졌을 때 속도위반을 해 결혼하게 되었다.


"압빠아~ 왜 느저써!"

"미안, 우리 아들. 심심했어?"

지금은 이렇게 귀여운 아들도 있고 말이다.


"껄껄껄! 완전 동태가 되서 돌아왔구먼 사위!"

"당신 또 사위에게 거짓말 했어요? 저 비리비리한 애가 얼어죽으면 어쩌려고!"

"엌ㅋㅋㅋ 매형 또 속았구나ㅋㅋㅋ"

츤데레인 처갓집 식구들도 있고 말이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한 사이였지만(속도위반 들켰을 때는 맞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완전 친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비록 고향인 제도에서 쫒겨나 척박한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정도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이 행복이 계속 이어졌으면....


다그닥 다그닥!


어? 갑자기 웬 기병대가 우리 집으로 접근한다. 설마 황제가 나도 죽이려고 사형집행인을 보낸 건가? 


"폐하! 나와주십시오!"

폐하??? 무슨 소리지?


"전 황제는 폭정을 저지르던 끝에 폐위되었고, 살아남은 황족 중 제1계승권자이신 당신께서 이제 새 황제이옵니다. 부디 나오십시오!"


---------------------------------------------------

얼떨결에 황제가 되고 말았다. 내 원수인 전 황제, 아니 이제는 폐주지. 그는 도를 넘은 폭정을 저지르다 반정으로 폐위되었고 살아남은 황족 중 제1계승권자로 판정된 내가 새 황제가 되었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 황제가 된 나는 힘이 없었다.


"폐하. 경제 문제는 소신들에게 맡기소서."

"폐하. 이 문제는 이렇게 처리해야 하옵니다."

"폐하! 그런 취미는 야만족의 영향을 받은 북방의 천박한 습속이옵니다. 자중하소서!"

"폐하. 예법을 더욱 공부하셔야 하옵니다."

당연히 반정의 주역들이 실권을 차지했고, 나는 도장 찍는 기계가 되었다. 뭐 어린 나이에 유배당해 아는 것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나는 행동거지까지 교정당하며 다시 예법이나 익히게 되었다.


아.... 가족들이 보고 싶다.... 혹시 함정일까봐 호엔부르크에 놔두고 왔는데....

이제 불러올까?


"크흠.... 이제 내 아내와 아들도 제도로 불러올까 하오. 나라도 안정되었으니 괜찮겠지."

그러자 권신들을 필두로 한 대부분의 신하들이 얼굴을 굳힌 채 외치었다.


"아니되옵니다! 관례상 황족은 하급귀족과 결혼할 수 없사옵니다. 따라서 그 혼인은 무효이옵니다! 그 북변의 하급기사 집안은 잊어버리시고 귀한 가문의 여식을 황후로 맞아들이소서!"


이 놈들이? 건들여선 안될 것을 건들여?!


"어딜 감히 무엄하고 흉참한 소리를 지껄이는가!"

인생 처음으로 분노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모습에 나를 유약한 허수아비로만 취급하던 권신들도 당황하였다.


"그녀와 나는 북부 중심지로 가서 그곳 교회의 승인까지 받아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였다! 그대들은 교회의 권위도 무시하는가!"

"폐하! 그런 뜻이 아니오라!"


"이미 그녀와 내 아들은 황후와 황태자나 다름없다! 그대들의 발언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가!"

"폐하! 아니옵니..."


"아니긴 뭐가 아닌가! 이건 내 정통성을 무시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나도 몰아내고 새 황제 들이지 그러나! 기꺼이 양위하리다!"

그렇게 소리지르며 내 머리에 있던 왕관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신하들은 당황하였다. 그러자 가장자리에서 눈치를 보던 한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외치었다.

"아니되옵니다! 말씀을 거두어 주소서! 참람된 말을 한 저희를 부디 용서해 주소서!"


그러자 그 신하 주변에 있던 몇몇 신하들은 즉시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였고, 권신들도 눈치를 보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을 거두어 달라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하아.... 죽을 각오하고 질러 봤는데 어찌어찌 먹힌 모양이다.... 아무래도 저 신하는 권신들하고는 다른 파벌인 모양이다. 아까 전에 반대할 때도 저 신하와 그 주변은 침묵했고. 앞으로 잘 활용해야겠다.


"그러면 양위의 뜻은 거두겠다. 그리고 황후와 황태자에 대한 것도 반대는 없는 것으로 알겠다."

"옙."

권신들은 내심 불만이 가득해 보였지만, 기세를 잃고 반대를 그만두었다.


"그러면 황후와 황태자를 제도로 데려와라. 인솔 책임자는 자네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아까 전에 머리를 가장 먼저 숙인 신하를 책임자로 지목하였다. 저자라면 음모를 꾸미지는 않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나와, 내 가족들의 지위를 두고 권신들은 수작질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가족들은 어떻게든 지킬 것이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나는 황위에 오르고 나서 처음으로 굳세게 의지를 다졌다.


----------------------------------------------------------------------


이런 식으로 얼떨결에 황위에 오른 방계 황족이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성장 정치물이 보고 싶다

이런 소설 있으면 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