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나는 고아다. 내가 기억하기 전부터 나는 부모님이 없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너무나 당연했다.

 

근데 너에게는 그게 당연하지 않았나 보다.

 

저딴 놈들 신경 쓰지 말고 나랑 놀자며 당차게 말하는 너를 보고 난 반해버렸다.

 

나는 알았다. 내가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님을

 

그러하기에 주저하였다. 너무나 대단한 너라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고백받는 너를 보고 내가 아닌 누군가와 있는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너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너는 빨리도 고백한다며 방긋 웃으며 받아주었다.

 

너와의 연애는 행복했다.

 

데이트 도중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둘만 있을 때는 나한테 집중에 달라며 투덜거리던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술자리에 간다고 하면 여자가 있는지 물어보던 네가, 있다고 하면 조심스레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어보던 네가, 꼭 가야 한다고 말하면 내 옷소매를 잡고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네가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괜히 일부러 없던 약속도 만들어 나가곤 그랬다. 차라리 그 시간을 너와 보내면 좋았을 텐데

 

결혼하자는 나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던 너에게 나는 미안했다. 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고아 새끼가 어딜 감히 내 딸과 결혼하겠다는 거냐며 역정을 내시던 장인어른을 가로막고 자기가 좋아하면 된 거라며 내 손목을 잡곤 집에 가자며 화를 내는 너를 보고 나는 네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혼여행 날 야경을 보며 두 손을 모으곤 별에 기도하며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하던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임신이 어렵다는 의사에 말에 울상 짓던 네가 그럼 더 많이 하면 되지 않냐는 나의 농담에 배시시 웃는 게 너무 좋았다.

 

많이 해야 한다며 정력에 좋은 음식을 챙겨주곤 안방에 들어가던 네가 너무 귀여웠다.

 

다음날 다리를 휘청이던 나를 보곤 크게 웃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임신했다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을 때 나 또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아이의 태명은 무조건 별이라고 하겠다며 떼쓰던 네가 너무 좋았다.

 

얀순아, 나는 네가 달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달이 되어 별이를 보듬어주면 좋겠다. 해인 나는 별이를 사랑할 수 없으니

 

임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붓고 점점 살이 빠지는 너를 보고 걱정했었다. 

 

그때 입덧이니 호들갑 떨지 말고 출근이나 하라는 너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불행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형태로 다가왔다. 우리가 이미 알아챘을 때는 돌이킬 수가 없을 정도로

 

암에 걸려 침상에 누워있을 때도 너는 정말 예뻤다. 사실 너와 함께한 그 어느 날도 네가 예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네가 수술을 거절한 그 날, 나는 너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었다. 아이 같은 게 뭐가 중요하다고.

 

너는 결국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방긋 웃었다. 

 

모든 게 미웠다. 너를 데려간 운명도, 아이만을 지키고자 한 너도, 너무나 무력했던 나도, 아무 죄가 없는 별이도

 

얀순아 나는 모르고 싶다. 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날 너의 눈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너를 선택했을까. 

 

내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너는 종종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에게 아이 따위는 필요 없었다. 내 세상은 너로만 가득해서 아무것도 필요 없었는데,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아무 상관 없었는데

 

얀순아,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잘 하는 것인지. 네가 비어있는 자리만으로 나는 슬픔에 괴로워, 별이를 사랑해달라는 너의 말을 지키기가 너무 어렵다.

 

얀순아, 나는 이제 너를 떠나보내려 한다. 이미 떠나간 너를 보내지 아니한 나는 이제 더는 너를 붙잡지 않으려 한다. 

 

얀순아, 나는 노력하겠다. 너와 약속한 대로 별이를 사랑해보겠다. 네가 주었을 사랑은 너무나 커 감히 내가 할 수 있을지 겁이 나지만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빠 울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누나 예쁘다.

 

그렇지? 아빠 친구야.

 

그런데 왜 맨날 사진만 보러와? 나도 아빠 친구 보고 싶은데

 

그건 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알려줄게. 춥다, 빨리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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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얀데레의 기준이 딱히 정해지진 않았으나 일반적인 달달물을 쓰기에는 그건 얀데레가 아니고 메가데레라는 생각이 들어 폐기했습니다. 얀데레인만큼 병적인 사랑이 나와야하는데 이게 폭주하면 바로 하드가 되어버리더군요. 병적인 집착을 어디쯤 초점을 맞출지 고민하다가 얀붕이에 대한 사랑 + 가족에 대한 소망에 맞춰서 쓰게 된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