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의 날개인 L사, 그니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몰락했다.

나는 몰락한 날개의 직원이라는 꼬리표를 단체로 이 도시에 저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부에서 받은 에고 중 하나를 간신히 들고왔다.

눈속임, 고작 HE 등급 에고임에도 나와 적합률이 높았는지 강한 성능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제 뭐 먹고 사냐..."


처음으로 간 곳은 6급 해결사의 사무소였다.


"안돼."


"왜요? 전 진짜 잘할 자신이..."


"이미 회사하나 말아먹은 얘한테 일을 맞길꺼 같에?"

"썩 꺼져."


다른 사무소도 마찬가지 였다.

비록 해결사 자격증이 있어도, 실적도 없이 꼬리표만 단 나를 반길 곳은 없었디.


하늘을 잠깐 바라보면서, 그렇게 월세방에 궁상떨다가 조용히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시내에 나갔다.

물론, 에고는 숨긴체로. 별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음식이 다 떨어져서 였다.


'감자랑... 아, 파 다 떨어졌었지.'

'사과 싱싱하네... 사갈까?'


"저 이렇게 주세요."


"2천 5백 안."


"여기..."


띡- 결제 후 남은 잔액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L사 붕괴 당시 받은 퇴직금도 거의 다 쓰고... 해결사는 포기해야 하나..'


쿵-


그때, 앞에서 큰 진동이 느껴진다.

이 진동... 어디선가 느껴본...


"괴물.. 괴물이다!"


"세세상의종말이다가온다달력에적힌나날이"


"저.. 저게 왜 여기에..."


종말 달력, 우리 지부에서 관리 중이던 HE급 환상체.

직원 한 두명으로 잡을수는 있지만, 느린 대처시 피해가 컸던...


화르륵, 눈 앞에 사람이 불의 천천히 구워졌다.


'하필이면 에고를 두고 온 지금 환상체가...'


나는 급한대로 주위에 있는 파이프를 들고 뛰쳐나갔다.


제압 대상은... 토우 3개체와 달력.


"뭐, 한두번도 아니니까."


토우의 손날이 내 어깨를 가볍게 스치고, 난 뒤로 빠진 뒤 내리 찍었다.

등 뒤에 나오는 공격을 막은 뒤, 발차기로 밀치기. 그 후 다른 개체와 동시 처리.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 하듯, 익숙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정도로 강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말이죠."


내가 상대 했을때 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진 환상체, 솔직히 3등급 직원이었던 내가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붉은 빛의 머리를 한번 넘기고, 나는 기묘한 빛을 내뿜는 달력을 향해 달려간다.


...


"으음... 여기가..."


"환자 일어났습니다, 괜찮으세요?"


"네? 여기는... 어디..."


"병원 입니다. 환자분은 환상체와 전투 도중 기절하셔서 이송됬고요."


"네? 전 병원비가..."


목숨을 겨우 구한 상황에서, 내 머리를 스친 건 다름 아는 돈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도시의 병원이라니. 지금 내 재산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


"아, 뱡원비를 내주시겠다거 하신 분이 계세요."

"혹시, "그레고르"라고 들어보셨어요?"


그레고르, G사의 영웅.

아마 도시에서 왠만하면 거의 알만한 인물이었다.


" 네... 근데 그분이 왜.."


"그분이 병원비 대주셨으니까, 걱정 마시라고요."


"네?"


궁금한 점은 산더미지만, 일단은 집에 가서 더 쉬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떠났다.


그 후는, 별거 없었다. 그저 평범한 나날의 반복이었다


"유리씨? 이 재고 옮겨줘."


"네!"


이제는 해결사의 꿈을 접고, 그저 간단한 알자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아직 완전히 접지는 못해서 운동을 계속 하고는 있다.


"그.. 손님?"


"나는.. 꽃향기를..."


"그 손님, 주문.. 해주시겠어요?"


"세상이 알지 못하는 거야,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래.. 네가.. 내가 알려야해..."


"점장님, 이 손님 뭔가 이상하신거 같은데요..."


"어디 봐. 손님? 불편하신 점이라도."


그 잠깐의 순간, 손님 몸에서 자란 덩쿨은 점장님의 목을 잡고 뜯어버렸다.


"그래! 자연을 이 몸받쳐서 지킬수야 있다면!"


"이게.. 뭐야..?"


뒤틀림, 그 뒤틀림이 손님에게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봐도 내가 도저히 감당 불가능한 존재감, 나는 서서히 다가오는 덩쿨에 목이 조임을 느껴졌다.


"""""너가 약한거 같아?"""""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울렸다.


"""""너가 약한게 아니야, 너를 보지 못하는 세상이 문제 아니겠어?"""""

"""""넌 빛나는 사과야, 그걸 모르는 도시를 부수고 너의 인정은 찾는거야."""""


"그.. 그게..."


숨이 막힘에도, 무언가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을 드디어 알아차린 그런 느낌이...


"저.. 저 느..."


나는 눈을 감고, 목소리와 대화했다.


'저는 생각이 달라요.'


"""""...뭐?"""""


'저는 약해요. 제 주위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죠.'

'그렇기에 살아가는 거 같아요. 이런 나를 점점 발전시켜가기 위해...'


"""""니 마음이 글럴다면."""""


목소리는 점차 나를 떠나가고, 내 오른손에 익숙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내 목의 감긴, 뜯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덩쿨이 손 쉽게 떨어져 나깄다.


"나를... 바라보면 되는거야."


내 왼손에는 황금빛이 진하게 나는 광선검이 들려 있었다.

내가 L사에 막 입사한, 그 옷을 입은채 나는 서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내 옷의 이름을 알아챘다.


직시, 이 옷은 나의 눈을 속이지 않고 비라보게 해 줄것이다.


"...와보시죠."


나만의 에고를 든 채로, 천천히 걸어간다.












"...만족 하셨소 그레고르 군?"


"..응. 고마워 이상씨."


그레고르는 허탈하게 TV앞에 앉아 있었다.


"이 수많은 세상에, 저런 가능성은 필히 존재할 것이오."


"유리씨는... 행복할 수 있는거지?"


"적어도, 저 세계에서는 그러할 것이오."


"난 조금만 더 보다가 잘께. 먼저 가."


"...늦지 않게 잠에 드시오."


그레고르는 그 먼 세계의 장면을, 천천히 마음에 세기듯 다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