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1688771
여기가 도서관이라면 비나는 사서입니까? 그 히키코모리 처럼?
그렇단다 아이야. 우리는 지정사서라고 하는, 층 하나를 담당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단다.
조금 있다가 도서관장 또한 만날 수 있을테니 너무 서두르지 마려무나. 그리고 반 쯤은 히키코모리가 맞겠지.
그럼, 비나는 사천왕같은 것입니까?
사천왕?
마왕에게 가는 길을 막아서는 4명의 수호자들같은 것 말입니다!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란다. 그저 지킨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각자 맡은 층을 책임지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를 지키는것은 아니니까.
역시 이곳은 뭔가 우울합니다.
이것 참 신기하구나. 난 너를 볼때마다 무언가 활기찬 곳에서 온 것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말이지.
당연합니다! 아리스는 빛의 용사! 빛이 있는 곳엔 언제나 생명과 희망이 가득합니다! 일상과 청춘을 보내는 곳이 곧 용사가 만들어가야 할 장소니까요.
...
흠...청춘을 보내는 일상이라, 몽환적이면서도 허무맹랑한 말이구나.
끄앙! 절대 허무맹랑하지 않습니다! 맨날 게임하다 혼나고, 마왕한테 잡혀서 또 혼나는 것이 일상입니다.
(어이상실) 아이야 대체 넌 무슨 삶을 살았던 것이니...
전직 조율자조차 당황시키는 소녀와 그 전직 조율자는 곧 기술과학층에 다다랐다.
이곳이 아리스의 종착점인 것입니까?
정해진 목적을 위해 왔다면 이곳이 종착점이겠지만, 목적을 이룬 다음에도 주위를 둘러본다면 그저 쉬었다 가는 곳이겠지. 종착점인가, 휴식처인가는 너의 선택에 달렸단다 아이야.
혹시 비나는 말 많이 하면서 방심하다 뒤통수 씨게 쳐맞는 클리셰의 빌런입니까?
(뜨끔!) 의외로 뼈를 때리는 말을 잘 하는 타입이구나.
비나와 저 머리의 누군가에게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힌 아리스는 기술과학층의 문을 열었다.
용사 아리스! 장비창으로부터 날아간 슈퍼노바를 되찾으러 왔습니ㄷ-
하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성검은 보이지 않았다.
이 좆같은 외장한번 존나 열기 좆같네!
저거 지금 드라이버만 몇개째 박살냈냐?
어...11개?
이제 12개째네.
아니, 쇠지렛대도 8개나 뽀개먹었네!
오히려 흰 외장부분 몇개 벗기는데 그렇게나 부서먹은게 비정상적인거 아닙니까!
(ㅆㅂ...)
쇠지렛대 2개랑 드라이버 3개 때부터는 포기하는게 정상이잖아!
포기는 곧 도태!
맞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더 발전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이로인해 희생당한 제 공구들과 제 시간은 무슨 죄입니까! 그들의 희생을 모독하지 마십시오!
씨팔 주인 잘못만난 공구들이 불쌍하지 네가 불쌍하겠냐!
다들, 분위기 과열된거 알겠는데 일단 시원한 아이스커피부터 들이키고 나서 해...
일단 이 커피로라도 죽어나간 공구들을 위한 제사용 술로 써야겠군.
...예소드 얘 술먹었어?
술은 초록, 빨강, 껌댕만 마시러 갔는데?
하하...이름도 안불러주네 이젠.
손님 온지도 모르고 아가리에 술 부으러 가는 놈들한테 이름은 무슨...
...티페리트야?
아 잠시만요, 얘네 좀 말리고 나서 이야기를 듣-
엑! 비나?
그래 내가 누구인지 알려줘서 정말 고맙구나. 하지만 그렇게 겁을 먹는 모습을 보이면 내 이 여린 마음에 상처도 입는다는 것도 알아주려무나.
(뭔 아인이 카르멘 배빵 갈기는 개소리를...)
아 그렇지! 얘네 좀 말려봐요! 예소드 쟤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저 기계하나 해체한다고 저렇게 난리에요.
이런...한발 늦었구나.
넹?
아...아아...
(소곤) 이 꼬맹이는 누구에요?
너랑 키차이가 7cm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꼬맹이라 불러도 되느냐?
우씨! 그게 문제가 아니라 대체 누구냐고요!
끄으으...우우...
안타깝게도, 저기 기술과학층의 지정사서에게 해체당한 저 불쌍한 무기의 불쌍한 주인이자...
이 외각의 도서관 두번째 손님이란다.
어...잠깐, 그렇다면...
엥, 비나? 언제왔어요?
말쿠트랑 호드! 예소드 당장 말려!
...?
티페리트? 갑자기 왜?
카페인 중독자는 꺼지고, 예소드 당장 멈춰! 그 무기 주인이 우리 두번째 손님이라고!
예?
그때 예소드의 핏줄 선 손에 쥐어진 쇠지렛대에 의해 외장이 얼마 남지 않은 슈퍼노바의 마지막 파란색 외장까지 벗겨졌다. 툭 하고 떨어진 슈퍼노바의 파란 외장은 굴러 떨어지고 미끄러져 아리스의 발치까지 다달았다.
마치 자신의 파트너에게 자기가 지금까지 저 악의로 가득한 이들에게 고문받고 죽어가고 있음을 알리듯이.
대...대체 왜 이런 것입니까?
아리스는 어느새 비나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후...이런.
저, 그...그게 아니라-
부...분명 아리스의 실수로 슈퍼노바가 이 도서관의 문을 부순 것은 잘못입니다.
그...아니, 우리도 예소드를 부추긴 잘못이 있으니까.
그리고...그리고 그 때문에 아리스한테 화를 내거나 분풀이를 하셔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부, 분풀이라뇨,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진짜 분명한 제 잘못이니 진정을-
그...그런데 왜 제 친구인 슈퍼노바를 저렇게 해체하신겁니까...?
그게...그러니까...
(소곤)처음엔 신기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빡쳐서 험하게 해체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속닥)미친년아!
호드는 말쿠트의 입에 부서진 드라이버 파편을 쑤셔넣었다.
차...차라리 아리스한테 분풀이를 하거나 아리스를 때렸으면 덜 억울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슈퍼노바한테 이런 잔인한 짓을...친구의 고통을 보는것은 언제나 힘든 것인데...
으...으아앙!
결국 아리스의 눈에 눈물이 터졌다.
제...오랜 친구이자 생사를 같이한 슈퍼노바가 죽었습니다! 끄앙!
...
미...미안해 꼬맹아! 우리가 쟤를 못말려서 이 사단이 난거니까...
아이고, 이 아이를 어쩌냐...여기 커피라도 마시면서 기분 풀어.
헤세드...
아니, 농담이야...음료수 찾아올테니까 기다려.
도서관에 이런 어린 손님이 올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예소드, 넌 진짜 양심이란게 뒷골목 벼룩 간만이라도 있다면 평범한 사죄는 할 생각도 마!
(이미 그랜절 + 원산폭격 자세중.)
아직 두 자리가 비는구나. 갈색 머리 아이들아, 너희는 나와 다르게 양심이라는 것이 있음을 내가 잘 아니 스스로 판단하려무나.
넹...
예소드에게 땔감을 넣어준 둘 또한엎드려 뻗쳤다. 그때 도서관장실에서 나온 앤젤라.
뭐야? 호크마는 어디가고, 너희들은 왜 행위예술을 하고있는거야?
죄를 안다면 속죄또한 해야 하는 법입니다.
...?
설명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야.
웃으면서 할 이야기도 아니야...
(혼란) 대체 뭔 일인데 그래?
어린 아이의 친구를 아이 앞에서 무자비하게 해체했다고 표현한다면 어느정도 이해하기 쉽겠구나.
(대혼란) 오히려 그 말 듣고 뇌에 블루스크린 뜰거 같아...
(훌쩍훌쩍) 아리스의 슈퍼노바가...
그제서야 비나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리스를 본 앤젤라.
블루스크린은 취소, 이제 이해가 가네...저 기계의 주인이 이 꼬마아이구나.
신기하구나 앤젤라. 원래라면 이 아이한테 "이 도서관에 침입했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건 옛날 이야기고, 이제 사람잡는 접대 방식은 접었으니까...내가 롤랑이나 도시에 끼친 민폐나 여기서 깨우친 미덕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겠지...
일단 이 자리에 없는 나머지 좀 찾아올테니까, 그 꼬마손님 좀 잘 설득시켜줘.
걱정 말거라. 아, 그리고 호크마는 입구에서 선 채로 기절해 있으니 알아서 오라고 하려무나.
아니 뭔...진짜 환장하겠네.
일단 언어의 층에 보조사서들 셋 정도 있는거 봤으니까 걔네들한테 도서관 대문 보수나 맡기고 가야겠다.
한편 언어의 층.
거기 서 이 씹새야! 뭐 삭막한 쌍판?
그럼 넌 씨팔 촉촉한 면상이냐?
솔까 여기서 잘생긴 게 나인건 인정해야-악 씨팔 내팔!
썅 저거 쇄골부터 갈비뼈까지 아작내려 했는데!
저거 째는 건 겁나 잘하네.
어? 좋아 저새끼 컵 밟고 넘어졌다!
아 씨발 내발...
밟아!
밟자!
끄앙!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대환장) 아인 맙소사...
바...방금 내가 뭔 말을 한거야?
씨발 진짜 AI에 블루스크린 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