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클리프.>"


이건 내 꿈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어느세 황금가지의 심상세계에 도달한 것일까.


확실한 건, 눈앞에 히스클리프는 지독하게도 묶여있었다.


한 줄 한 줄, 모두 정성스레, 캐시나 자신이 묶은 줄에 묶여있었다.


"...그냥 날 내버려둬, 시계 대가리."

"<...어떻게 내버려둬.>"


나는 히스클리프에게 묶인 줄을 풀으려했다.


그 순간, 히스클리프가 몸부림치며 내 손을 막았다.


"<.....>"

"...단테, 제발."


이젠 별명으로도 부르지 않는 모습.


그 만큼 여유가 없다는 걸까.


"<....캐시 때문인거지?>"

"...."


수많은 줄들, 그 너머에는 캐시가 묶여있었다.


줄 중 하나라도 끊어진다면 모두 끊어지게 되어있는 약한 줄은, 캐시, 아니, 캐시 형상의 추억을 유일하게 붙잡아 줄 버팀목이었다.


"...단테."

"<...>"

"난 지금까지 내가 많이 이성적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이제보니 알겠더라."

"<...뭘?>"

"..난, 추억 하나 조차 제대로 못 놓는 놈이라는거."

"<....>"


나는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홍루처럼 깊이가 담긴 말을 하는 것도, 뫼르소같이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도, 이상처럼 문학적인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내가 해야할 말을 할 뿐이었다.


"<..히스클리프>"


나는 히스클리프에게 묶인 단 하나의 굵은 줄을 붙잡았다.


"<..상실이라는 게 아픈거, 나도 잘 알아.>"

"..그렇지, 너도 잃은 이들이 있으니까."


썩어버린 사과, 꿰뚫린 동료, 그것들이 내 마음을 쑤시고 지나갔다.


"<..그렇지만, 그 상실이라는 게, 생각보다 별거 없는 것도 알아.>"

"...뭐?"


나는 히스클리프의 줄에서 손을 때며 말했다.


"<..그 모든 상실이 우리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더라도.>"


그리고, 작은 고리가 내 손 주위에 생겨났다.


"<..상처는 아물어야 하고, 우리는, 내일이라는 별을 바라봐야 하니까.>"

"...그 상실이라는 상처가, 우릴 죽이더라도?"

"<..그렇게 죽지 않도록 하는게,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니까.>"


나는 그렇게 손을 뻗어, 히스클리프의 줄을 끊어냈다.


캐시라는 이름의 추억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웃으며 히스클리프에게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 시계대가리."


다시 명칭이 돌아온 모습.


이제야 마음을 다잡은 듯 싶었다.


"...이제는, 나아갸야 한다는 거지."


히스클리프의 시체 자루에서 나온 건, dear Heathcliff 적힌 꽃다발.


그 꽃다발이 산산히 흩어지고, 그 안에서 배트가 나오면서, 히스클리프는 과거의 웨더링하이츠 저택으로 다가갔다.


"...이것도, 부숴야한다는 거겠지."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녕, 캐시."


그렇게 웨더링 하이츠 저택을 부수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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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꿈을 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