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스포주의)어느 평화로운(?) 언덕 이야기

"해어튼, 잘 받아라~!"


오늘도 평화로운 워더링하이츠 사이좋은 부자는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좋아, 덤벼!"


오늘도 평화로운 워더링하이츠 사이좋은 부자는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저럴 때 보면 히스도 애 같다니까 ㅎㅎ"



"필살 불꽃 슛 간드아아아아아!!!"



파아앙!!



"으아아악!!"


쨍그랑! 쾅!!


해어튼은 히스클리프가 쏜 혼신의 불꽃 슛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그로 인해 뒤에 있던 집 유리창이 시원하게 박살내고 날아가던 공은 그대로 집안 벽에 박혔다.




"누가 또 유리창 깨는 소릴 냈어!!! 해어튼, 또 너냐!?"



"아니야! 이번엔 아빠가 그랬어!!"



"아니 뒤에 창문이 있는데 그걸 피하면 어떡해!!"



"히스클리프?"



"어, 캐시..? 왜 그래? 네가 날 그렇게 부를 때면 뭔가 화가 난거 같은.."



"방금 날아간 공은 유리창이 깨지다 못해 벽에 그대로 박힌거 같은데, 저런 무지막지한 공을 애보고 받아내란 거니?"



"어...."



"애를 죽일 셈이야!!?"



"내가 너무 오바했나..."




한 편

.


.


.

"이번에 유리창이 깨진게 몇 번째지?"



"아마... 이번 달에만 스물 두 번은 됐었...죠? 하하"



"세상에! 벽 움푹 파인 것 좀 봐!! 집안 꼴 작살내는 것도 정도 껏이지 마님이 이 꼴을 보신다면 탄식을 금치 못하셨을 것이야아아!!"



"해어튼 도련님이 워낙 혈기왕성 해서 다른 버틀러들도 못해먹겠다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어요..."




"버틀러들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나..."




"아이고 그럼 좋죠~ 돈 모아서 이럴 때 쓰지 언제 쓰겠어요, 돌아가실 때 바이올린이랑 같이 끌어안고 가실 것도 아니시잖아요~"




"...어째 비꼬는 것 처럼 들리지만..."




"뭐 좋다. 새로 고용할 버틀러들은 넬리 네 선에서 잘 추려내도록, 넌 유능하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그렇게 워더링하이츠의 버틀러 면접이 시작됐다.



"엄마, 모르는 사람들이 집안 청소하고 막 돌아다니고 있어..."



"조만간 우리 저택의 새 버틀러가 될 분들이야."


그 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든 해어튼이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면접생과 부딪혔다.



"얘.저.꺼"




"어... 뭐라고 하는거지?"



"얘야 저리 꺼지렴. 이라고 하시네요.."




"어..?"




"아니 이 새끼가 애한테 선 넘네, 당신 여기서 일하기 싫어?"




"흥. 말.많.애"



면접생은 그렇게 퉁명스레 대답하며 장소를 옮겼다.


"말만 많은 애송이라고... 하시네요, 죄송해요..."




"진짜냐? 뭐 저런 싸가지가..."




"잠깐, 근데 얘는 어디서 봤는데... 야 너 츠바이 협회 지원하지 않았었냐? 다른 꼬맹이랑 같이 있던."



"어... 절 아세요? 그런데 전 그 때 떨어져서.."




"역시 맞구만? 그 때 그 꼬맹이! 너 그거 아냐? 저번에 너랑 같이 시험 치뤘던 애 이번에 츠바이 협회 들어갔다?"



"네? 그 새ㄲ... 아니, 그 분은 절대 합격 못하실 줄 알았는데..."



'얘도 쌓인게 많았구만'




"근데 저 괴상한 가면이랑 아는 사이냐? 아까부터 저 새끼가 말하는거 통역해주는거 같은데."




"그게... 제가 츠바이 협회 시험에서 떨어지고 무일푼이라 일용직을 뛰다가 갱단한테 걸려서 죽을 뻔 했는데 그 때 저 분이 나타나서 구해주셨어요.."



"그래서, 그게 고마워서 따라다니는거냐?"




"고마운 건 맞는데 그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분이 따라오라면서 절 잡아 끌고 가셨고 그렇게 계속 끌려 다니다 보니 그냥 같이 다니게 된 거에요..."




"대체 뭐하는 양반이야, 저거..."




"엄마, 나 저 누나 무서워 넬리보다 무서워..."



"해어튼,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는 거란다."




"아이고... 도련님이 저를 그렇게 생각하셨을 줄이야.."



"헉! 넬리.."



"일단 들어가서 주무세요, 슬슬 면접도 막바지고 착한 아이는 이제 코 잘 시간이랍니다~"



"좀 만 더 놀래~ 어차피 내일 학교도 쉰단 말이야!"



"떽! 빨리 안 들어가면 꿈밤 들어갈거에요!"



"그러지 말고 조금만.."



"꼬맹이."



"!"


분명 자리를 떠났던 가면을 쓴 면접생이 어느 새 해어튼의 뒤에 서 있었다.



"빨리 꿈나라로 가지 않으면 꿈밤 대신 모.분을 선사해주지."


뚜둑! 그녀는 양 손에서 살벌한 소리를 내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고 다시 자리를 떠났다.












"잘 자, 넬리."



해어튼은 아까까지 칭얼댄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련님이 저렇게 얌전하게..."



"이러다 내 입지가 위험해지는거 아니야?"



"... 가끔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뭘 보고 저런 녀석까지 면접을 시켜준거야? 이상한 가면 쓴거 부터가 겁나 수상하잖아..."




"유능한 버틀러의 아우라가 느껴졌달까... 봐, 그 해어튼 도련님도 저렇게 얌전하게 재웠잖아."




"이건 뭐 총체적으로 지랄나서 어디서부터 태클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면접 마지막 테스트라면 역시 그거지?"




"맞아."



"전투력 측정이지."


.


.


.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면접생들이 하나둘씩 단련실로 모였다.


"그래서 기본 면접을 거치고 남은 사람들이 저 다섯 명이라는 거지?"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그렇다 치고 저 이상한 가면 쓴 놈은 대체 뭐야? 저거 괜찮은거 맞아?"



"주인님도 차암, 제 안목 못 믿으세요? 저래봬도 해어튼 도련님도 얌전하게 만든 분이시라고요!"



"오, 그건 좀 솔깃하군."



"흥... 너.기.주."



"응? 저거 뭐라는거야?"



"너 기억해 둔다 주인 놈. 이라고 하셨어요..."




'... 왜 내 주변에는 이런 미친놈들만 꼬이지...?'


힌들리는 자괴감 섞인 고민에 휩싸였다.




"자, 면접생들! 다들 면접보느라 수고 많았어, 이제 마지막으로 전투력 측정을 해볼꺼야."




"명망높은 이 워더링하이츠에 봉사하기 위해 찾아온 자네들이라면 잘 알겠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 집안 일만 잘하는 걸론 어림도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가 너희의 실력을 평가해주겠다!! 한꺼번에 덤벼봐라 내 친히 실력들을 봐 줄테니!"



"...."


조세핀이 내뿜는 위압감에 다른 지원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웃.소"


하지만 그런 와중에 단 한 명만은 유별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 네 녀석을 뭐라고 지껄이는게냐, 알아듣게 말하지 못할까!"



"저..! 웃기는 소리... 라고 했어요."



"웃겨? 뭐가 그리 웃기지?"



"감히 시험하겠다고... 나를? 귀엽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음산한 목소리로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핸디캡이다. 딴 놈들은 다 빠져, 거기 둘. 너.전.내.상"



"너희 전부, 내가 상대하겠다 라고 하시는데요?"




"호호.... 호호호호...."



"...."



"이..."



"이 건방진 것!!!"



파앗!!


조세핀은 핏기를 가득 세우며 가면쓴 면접생에게 공격을 쉴새없이 퍼부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절도 있고 깔끔한 연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헉... 허억!!"



"전.상 해주겠다고 말했다. 딴 년은 졸고 있나?"


가면을 쓴 면접생은 같잖다는 듯이 노련한 버틀러의 공격을 전부 가볍게 피하고 있었다.


그 때



둘 사이의 사각에서 치프 버틀러의 강렬한 펀치가 날아들었다.


콰앙!!


"크윽!!"


엄청난 소리와 함께 면접생이 쓰고 있던 가면이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가세할게요, 조세핀! 혼자서 상대할 만한 자가 아니에요!"



"무슨 소리를!! 이 조세핀을 뭘로 보고!"



"하... 마음에 드는 가면이었는데, 화가 치미는 군."



"!!!"





"네놈들... 모.썰이다."


가면이 산산히 부서져 내려가며 마침내 면접생의 맨 얼굴이 드러났다.





한 편 그 시각


'와작와작'


히스클리프는 이 모든 상황을 문 틈으로 훔쳐보며 팝콘을 뜯고 있었다.



"히스, 여기서 뭐하는거야 안 잘거야?"



"기다려봐, 캐시 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밌어질거 같단 말이야."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




"히스, 팝콘 좀 나눠줄래?"



과연 이 살벌한 면접은 무사히 끝날 것인가!

다음 편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