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면 온갖 생각을 다 하게 되오. 이목구비의 위치라든가 말이오. 어느날은 거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였소.

"이런..."


이마 한가운데 고름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지, 큼지막한 피고름을.

"..."


누구나 그러한 것을 본다면 터뜨리고 싶다는 강한 욕망과 함께 그 결과로 인한 고통을 저울질 할 것이오. 그리고 태반은 터뜨리는 걸 선택하고는 하지. 나 역시 그러하겠지.

"고름을 짜는 건 묘한 쾌감이 있구려."


그저그런 것이었다면 나는 고락을 느꼈을 것이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못하더구려. 손끝으로 지그시 누르는 순간 그것은 비산하였소. 이마를 따라 줄줄 흐르는 피고름은 보기에 참으로 끔찍하였지. 누런 고름과 붉은 선혈, 그 덩어리는 역하여 거울을 깨뜨리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길 것이오.

"그리고 이 모든 건 잠깐 거울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었으니, 이내 기억 한구석에서조차 잊혀질 잠깐의 망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