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L사 신입 시리즈







이상, 갈 곳이 있다.


으음, 내 따로 실수한 것은 없소만...

무슨 일인지 여쭈어도 되겠소?


복지팀의 홍루 팀장이 인력 충원을 요청하였다.


홍루 팀장께서 부르는 건 처음이구료.

혹시 무슨 일인지 다시금 여쭈어도 되겠소?


어머, 이상. 아직도 몰라?


...?


지난 주에 복지팀에서 직원별로 건의사항 받았었잖아~

각자 써서 제출했던 거 기억 안나?


아, 그...

그레고르 팀장께서 마음의 편지라고 불렀던...


그거 분류하려고 부르나본데, 부담 말고 다녀와~

사실상 쉬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설명 고맙소.

그럼 다녀오겠소.


길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라.


유념하겠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서와요, 이상 씨~

미안해요, 지금 복지팀 직원들도 다 바빠서.


탕비실을 파손시킨 책임으로 떡볶이를 나누었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뵙는구료.

내 무엇을 하면 되겠소?


여기에 앉아서, 건의사항을 분류해주시면 돼요.

설비 보수에 대한 건 이쪽 상자에 넣으시고, 메뉴얼 개정에 대한 건 이쪽에 넣으면 돼요.


이해하였소.


그리고 집에 가고 싶다거나, 환상체가 무섭다는 건의는 이 통 안에 넣으면 된답니다.





이건 쓰레기통이잖소.


맞아요!


...


왜 그런 표정이세요?


아무것도 아니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흠흠흠~


저...

홍루 팀장께 여쭙고 싶은 게 있소.


무엇이든 물어보셔도 괜찮아요~


평상시에도 직원들의 의견을 이리 직접 분류하시오?


그럼요.

저희 복지팀의 세피라님께 이렇게 많은 건의사항을 전부 보여드릴 순 없잖아요?

그리고 이것도 나름 재미있답니다. 아는 사람이 쓴 건의사항이 보일 때도 있으니까요.


이해가 되는구료.


그거 아세요?

지휘팀의 료슈 씨는 건의사항에 이따금 말장난을 써서 제출하시곤 해요.

이번에도 하나 내셨더라고요.


그건 퍽 놀랍...


...지는 않구료.

사실... 료슈 양은 무슨 짓을 해도 어울릴 위인이라 생각되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이거 한 번 볼래요?

누가 쓴 건지 맞춰보세요.


'토끼팀 부르면 의도적으로 교육팀 설비만 골라서 부수는 악질이 한 명 섞여 오던데, 앞으로 못 들어오게 좀 해주세요. 아니면 교육팀으로 보내지 말던가.'

...이건 누가 쓴 것이오?


교육팀 팀장인 이스마엘 씨가 쓴 거예요~


아직 히스클리프 군과 화해하지 못하셨나보오.


아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네요~

맞춰보실래요?


읽어보겠소.

으음, 탕비실에 둘 간식의 종류를 늘려달라는 내용이구료.

어쩌면 무례한 추측일지도 모르나... 로쟈 양이 쓴 게 아닐지.


맞아요~

잘 맞히셨네요!


(뿌듯)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렇게 확인한 건의는 어떻게 처리되는 것이오?


제가 잘 수렴해서 세피라님께 전달드리면, 한 10퍼센트 정도는 실현되는 것 같네요~


그다지 효율이 좋다고는 못 하겠구료.


어쩔 수 없어요. L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니까요.

저희 세피라 님도 고충이 많으세요. 기껏 의견을 수렴해서 최고 AI에게 승인을 요청해도 거부당할 때가 많거든요.


최고 AI라면...


앤젤라, 라고 하지요.

우리 L사를 운영하고 지시를 내리시는 관리자 님을 보조하는 존재인데, 세피라 님도 회사 운영에 영향이 갈만한 안건이라면 결국은 앤젤라의 승인을 거쳐야 해요.

그러니까, 10퍼센트 정도면 많이 실현되는 편인 거죠.


그건... 그렇겠구료.

홍루 팀장께서 한 번, 세피라께서 또 한 번 거른 내용을, 앤젤라라는 AI께서 다시 거르는 셈이니.


그러니까 사실, 우리 선에서 아주 꼼꼼하게 걸러낼 필요는 없는 거예요.

아, 이것도 재미있네요. 누가 쓴 거게요?


내 읽어보겠소.

교육팀...


(방긋방긋)


흠흠.

'교육팀 복도로 출동할 때마다 주황머리 팀장님께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데 아주 무서워 죽겠다. 전근 보내면 안 되냐?'


누군지 알겠어요?


토끼팀 소속도 건의할 수 있는 거였구료...


건의사항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법이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


왜 그래요, 이상 씨?


이 건의사항은 다소 희한한 문양이 찍혀있구료.


아아, 이건 하층부에서 온 거네요~


하층부라면, 기록팀과 추출팀이 있는 곳이지 않소.


맞아요.

잘 보니, 이 글씨체는... 반갑네요, 오랜만에 봐서.


아는 사람이오?


기록팀 소속의 카론 양이 오랜만에 건의사항을 써줬네요.

내용은 짧네요. '메피가 고장났어. 고쳐줘.'


메피...가 무엇이오?


카론 양이 쓰는 보행기구예요.

바퀴 달린 신발인데, 흔히 인라인 스케이트라고 하죠?


아하...


별로 놀란 기색이 아니네요?


우리 지휘팀에도 신발에 이름을 붙이고 뛰어다니는 선배께서 계셔서 그런가보오.


돈키호테 씨 말이군요?

그거 아세요? 돈키호테 씨가 건의한 내용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띈답니다.


기가 막힌 명문을 써놓았나보구료.

본디 빼어난 글솜씨는 때를 가리지 않고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이는 법이니.


그런 이유는 아니에요~

항상 크레용으로 써서 제출하시거든요. 그래서 되게 화려해요~


아아...


조금 전에 보니까, 이번에도 건의사항을 쓰셨더라고요.

평소에는 크레용을 쓰셨는데, 이번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써서 다른 직원이 쓴 종이와 달라붙어버렸어요. 

어떻게 구한 건지 모르겠네요. 물감은 탕비실에 비치해둔 적도 없는데...


(뜨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읏차~

일을 끝냈더니 개운하네요!


고생 많으셨소.


이상 씨도 고생했어요~

지휘팀까지 가는 길은 알고 계시죠?


이제 길 잘 찾소...

...아마 그럴 것이오. 최근은 잃어버린 적이 드무니...

걱정해주어 고맙소.


천만에요~

다음에 복지팀에 와서 떡볶이 한 번 더 만들어주세요.

우리 직원들이 맛있다며 난리였거든요~


꼭 그리하겠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돌아왔소.


아아, 이상 군! 

건의사항 분류를 돕고 왔다고 들었네!


...

돈키호테 양.


으응? 왜 그러는가?

혹시 내가 쓴 건의사항을 읽어본 겐가? 무척 화려하여 눈에 잘 띄었을 텐데!


그게, 그것이...


게다가 무려, 이상 자네가 선물해준 아앍크륄 물감을 써서 제출했다네!

근사한 물감을 쓴 덕에, 내가 써넣은 건의사항이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더군!


홍루 팀장께서 말하시길, 그 물감을 쓴 탓에...


그대가 선물해준 물감을 쓸 수 있어 기뻤네! 

조금 부끄럽지만, 그대에게 진실로 감사를 표하고 싶군!




...

별 것 아니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


부르셨소?


내일 나와 함께 방문할 곳이 있다.


어딜 말이오?


기록팀으로 가야 한다.

기록팀의 카론 팀장이 인라인 스케이트의 수리를 부탁했다.


으음.

기록팀은 처음 가보는구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랜만에 왔습니다.

L사 신입 시리즈의 결말을 어찌낼지 고민하다가 '기다리면 생각나겠지'라고 생각하고 미뤄둔 게 석달이 지났네요.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개념글 달면 다음 편 씀(진짜로)


아래는 덤입니다.






앤젤라, 건의사항 분류해서 가져왔어.


두고 가.


...읽어보긴 할 거지?


읽을 테니까 가기나 해.


알겠어, 앤젤라.

방해해서 미안해.

아, 맨 위의 건의사항은 꼭 읽어봐. 재미있거든.


...


(사락)


'새우가 출현하는 사극은?'


...


'대하사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