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학교에서 뜬끔없이 아무 캐릭터나 분장을 해오라고 했다.


할로윈도 한참 지났는데, 왜 오늘 그런걸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맨 처음으로 로보토미 쪽을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캐릭터들이 다 분장하기 어려워서 조금 고민하다 제일 쉬워보이는 수줍은 오늘의 표정을 하기로 했다.

이걸 분장하기로 했는데, 분장을 너무 얕봐서 전날까지 준비를 안했다. 

그래서 원래는 빨간색 천을 몸으로 쓰기로 했는데, 급하게 준비하느라 그런 큰 천을 못 구해서 빨간색 침대커버를 묶어 비슷하게 만들었다. 핀으로 고정해놔서 왼손을 못쓰는긴 했는데, 어차피 금요일에는 학교가 일찍 끝나기도 하고 그걸 자를 용기가 안나서 그냥 넘어갔다.

가면은 만들기 쉬웠다. 그냥 도화지를 얼굴 크기로 맞추고 거기에다 그림을 따라그렸다. 

대충 나무위키에 이거 보고 그렸다. 가면 고무줄은 마스크에서 떼왔음

그렇게 하룻밤만에 다 만들었는데, 이걸 입었을 때 결과물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가면을 평면으로 그릴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정작 써보니까 휘어져서 그림이 이상하게 됐다. 

또 앞이 안보였다. 1단계가 눈구멍이 가로로 넓어서 그나마 잘보였고, 5단계는 눈이 몰려서 잘 안보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보였다. 나머지는 다 한쪽 눈이 위치가 안맞아서 가려지거나 했다. 

그런 문제들이 있긴 했지만 또 수정할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썼다. 저거 5개 만드는데 크레파스 1개를 통째로 날려서..

이게 결과물인데, 이렇게 하고 학교를 나갔다. 

다른 친구들도 분장을 하고 나왔는데, 나처럼 직접 만들어서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매우 매우 더웠다. 내가 사는 곳이 또 겨울인 한국이 아니라 365일 더운 적도방이라 안 그래도 더운데 더 찜통같았다. 저 천이 침대 커버가 아니라 다른 천이였어도 똑같았을 것 같은데, 아무튼 엄청 더워서 에어컨이랑 비 덕분에 겨우 생존했다. 


학교에서 원본 환상체처럼 가면을 계속 바꿔 썼는데, 그게 상당히 시선강탈이라 아침에는 어그로를 꽤 끌었다. 다른 사람들 분장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참 재밌는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