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7대죄와 림버스의 7죄악은 다르다.


보통은 탐욕(인색)이라 칭하는 재물에 대한 집착을 죄악으로 치는 반면 림버스에서는 탐욕과 폭식을 합쳐 탐식으로 퉁친 뒤에 우울이라는 죄를 넣어놨다.


평소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갈고리 수집가가 등판할 상황인데 왜 림버스에서는 우울을 죄악으로 설정했을 지에 대한 뇌피셜을 씨부려보고자 한다.


1. 종교


단악수선이나 백야, 나는 비워내느니(공즉시색)을 보면 프문 세계관에도 기독교와 불교 같은 기존 종교들은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성행하는 듯 보이지는 않고 프로젝트 문 세계관을 즐긴 사람들이라면 톱니교단이나 N사 이단심문관 같은 사이비가 더 인상에 깊게 남았을 것이다.


여기서 N사 이단심문관을 깊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 몸을 둘러싼 갑옷과 사용하는 언어를 종합해서 보자면 중세 기독교의 이단심문관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런 중세풍 이단심문관을 모티브로 삼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즉. 프로젝트 문 세계관에서도 중세에 해당하는 역사가 존재했으며 그 시기에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마녀사냥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즉 프문 세계관의 도시 설립 전 역사는 지구의 역사와 동일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기념일인 것 또한 이런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데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만인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혹은 연인과의 기념일이거나.


리바이어던에서 나왔던 배길수 씨의 산타분장이나 림버스 3장에서 나온 N사 이단심문관의 만행들을 보면 그런 크리스마스의 기원이나 크리스마스를 기념일로 삼는 현대의 의미 또한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다시 주제로 돌아와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울이 탐욕을 밀어내고 7죄종의 일각을 차지하게 됐는가? 에 대한 뇌내망상을 찌끄려 보자면 '머리의 가치관이 탐욕을 긍정하고 우울을 부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머리의 가치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49일차 배드엔딩과 라오루의 앤젤라 배드엔딩을 비교해보자.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49일차 아담 배드엔딩을 보면 환상체로 인한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고 머리가 나서게 된다.


한편 라오루의 앤젤라 배드엔딩에서는 도서관이 도시의 절반을 잡아먹어도 머리는 나서지 않는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었일까?


로보토미 배드엔딩의 경우 환상체라고 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원인이 되어 난장판이 벌어진다. 즉 환상체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개입했다.


반면 앤젤라 배드엔딩의 경우 앤젤라는 완전한 인간이 되었고 머리는 그 욕망을 긍정하여 개입하지 않는다.


즉 머리는 인간 그 자체와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며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7대죄에서 탐욕(인색)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인데 머리는 이것을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으로 볼 공산이 크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뒤틀림 현상이나 앤젤라 배드엔딩의 사례에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탐욕이 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추론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우울이 죄에 포함되는 것을 추론해보자.


머리가 정한 도시의 금기를 생각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고 추측되는데 바로 '인간 본연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금지'다.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금지.(인공지능이 사람과 같다면 그것은 사람인가 기계인가?)


복제인간에 대한 금지.(복제인간은 나와 같은 사람인가?)


총기에 대한 엄격한 규율.(롤랑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시시해선 안된다는 것으로 추측)


뒷골목의 밤에는 녹화, 녹음 등의 행위가 일절 금지되는 것 또한 청소부의 정체를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청소부는 액체인간으로 이런 존재가 대중들에게 알려질 경우 저것들 마저 사람이라면 어디까지 사람으로 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머리는 사람의 정의가 흔들리는 것을 최대로 경계하며 누가 이런 생각을 품는 것 조차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우울로 돌아가보자.


우울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심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볼 수 있는 우울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사람의 기분을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데 사람은 기분이 가라앉을 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문제도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내포하는데 그렇다면 머리에서 그렇게 경계하는 인간 본연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갈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즉 우울이란 감정은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감정 중 하나이며 머리는 이것을 본인들이 긍정하는 탐욕을 대신해서 7죄종으로 스리슬쩍 바꿔넣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3줄 요약


1. 기존 기독교의 7대죄가 존재

2. 머리는 탐욕을 긍정하고 우울을 부정

3. 기존 기독교의 7대죄를 머리가 입맛에 맞춰 바꾼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