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돌림판

-------------------


비가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내려오던 날, 어느 여우는 다해진 우산을 들고선 길을 걷고 있다.


"빗발이 제법 굵은 것이 우비도 우산도 없었더라면 큰일날 뻔했구려."


비록 너덜너덜한 우산이었지만, 여우의 머리가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은 충분했다.

여우는 한참을 걷다가 어느 골목길에 들러섰다. 그곳에선 어느 파수견이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춥지는 않소?"

"여기는 지나갈 수 없어요."


단호한 파수견의 목소리, 그러나 여우가 파수견을 보고 느낀것은 추위를 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 날씨에 그렇게 있으면 고뿔에 걸리오."

"상관없으니, 그냥 돌아가세요."


파수견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건했다. 그런 파수견을 본 여우는 파수견에게 조금식 다가갔다.


"...돌아가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러자 하늘에서 낙뢰가 파수견에게 내리치더니 그대로 파수견은 번개를 두른 검을 여우에게 겨누었다.


"마지막 경고에요, 돌아가세요"


파수견이 든 검에서는 위협적인 벼락이 일렁이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여우를 태워버릴 것 같은 분위기로 여우를 위협하고 있었다.

파수견은 여기서 여우가 겁을 먹고 도망가리라 예상했지만, 여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수견에게 다가갔다.


"...죽는게 소원이라면 그리 해드리죠."


그렇게 빗방울을 가르며 날아오는 벼락의 검, 그러나 여우는 피하지 않고 그 검을 받아들였다.


"...무슨..?"


검에 그대로 관통당한 여우의 입에선 핏물이 쏟아졌다. 여우는 그럼에도 비명하나 지르질 않고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왜 안피한..!"

"이제야 좀 가까워졌구려."


여우는 자신의 낡은 우비를 벗어서 파수견에게 덮어주었다.


"....무슨..."

"이 날씨에 우비하나 입지 않고 있으면 나중에 크게 고통스러워지게 된다오."


파수견은 여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여우는 입안 가득 핏물을 쏟아내곤 몸을 파르르 떨고 축 쓰러졌다. 그와중에도 핏물이 파수견에게 가지 않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정말...이상한 사람..."

"....내 이름을...불러주는 구려..."


그렇게 여우의 의식은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


얼마나 흘렀을까, 여우가 눈을 뜬 곳은 어느 낡은 집이었다.


"아직 일어나면 안되요. 상처가 덧나요."


여우의 배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아마도 파수견이 해준 모양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뭐든지 괜찮소."

"어째서 그곳에서 피하지 않으셨죠?"


파수견의 입장에선 여우는 이상해 보였다. 보통 누구라도 그걸 본 순간 달아나려 하거나 하다 못해 움찔거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여우는 그상황에서 파수견을 똑바로 볼 뿐이었다.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건가요?

"나의 마음이 무섭다고 하였었소."

"그러면 왜 피하지 않았죠?"


여우는 한동안 대답을 망설이더니 입을 열고 말을 하였다.


"피하면 그대에게 우비를 전해줄수 없었기에,"

"...고작 그런 이유로 죽을 뻔하셨다는 건가요?"

"그렇소."

"바보같네요..."

"그대가 춥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오."


순간 파수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금세 돌아오고는 여우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비바람이 많이 강하니 그칠 때까지만 여기 계세요."

"....고맙소."

"별말씀을요."


여우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긴 채로 잠을 청하였다.


------------------------


얼마나 지났을까, 태풍은 오랫도록 지속되었고, 어느덧 여우의 배의 상처가 나았을 때에도, 비는 여전히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거 신세를 꽤 오래 지는구려."


여우는 옅은 웃음을 띄며 미안하다는 뜻을 표했고, 파수견은 여우에게 물었다.


"....집으로 돌아가고싶진 않나요?"

"본래 나는 떠돌이었소, 집은 없었지."


그말을 듣던 파수견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전하였다.


"...그러면 여기에서 눌러 사는건 어떠신가요?"

"그래도 괜찮겠소?"

"..괜찮아요. 이집은 낡았지만 방은 많으니까요."

"....고맙구려."


순간 파수견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지만, 파수견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여우는 파수견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럼...앞으로 잘부탁하오."

"..네."


------------------------


여우와 파수견이 동거를 시작하고 새해가 밝아왔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방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하으...윽..... 파우스트..양..."

"흐응..흐으...이상씨..."


그 이유는 둘의 발정기가 시작되어 서로를 휘말리게 하지 않기 위해 방에서 성욕을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시작된 발정기에 둘은 새해인사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런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고, 조용한 신음소리만이 집안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렇게 발정기가 시작된지 하루가 지났을때, 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달았고, 결국 방에서 뛰쳐나와 서로를 찾고는, 부탁을 할 겨를도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파우스트양...파우스트양..."

"이상씨...이상씨이이..."


서로를 마주본 둘은 곧 입술을 포개었고, 둘의 혀가 녹진하게 얽혀갔다.


"츄릅....햛짝...."

"읍....파하...하아..하아...하아..."


둘은 서로의 아랫도리를 벗어던지곤 짐승같이 성교를 시직했다. 발정기로 인해 상당히 젖어있던 탓인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상의 물건이 파우스트 안으로 들어갔고, 둘은 뒷목을 깨물며 허리를 흔들었다.


"하으❤️ 아읏❤️ 이상❤️ 이상씨❤️"

"하아...파우스트...양...하아...하아...흐으.."


달콤한 교성이 집안을 가득매웠고, 둘은 서로를 더 깊이 탐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라갔고, 


"파우스트양...슬슬..."

"네❤️ 마으❤️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내보내오...흐으..."

"으으으응❤️❤️"


이윽고 절정을 맞이하게 되었다.

허나 그것으로도 부족한듯,서로를 계속해서 탐하여간다...


------------------------


다음날, 깨어난 두 사람은 어제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났고, 얼굴이 토마토보다 빨개져선 어쩔줄 몰라했다.


"...어제 일은... 정말 면목이 없소..."

"아뇨...저야 말로 면목없죠...."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책임을 지겠소."

"그건 무슨..."


그러더니 여우는 어떤 케이스를 들고는 파수견에게 내밀며 말하였다.


"받으시오."

"이건..."


파수견이 연 케이스에는 나무로 된 반지가 들어있었다.


"부디....나와 결혼해 주겠소?"


파수견은 행복에 겨운듯 눈물을 짓더니,


"네.. 이상씨.."


여우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



으어얽 분명 평범한 순애물로 기획했는데 하필 그게 야설이되서 내용 좀 바꼈어요... 암튼 뭐...이게 끝이고 념글가면 뒷이야기도 내올게요